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스위치] 서평을 올려주세요.
빅 스위치 - Web2.0 시대, 거대한 변환이 시작된다
니콜라스 카 지음, 임종기 옮김 / 동아시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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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들어  web 2.0이라는 말들이 부쩍 많이 사용되고 있다.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발달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그 이전의 시대와는 사뭇 다른 형태의 사회가 되었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web2.0의 시대에는 많은 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책들이 새로운 시대에 관한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변화와 격동의 시대에, 그 문턱 너머를 바라보려는 노력들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빅 스위치라는 책은 그 이름부터 '커다란 변화"를 이야기 하는 책이다. 이 책 역시 컴퓨터의 보급과 네트워크화의 결과가 우리들에게 가져올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런데 독특하게 이 책은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이 책은 전기의 도입의 역사를 설명하는데 상당히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전기의 발견보다는 전기의 보급과 전기의 공급에 대해서, 그리고 그 결과 우리생활에 가져온 변화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다.

저자가 이런 독특한 도입부를 사용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인터넷과 네트워크화의 발달은 전기의 보급과 전기 네트워킹(오늘날 우리가 전기회사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사용하는 것)은 컴퓨터의 발견과 컴퓨터가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것과 무척 유사하다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런 노력 때문에 우리는 저자가 정말 말하려고 하는 우리앞에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변화가  실감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들의 삶에서 전기가 없다면 과연 어떤 삶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저자가 말하는 것은 명확하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는 우리가 현재 예측하는 그 어떤 변화보다 더 광범위히고, 더 강한 변화와 충격을 우리들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책들은 그리 드물지 않다. 예를들면 엘빈 토플러는 얼마전 다시 출간한 책에서 미래사회에서 우리들의 다양한 변화들에 대해서 신조어를 사용하면서 설명했었다. 그러나 이 얇은(페이지는 적지 않다)책에서 말하는 변화는 의미가 더 함축적이고, 충분히 우리들을 놀라게 할만큼 충격적이다.

web 2.0시대가 열리면 이제껏 정보제공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수동으로 받기만 하던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직접만든 UCC로 문화를 충족하게 하고, 지배적인 위치에 있던 거대기업들에 일개 소비자가 큰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생각했던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가볍고 신중하지 못한 것이었는가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가지는 통찰력은 참으로 대단하고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미래의 변화.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 그런 변화가 일어날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힘의 원리. 그리고 미래에서의 우리들에 대한 도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좋은 독서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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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라디오 존 치버 단편선집 1
존 치버 지음, 황보석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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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장편소설은 장편소설 나름의 맛이 있다. 수필은 수필대로, 시는 시 나름의 맛이 있다. 글들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말하지만, 어떤 옷을 입고 있느냐에 따라서 보이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 이 책은 장편소설만한 두께를 가진 단편소설이다. 나는 아직까지 이름을 몰랐지만, 무척 유명한 작가의 단편들이 빼곡한 책. 이 작가는 단편소설이 전공이라고 한다.

 

내 입맛은 장편소설에 맞추어져 있다. 장편소설은 늘 내가 잘 먹는 짜장면 같은 것이다. 언제 먹어도 기본은 하는것, 그러나 제대로 된 옛날 손짜장을 만나면 옛날을 생각하며 그리움에 눈물을 글썽거리는 것. 단편소설은 나에게는 만두같은 것이다. 굳이 긴 면발을 후루룩 입으로 잡아당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한 입에 하나씩 톡톡 넣을 수 있는 고기만두.

 

만두는 피가 얇은 것이 맛이 있다고 한다. 물론 만두의 속이 좋아야 한다. 유명하다는 상하이의 샤오룽바오는 게살을 넣은 얇은 만두피로 그 유명세를 던지고 있다고 한다. 늘 사무실 골방에 틀어박혀 일하는 틈틈히 책을 읽고 글쓰는 취미밖에 없는 나아게까지 그 이름의 고명함이 전해지니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샤오룽바오 같은 단편소설을 만났다. 바로 이 책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은 그리 남루하지도, 그리 찬란하지도 않다고. 누구나 한번 나고 한번 죽는 참으로 평등한 것이 삶이다. 지금처럼 세상이 엄청난 속도로 바뀌어 간다면 혹 100년 쯤 뒤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명제만큼은 이 불공평한 세상, 평화로 포장한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유일하게 평등하게 작동하는 정의같다.

