[메디치가 살인 사건의 재구성] 서평단 알림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라우로 마르티네스 지음, 김기협 옮김 / 푸른역사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건의 재구성이라는 재목의 한국영화를 무척 흥미롭게 보았던 적이 있다. 그 영화는 이미 지나간 시점에서 은행강도 사건을 다시 회상하는 형식으로 보여주는 영화이었다. 사건을 그냥 있는 그대로의 진행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회상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집중력을 높여주고 그 사건에 대한 의미를 더욱 강하게 느낄수 있게 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이라는 책 역시 재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메디치가에서 실제로 일어난 살인사건.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두 형제중 동생이 죽고, 형은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그 큰 사건은 이미 지금으로부터 오랜 시간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이다. 결국 우리는 그 사건을 과거의 시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들처럼, 역사를 실감나게 다루는 책들은 사건을 재구성하면서도 마치 현재 일어나고 있는듯한 방식으로 다루려고 한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팩션소설들이 바로 그러한 유혹에 넘어간 책들이다. 소설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과거를 현재화시키고, 사실과 사실들 사이에 비어있는 공간을 소설적 상상이라는 것으로 흥미롭게 메워갈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나타날 때 어디까지나 이것은 소설이라는 입장을 내새워 고증의 부족함을 정당화할 수 있는 무척 매력적인 방법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팩션소설이 가지는 장점은, 독자들에게 마치 그 시절을 직접 눈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체험을 시켜준다는 점이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역사적 고증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팩션소설처럼 사실과 사실 사이의 단속된 부분을 적당한 추측으로 매워넣는 책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그만큼 많은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책의 말미에 있는 결코 작지 않은 분량의 참고문헌 목록들이 그런 노력에 대해 웅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르네상스라는 무척 중요한 시기를 다루기 때문이기도 하고, 권력과 암투라는 인간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다루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역사를 생생하게 우리들의 눈앞에 재현해주는 작가의 노력과 능력때문일 것이다.

 

서양의 역사에서 르네상스가 가지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오늘날 우리들이 사는 세상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태동한 시기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기에 일어났던 일들과, 그 시기를 장식했던 위대한 천재들에 관해서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인류의 역사에서 그토록 중요했던 그시기를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놓고 볼수가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의 고리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4
제롬 들라포스 지음, 이승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손에 잡는 순간부터 책의 끝을 읽을때까지 멈추기가 너무 힘든 책이었다. 삶이 지루했던 것일까. 이 책이 가진 매력이 너무 강력했던 것일까. 나는 520페이지의 분량이 끝나는 순간까지, 이 책의 모든 내용들을 천천히 탐독했었다.

완벽한 기억상실자.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는 책이다. 바로 그 과정에서 겪는 모험과 풍부한 추리가 읽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힘인 것 같다. 이 책은 우리들을 여러가지 세상으로 초대한다. 북극의 동토에서부터, 로마의 고색창연한 건물들, 프랑스의 생생한 현장, 그리고 이집트. 내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광활한 스케일은 무대의 장면만이 아니다. 이 책의 내용은 오랜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긴 시간을 바탕으로 이어져온 인간들의 집념과 고집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배후에서 배경처럼 펼쳐지는 이 땅의 아픔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한다. 세상에는 아픔들이... 그렇다. 너무 많은 아픔들이 있다. 이 책은 아픔에 관한 전직 르포작가의 고발이자, 그 아픔으로 소재로 해서 엮은 흥미로운 책이기도 하다.

기억을 잃은 사람이 찾아낸 자신을 둘러싼 삶에 대한 진실들이 그를 아프게 한다. 어릴적부터 큰 아픔을 겪었던 그이기에 아픔을 치유하려 극한의 고통을 견디어 내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그 아픔을 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풀어가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다. 세상에는 아픔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아픔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 아픔으로 인한 고통에 절규하는 사람. 아픔으로 인한 고통을 벗어나 용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태연하게 살아가는 오늘날의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 책은 우리들의 눈앞에 그런 현실을 너무나 흥미롭게 보여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
리처드 맥스웰.로버트 딕먼 지음, 전행선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신문에는 심심치 않게 스토리의 힘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도체나 첨단 기술, 혹은 대규모 장치산업 못지 않게 엄청난 부가가치를 올릴수 있는 것이 바로 스토리의 힘이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애플과 디즈니 같은 기업들의 예입니다. 그들이 판매하는 것은 사실 제품이 아니라 스토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성공한 다른 기업들. 즉 스타벅스, 마이크로 소트트, 델... 이런 기업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들의 성장과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 기업들이 유명한 이유에 대해서 알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서 그들의 성장에 대한 이런 이야기들이 없다면, 그들 기업의 가치가 지금같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 기업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성장과정과 그들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가 성장의 비결이었다는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 기업들이 그들 기업에 관한 책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그런 책을 통해 이야기를 퍼트림으로써 그들 기업의 가치를 각인시키고자 하는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이라고 파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세상의 모든 일들을 세일즈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경제활동의 1/3은 세일즈와 관련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이 생각하는 세일즈의 범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습니다. 교사가 학생에게 가르치는 가치관,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것 또한 넓은 의미에서 세일즈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세일즈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을 다섯가지의 키워드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요인이 중요한 이유와. 그 각각의 요인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에 관한 많은 서적들이 나오고 있지만, 구태의연한 이야기의 반복이 아니라, 신선하고 새로운 각도로 세일즈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파리 사이언스 - 과학선생 몰리의 살짝 위험한 아프리카 여행
조수영 지음 / 효형출판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토록 기다리던 좋은 책을 만났다. 나는 지구성의 모든 구석구석에 관해 목이 마를만큼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만 유독 지구의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특히 반가워한다. 때마침 중남미와 중앙아프리카에 대한 책들은 붐을 타고 쏫아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대한 책을 만나는 것은 좀처럼 힘든 일이었다.

