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500년 역사상 일어난 일들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조일전쟁(임진왜란)입니다." " 땡! 틀렸습니다." 바로 이 문장이 이 책의 본문이 시작하는 바로 제일 첫줄에 나오는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책의 첫 시작부터가 파격적이고 동시에 이 책을 무척 흥미롭게 만드는 비결이다. 역사책이라고 하면 대개 근엄한 문체를 가지고 비장감을 더하게 하지 않는가. 이 책은 결코 흥미위주로 쓴 재미로 소일거리를 만드는 책은 아니다. 단지 역사책에서 불필요한 비장감과 장중함을 제외시킨 새로운 시도를 한 책이다. 책의 군데군데 "개같은" 이라는 상스러운 표현이 나오긴 하지만 결코 지나칠 정도는 아니다. 이 책은 역사를 기존의 시각과 다른 각도에서 보려는 시도를 한 책이고, 책의 형식이나 무장도 그런 시도에 맞추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보면된다. 결국은 이 책의 시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백성의 시각에서 본 조선통사라는 부재가 붙어 있지만, 흔히 말하는 민중사관이나 좌파적 시각에서 조선사를 바라본 책은 아니다. 이 책의은 서문에는 철저히 역사적 기록에 있는 것만을 가지고 이 책의 내용을 구성했다고 쓰여져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떤 자료를 취하고 어떤 자료를 버리는가를 선택하는 방식을 바꿈에 따라서 조선의 역사는 완전히 다르게 보일수도 있다. 우리가 옛날에 하던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그때까지 배웠던 역사나 사회는 깡그리 잊거나 반대로 생각하라고 하던 말을 저자가 이 책의 서문에서 하고 있다. 저자이 관점에서 보기에 우리나라의 소위 정통 사학이라는 것의 사관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사용한 자료가 동일한데 결과는 다르게 나오는 것을 보면 해석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격차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조선의 왕들을 밥값을 한왕, 죽값을 한 왕. 죽값도 못한 왕이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분류하고, 그 분류의 이유에 대해서 자세하게 기록한다. 기록의 내용이 흥미로워서 책을 읽다보면 페이지가 쑥쑥 넘어간다. 내가 알고 있던 조선사에서 이렇게 전혀 들어보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고, 왜 다른 책들에서는 이런 자료들을 한결같이 쏙 빼먹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책의 한 챕터가 끝날때마다 다음 챕터에서는 또 어떤 놀라운 내용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책을 단번에 읽게 만드는 책이다. 백성의 편에서 본 역사라는 것은 이 책이 특별히 이념이라는 사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아니라, 임금이 누리는 호사에 비해서 그 치적이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밥값을 했느냐 못했느냐로 따지기 때문인 것 같다. 놀랍게도 저자는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니다. 해외에서 이렇게 열심히 한국의 사료를 공부하고, 그렇기 떄문에 한국사학자들이 답습하는 전통적 해석의 굴레에 매이지 않고 자유스런 입장에서 우리의 역사에 대해 독창적인 시각을 가지고 기술할 수 있는 것일 것 같다. 저자는 앞으로 한국의 고대사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저작을 출판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저자가 어떤 책으로 우리의 시야를 트이게 해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