 

물론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 있는 공간의 길이는 다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은 삶, 혹은 인생이라고 불리는 것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다르다. 누구는 저택의 주인으로, 누구난 저택의 하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삶의 의미를 담을 수도 있고, 머리 뒤에서 날아올지도 모를 짱돌을 피하기 위해 한평생을 숨을 죽이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아무렴. 인생은 자기 마음대로만 살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은 그 운명이라고 불리는 것 중 많은 것들은 자신의 선택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넓은 세상에서 자신이 접촉하는 조그마한, 아주 조그마한 영역의 영향을 받으면서, 또 그 영역에 속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면서 살아간다. 법칙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내가 이제껏 살면서 관찰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절친한 친구들에게 위로를 받고 또 아픔을 주며 살아간다. 희망을 꿈꾸며 일구어 가는 꿈의 뒤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망하고 만다는 진리가 숨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이되면 꽃이피고, 아가씨들의 가슴에는 사랑이 피어난다. 그 부질없는 삶의 대한 끈질긴 애정들. 그리고 그 아름다운 화사함이 시들어가는 비루한 삶의 모습.

 

나는 이 책에서 그런 것들을 읽는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에서 다른 것들을 읽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가. 내가 이 책의 평론가도 아니고, 그저 내가 내 삶의 과정에서 이 책과 마주쳤을 뿐인 것을. 언젠가 다른 책들과의 만남의 추억들에 밀려 저 멀리 퇴적층의 아랫쪽으로 가라않을지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지만, 화려한 그 순간만은 불꽃처럼 아름답게 타오르는 것이 인생이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다 이 책을 만났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그 이면을 샅샅이 들여다 볼수 있어서 좋았다. 삶이란... 작가는 자신이 관찰하고 느낀 삶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 책에 들여다 놓았고, 나의 입맛에 이 책이 꼭 맞았다. 긴 이야기를 끝까지 후루룩 먹어야 하는 자장면의 맛과는 다르지만, 한입에 쏙 넣고 "아..." 하고 소리를 낼 수 있는 만두의 맛처럼, 이 책은 아까면서 먹는 사이에 어느듯 목구멍 너무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그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아마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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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발견 1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0
스텐 나돌니 지음, 장혜경 옮김 / 들녘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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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두권에 걸친 책을 찬찬히 잘 읽었습니다. 느림의 발견이라는 제목이 사실 좀 의아했습니다. 밀란 쿤테라의 '느림'을 비롯하여, 느리게 사는 법은 찬양하는 글들을 읽기도 하고, 저 저신이 그런 류의 글들을 몇곳에 기고를 하기도 했지만, 사실 느림의 발견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참 난감한 문제였습니다.

 

슬로푸드라는 것이 유행을 하는 것처럼, 빨리빨리가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히는 빠름의 민족에게 느림이라는 것은 색다른 유행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습니다. 느림을 주장하는 책들을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은 어떻게 그렇게도 빠름의 논리를 쫒아가는지, 느림을 팔아서 이익을 보기 위한 움직임들은 왜 그리도 극성을 떠는지... 그런 것들이 우리사회에 문화현상으로 떠돌던 느림에 대한 저의 인상이었습니다.

 

한동안 뜸하던 느림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을 만났을때의 저의 마음속에 있던 생각들은 주로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이 책과는 사실 별다른 관련이 없는 생각일수도 있고, 어쩌면 오히려 이 책이 빙빙 돌려서 말하고자 했던 진짜 주제일수도 있을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둘째권의 말미에 저자가 직접 자신의 책에 대한 글에서 그런 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느낄수도 있었습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애매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어쨋든 이 책은 아름답고 전설적인 이야기를 담은 긴 이야기입니다. 느릿한 속도로 책을 읽으면서 한 사람이 시대와 혼란, 세상에 대한 발견, 기계화와 근대화라는 혼란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갔는지에 대한 불완전한 기록에 대한 보충설명이자, 그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내와 의지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그 시대의 값싼 유혹에 쉽게 굴복하고만 사람들에 대한 안스러운 비가포 읽혀질수도 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중의적인 내용을 담은 책일수록 깊이가 깊은 경향이 있습니다. 이 책은 사실 쉽게 읽히는 이야기로 볼 수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일종의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자신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불굴의 노력에 관한 찬사로 읽혀질수도 있습니다. 또 그 벅찼던 지리적 발견의 시기에 세상을 넓게 돌아다니면서 세상의 많은 모습들과, 자신의 내면이 어떻게 부딛히는지를 웅변적으로 설명하는 성장소설로도 읽힐수 있습니다. 지금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유명한 해전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전설적인 탐험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읽힐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사람이 왜 아름다운지를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이런식으로 해석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이 말하는 느림은 빠름에 대한 반발로서의 느림보다는, 느림이 가지는 소중한 의미에 대한 애착의 표시로 이해하는 것.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빠르게 변혁하는 시대의 삶을 재빠르게 훝어보는 것보다는, 그 빠른 움직임의 중간중간을 슬로우모션처럼 캡쳐를 해서 보는 것. 그래서 우리가 그 시대는 이런것이 있었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그 시대를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해 보는 것. 그래서 이 책이 느림이라는 제목 뒤에다 발견이라는 글자를 붙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 말입니다.

