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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한 개의 선물 - 하루에 한 편씩 읽으면 한 달이 행복해지는 책
유린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유일한 취미가 책을 읽는 것인 나는 책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잡식성이다. 하다못해 그것이 낡은 신문조각이든, 길가에 굴러다니는 벽보조각이라도 까만 먹물이 인쇄된 것이라면 무조건 열심히 읽는 이상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강박관념인지도 모른다. 글을 읽는 것이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라도 된다는 것 같은...
그런데 그런내가 유난히 읽기 싫어하는 책이 있다. 바로 최루성의 냄새를 풍기는 책들이다. 최류탄 가스는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눈물을 흘리게 하는 글들은 유난히 싫어한다. 눈물을 자아내는 영화도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인긴승리, 인간세상, 감동의 도가니 같은 이름들이 붙는 글이라면 한사코 도망을 친다. 나는 그런 글들이 싫다. 감동을 강요하는 글들, 얄팍한 이야기로 사람의 마음을 찔러대는 글들...
세상에는 충분히 아픈 일들이 많다. 나의 유년은 내가 살아온 시대에 비해 그렇게 고달픈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의 감수성은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의 아픔을 충분히 많이 받아들였다. 그 가시의 아픔에, 그런 것들이 나에게 전해주는 고통에 너무나 많이 아픈 시간들을 보냈었다. 실제로 겪은 아픔이든, 대리체험에 의한 아픔이든. 나는 그 아픔이 싫어서 열심히 살았고, 그 아픔이 싫어서 세상의 정의를 해치는 일들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아픔을 겪고 있는 일들에 관해선 더 이상 아파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이 너무 아픈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슬픈 영화를 보면 누구보다 먼저 가슴을 울먹일 것을 알기 때문에, 혹은 내가 아는 세상의 그 모든 아픔들에 비해 책이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아픔이 너무 얄팍한 것인데도 아픔을 강요하기 때문에... 그런 이유들로 인해 나는 한사코 그런 것들로부터 도망치려고 한다. 그렇다. 나는 그런 것들이 싫다. 알레르기가, 두려움이, 영양가 없는 고통이 싫고, 두렵고,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정말 가슴이 훈훈한 영화나 책들을 만날때가 있다. 내가 그런 유형의 책이나 영화들을 애써 피하려고 하기 떄문에 자주 접할수 있는 기회는 아니지만, 정말로 나의 마음에 굳게 담긴 자물쇠를 열고 나의 여린 마음속에 깊이 있게 파고 드는 것들이 있다. 소박하고 솔직하고 대단하지 않고, 너무 극적이지 않으면서,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늘 겪고 또 공감할 수 있는 일들...
아픔이 무서워 가슴을 꽁꽁 잠그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가끔씩은 가슴을 열 기회를 주는 경험들. 그래서 날로 메마른듯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치 자신은 감정도 없고 아픔도 극복하고 세상의 모든 상처를 이겨낼수 있는 철인처럼 살아가려고 얘써 노력하는 사람들의 여리면서 단단한 갑옷의 외피를 벗겨버리고 무장해제시키고, 정말로 펑펑 흘러나오는 눈물에 진심으로 아파하고 울고, 우리들 일반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애써 무시하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상처를 정말로 아프게 느껴보고. 그래서 마음속에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면서, 눈물과 함께 이 아픈 세상을 싸워 이기도록 진정한 힘을 주는 책이 있다.
그런 흔하지 않는 책. 내가 싫어하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 베스트셀러와는 다른 책.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그래서 더욱 칭찬하고 싶고, 그래서 더욱 마음이 쏠리는 책들이 있다. 가끔... 가끔씩.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 그래서 나도 평소에 하지 않는 이런 군소리들을 늘어놓는 것이다. 내일 아침 다시 단단한 갑옷으로 무장을 하고 차가운 바람부는 거리에 나서기 전에 이글을 써 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