 

사실 아프리카에 관한 책이 우리나라에 없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의 전설과 미술에 관한 책들. 아프리카를 여행한 용감한 사람들의 무용담. 아프리카에서 그나마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는 남아프리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나왔다. 그러나 그런 책들은 아프리카를 보여주는 책이라기 보다는 아프리카에 관한 지엽적인 정보들의 나열일 뿐이었다. 내가 알고 싶은 것.  즉 생생하게 살아있는 진짜 아프리카에 관한 책은 생각보다 드물었다.

 

이 책은 여행에 삶을 걸다시피 한 여자 과학선생님의 아프리카에 대한 기록이다. 다른 사람들의 아프리카에 대한 기행문과는 무언가 다르다. 이미 세상의 많은 곳을 다녔기에 쓸데없는 감탄사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선입견이나 감상을 가지고 아프리카를 대하지도 않는다. 그저 아프리카라는 곳을 만나고 그곳의 사람들을 경험한 이야기를 차분히 설명한다. 그런데 그 설명이 무척 진솔하고 설득력이 있다. 역시 선생님의 글은 다른 이들의 글과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저자가 여자라는 점도 글을 상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느라고 잘 놓치기 쉽지만 이 책을 이끌어가는 글솜씨는 대단한다. 멋을 부리지 않고 술술 읽히는 글을 쓰기란 사실 무척 어려운 법이다. 저자의 글들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 이유가 실감이 난다. 또 이 책에는 다양한 사진자료들이 많다. 사진으로 가득한 책에 글을 실을 공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래서 글들이 사진 위에 놓여져 있는 독특한 모양의 책이 되었다. 책의 구석구석이 알뜰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앞에서 이야기한 장점들 외에도 이 책의 장점은 또 있다. 이 책은 각 꼭지의 끝부분에 자신이 보고 들은 현상에 관한 과학적인 해석이 들어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아프리카의 동부에는 호수들이 많은 것인지, 왜 캐냐인들은 달리기를 잘 하는 것인지. 기린은 왜 서서 잠을 자는지를 잘 이해할수 있게된다. 또 저자는 아프리카의 민속과 역사에 대한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용감하게 검은 대륙을 다녀왔노라고 호언을 하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책을 덮고 나면 아프리카가 눈앞에 그대로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았다. 아니 누구에게나 스무살이라는 시기는 약간씩은 달라보 비슷한 시기가 아니었을까. 무엇에 대한 한없는 갈망과 언제까지나 낡지 않을 것 처럼 생각되었던 무한한 자유. 그리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하여 뛰고 부딪히고 나름 힘들어하며 또 감격하던 시기들...

이제 그 스무살은 어께 너머로 지나가 버렸다. 김광석이 즐겨부르던 노래처럼 서른 즈음은 하루하루 담배연기 처럼 우리들의 곁을 스쳐지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마흔. 스무살은 어제 같이 생생한 추억이면서 동시에 다시는 되돌릴수 없는 아득한 추억이 되고 말았다.

많은 것을 꿈꾸던 삶을 살았었다. 주인공이 보물처럼 간직하던 음반들처럼 나에게도 보물처럼 간직하던 수많은 소중한 것들이 있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희망과 어떤 난관을 뚫고도 해쳐나갈것 같았던 저 푸른 삶에 대한 꿈들. 그리고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낡아가는 것을 보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꿈이 사라지는 것을 쳐다보는 것. 또 하루분량의 삶을 흘려보내면서 또 하루만큼의 희망을 삭여없애는 것. 패자부활전을 꿈꿔보기도 하지만, 삶에서의 승부는 차이가 날지라도, 내 가슴속에 정말 강하게 자리잡은 그 강한 삶은 되돌릴수가 없다. 영원히.

길게 기른 머리를 바람에 휘날리며, 아무렇게나 입은 바지에 두손을 찌르고, 아직도 대학로나 그 비슷한 골목 어디를 어슬릉거리며, 하늘을 쳐다보며 니힐한 웃음을 짓고 살아가는 그런 날들. 다시는 되돌아 올수 없는 그 아스라한 추억들... 그 젊음의 슬픈 추억에 대한 애특함이 살아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