 

물론 저의 감상일 뿐입니다. 여하튼 이 책을 읽으면서 거대한 시대의 변혁의 한가운데서, 한 인간의 존재라는 것을 세밀하게 주목해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인가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거대한 전세계적인 경제적 격류의 와중에 휩싸여 살아가지만, 우리 한사람 한사람은 모두가 그날 그날을 특별한 날로 살아가고 있고, 자신의 인생에 주어진 얼마되지 않는 시간들을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의해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한번쯤 멈추어서서 이렇게 숨가쁘게 살아가는 삶을 정지된 상태로 천천히 음미해보는 것.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매순간의 삶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하거나, 가슴 두근거리면서 느껴보거나, 살곁에 와닿는 감촉을 찬찬히 음미해보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들은 참 좋습니다. 사실 저도 쉽게 읽기고 흥미로운 책이 편할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책처럼 쉬운 문장과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책을 덮고 난 다음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을 만났을때는 가슴속에 무언가 아픔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웃는 얼굴에 글썽이는 눈물을 머금고 있는 그런 아픔 같은 것 말입니다. 내가 진정으로 서 있는 위치를 이탈한 것을 깨닿은 아픔과, 그 것을 지금이라도 다시 깨닿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 그런것 말입니다.

 

여러분. 이 책과 함께 이 해의 마지막 시간들을 느림의 의미와 함께 한번 시간을 나누어 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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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한 개의 선물 - 하루에 한 편씩 읽으면 한 달이 행복해지는 책
유린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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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취미가 책을 읽는 것인 나는 책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잡식성이다. 하다못해 그것이 낡은 신문조각이든, 길가에 굴러다니는 벽보조각이라도 까만 먹물이 인쇄된 것이라면 무조건 열심히 읽는 이상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강박관념인지도 모른다. 글을 읽는 것이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라도 된다는 것 같은...

 

그런데 그런내가 유난히 읽기 싫어하는 책이 있다. 바로 최루성의 냄새를 풍기는 책들이다. 최류탄 가스는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눈물을 흘리게 하는 글들은 유난히 싫어한다. 눈물을 자아내는 영화도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인긴승리, 인간세상, 감동의 도가니 같은 이름들이 붙는 글이라면 한사코 도망을 친다. 나는 그런 글들이 싫다. 감동을 강요하는 글들, 얄팍한 이야기로 사람의 마음을 찔러대는 글들...

 

세상에는 충분히 아픈 일들이 많다. 나의 유년은 내가 살아온 시대에 비해 그렇게 고달픈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의 감수성은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의 아픔을 충분히 많이 받아들였다. 그 가시의 아픔에, 그런 것들이 나에게 전해주는 고통에 너무나 많이 아픈 시간들을 보냈었다. 실제로 겪은 아픔이든, 대리체험에 의한 아픔이든. 나는 그 아픔이 싫어서 열심히 살았고, 그 아픔이 싫어서 세상의 정의를 해치는 일들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아픔을 겪고 있는 일들에 관해선 더 이상 아파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이 너무 아픈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슬픈 영화를 보면 누구보다 먼저 가슴을 울먹일 것을 알기 때문에, 혹은 내가 아는 세상의 그 모든 아픔들에 비해 책이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아픔이 너무 얄팍한 것인데도 아픔을 강요하기 때문에... 그런 이유들로 인해 나는 한사코 그런 것들로부터 도망치려고 한다. 그렇다. 나는 그런 것들이 싫다. 알레르기가, 두려움이, 영양가 없는 고통이 싫고, 두렵고,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정말 가슴이 훈훈한 영화나 책들을 만날때가 있다. 내가 그런 유형의 책이나 영화들을 애써 피하려고 하기 떄문에 자주 접할수 있는 기회는 아니지만, 정말로 나의 마음에 굳게 담긴 자물쇠를 열고 나의 여린 마음속에 깊이 있게 파고 드는 것들이 있다. 소박하고 솔직하고 대단하지 않고, 너무 극적이지 않으면서,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늘 겪고 또 공감할 수 있는 일들... 

 

아픔이 무서워 가슴을 꽁꽁 잠그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가끔씩은 가슴을 열 기회를 주는 경험들. 그래서 날로 메마른듯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치 자신은 감정도 없고 아픔도 극복하고 세상의 모든 상처를 이겨낼수 있는 철인처럼 살아가려고 얘써 노력하는 사람들의 여리면서 단단한 갑옷의 외피를 벗겨버리고 무장해제시키고, 정말로 펑펑 흘러나오는 눈물에 진심으로 아파하고 울고, 우리들 일반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애써 무시하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상처를 정말로 아프게 느껴보고. 그래서 마음속에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면서, 눈물과 함께 이 아픈 세상을 싸워 이기도록 진정한 힘을 주는 책이 있다.

