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과 탈주>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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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과 탈주 ㅣ 트랜스 소시올로지 2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9년 1월
평점 :
88만원 세대란 책을 읽고 적지 않는 충격을 받았었다. 그 책의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관점은 충분히 신선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충격을 준 책이다. 아니 이 책은 88만원 세대보다 더 포괄적이고 거대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새 시대를 설명할만한 거대담론의 모태가 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항상 주의 깊게 눈여겨 보고 있던 수유 + 너머의 고추장이 발간한 책답게, 기존의 사고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시각과 신선한 발상, 그리고 상당한 설득력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부터 이 책의 내용이 오늘날의 우리사회를 포괄하는 여러가지 문제를 설명하는 모델로 삼기에 상당히 적합하다는 느낌이 든 책이다.
추방이란 시민사회, 혹은 중산층, 안정되고 인간적인 삶으로부터의 추방을 말한다. 오늘날 추방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88만원 세대, 자신의 농토에서 쫒겨나는 농민과 어민, 엄청난 수의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상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정규직 노동자.,, 오늘날의 세상은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자신의 가치에 대한 마케팅을 요구하고 있다.
숭리자의 관점에서 볼때 그 과정은 힘들지만 한계단 한계단 더 많은 특권을 향해 올라가는 과정이다. 힘들여 만든 종자돈으로 제태크에 성공하고, 안정된 직장에서 동료를 밟고 승진하여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인재중시의 풍토속에서 큰 소리를 칠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누린 특권을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재생산하기 위해 사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안정된 삶과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의 수가 얼마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날의 세상이 중산층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계급으로 분류하기 힘든 민주주의의 원칙을 띄고 있다는 점이다. 권위주의 정권은 물러나고, 이른바 문민, 국민, 참여의 정권이 들어선지 이미 오래이다. 이제 군사쿠테타의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고, 민주주의의 정착으로 국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매 선거마다 뽑아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게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은 정치인과 거대기입들이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을 추방시키고 있다는 이상한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이 책을 일꺠워준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국민과 시민, 안정되고 지속적인 삶으로 부터 점점 변연으로 밀려나고 자신의 삶에서 추방당해가고 있는 것이다. 서서히, 그리고 부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광장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 광장은 저항의 상징이었다. 또한 닫힌 공간이기도 했다. 광장에 선다는 것은 위험을 무릅쓴다는 것의 의미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때 광장을 가득 매운 붉은 셔츠의 사람들은 광장의 의미를 재발견했다. 사람들이 무엇에 대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열정에 의해 광장에 모이고 저항의 상징이던 광장이 축제의 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꺄닳게 된 것이다.
당시 광장의 긍정적 경험에 대한 감동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인상적인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2008년 다시 열린 광장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과정에 의해 다시금 열렸다. 무려 100일 간이나 지속되었던 그 길고 긴 시간동안 광장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왜 자신들의 의사가 충분히 대변되지 않는지, 왜 권위주의시대보다 더 강한 국민적 열망에도 불구하고 광장이 다시 닫혀가야 했는지를 절감해야 했다. 촛불과 산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그 광장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축소되고 그곳에 몰린 사람들은 넒은 광장에서 좁은 거리로, 다시 골목으로 밀려나야만 했었다. 사람들은 그때까지도 그것이 추방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디에서 밀려나느 것. 민주주의와 국가라는 이름에 의해 민주시민이 불이익을 당할수 있는 것.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에 의해 그들을 뽑은 국민들이 변연화 주변화 왜소화되고 시민사회와 중산층과 공동체가 해제되는 과정이 우리들 내부에서의 추방이라는 것을 깨닿게 된 것은 바로 이 책이 역설하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저자는 말한다. 추방은 수동적인 것이라고, 추방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추방반대 움직임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탈주라는 개념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그 탈주라는 것은 민주적으로 소수자를 피폐화시키고, 날이갈수록 그 소수자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자각하고, 그것을 본격적으로 선언하고, 다시 광장으로 모이는 것이라고... 소수화되어가는 과정에서의 탈주를 선언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본다면 이 책은 상당히 과격한 책인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정말로 그런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인가... 이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더욱 심화될 것인가... 그리고 이제는 다수화가 되어간 소수자들은...
이 책추천할 만한 점 : 오늘날 간과하기 쉬운 현실을 통합적으로 성찰하는 점
이 책과 비슷한 도서 : 88만원 세대
이 책을 권하고 싶은 대상 :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
마음에 남는 구절 : 구조조정은 사회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한 번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매번의 구조조정이 이제 하나의 사회구조가 되었다. 위기는 전환의 순간에 한 번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대중들은 이제 영속적 위기 속에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page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