 

그런 흔하지 않는 책. 내가 싫어하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 베스트셀러와는 다른 책.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그래서 더욱 칭찬하고 싶고, 그래서 더욱 마음이 쏠리는 책들이 있다. 가끔... 가끔씩.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 그래서 나도 평소에 하지 않는 이런 군소리들을 늘어놓는 것이다. 내일 아침 다시 단단한 갑옷으로 무장을 하고 차가운 바람부는 거리에  나서기 전에 이글을 써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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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신용불량 국가가 되었을까?
찰스 R. 모리스 지음, 송경모 옮김 / 예지(Wisdom)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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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economy. stupid" 클린튼 전 대통령이 했다는 이 말은 유명하다. 경제야 말로 우리들의 삶에 흐르는 피나 공기만큼이나 중요하다. 나이가 들고 세상의 아픔을 알아가면서, 점점 더 경제란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언어라는 감옥에서 살아간다고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경제구조라는 것의 영향권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지구의 인력을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경제라는 것을 벗어나서 살수가 없다.

지금 우리는 경제라는 것이 우리들의 삶에 미치는 그 거대한 힘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실감나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TV뉴스의 첫머리를 경제관련 기사가 차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안한 것이 요즘이다. 얼마나 경제에 관한 기사들을 맨 처음에 방송한 횟수가 많았으면, 오늘 같이 중요한 경제뉴스가 있을 것 같은 날에도 일부러 경제뉴스를 뒤로 미루기까지 하겠는가. 경제는 이제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두렵고 무섭고 지겹지만 도망갈 수 없는 거대한 괴물이 되었다.

이 책은 미국의 신용위기가 생겨난 과정을 다루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시작하여 미국의 경제가 오늘날의 상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일반인이 읽을수 있도록 쉽고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한 책이다. 경제라면 무조건 어렵게만 느껴지기에 이런 책이 적절한 시기에 나와준 것이 무척 반갑다. 물론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이용해 책을 팔려는 발빠른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책들이 담은 내용은 천편일율적이고. 빨리 만든 책인 만큼 책의 수준도 신문기사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책은 우연히 미국의 경제가 막 침체로 들어서는 그 순간에 기획되고 있었다. 아직은 아무도 신문이나 논뭄에서, 혹은 경제의 현장이나 경제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던 그 시기에 이 책은 이미 기획되고 대부분의 내용을 만들고 있었던 책이다. 이 책은 아마도 2008년 초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후의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그 후의 내용들은 이미 우리들이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일들이 생겨난 과정을 차근차근하게 설명해주는 메스컴 이상의 수준이되, 쉽게 전달되는 고급정보이다. 그리고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정독했지만 이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브레튼 우즈체제와 금태환 정지 후에도 미국의 헤게모니가 유지되고, 또 변화하는 과정, 미국의 대통령과 정책의 칼러가 어떤 식으로 바뀌어 갔고, 과거의 미국의 경제위기는 왜 발생했으며 어떻게 극복되었는지에 대한 일반인에게는 충분히 자세한 지식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그 유명한 시카코 학파에 관한 이야기와 케인즈 학파의 차이점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요즘 신문에 나오고 있는 제 2의 브레튼 우즈 체제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신문에 그런 용어가 등장한 것은 G20회담이 개최된 불과 얼마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왜 그런 제 2의 브레튼우즈 체제가 생겨난 것인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이 발간된 후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설명이 이 책을 통해 가능한 것을 볼때 쓸모없는 경제전망을 남발하는 기사들에 비교해서 이 책이 얼마나 쓸모있는지를 알수가 있다.

이 책은 달러화가 한창 약세를 달리고 있던 작년에 주로 쓰여졌었다. 그래서 오늘날 역설적으로 전세계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희안한 현상에 관한 설명은 빠져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우리세계의 경제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입장과 힘의 균형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결론은 모범적인 답안이다. 남의 돈으로 하는 파티는 빗만 남간다는 평범한 진리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앞으로의 전망과 번쩍이는 헤결책을 찾을수는 없다. 애당초 경제의 각 주체들이 정치, 사회, 경제적 힘겨루기를 통해 경제문제를 전쟁을 치루듯이 해결하고 있는 오늘날같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그런 것을 예견한다는 것이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차분한 설명과 논리, 그리고 모범적인 답안. 그것이 좋은 안내서가 줄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머지는 걍제전쟁의 와중에서, 무수한 전투와 전략의 결합에 의해서 이루어질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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