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단편소설들이 이렇게 강한 충격을 줄수 있는지 몰랐다. 내가 그동안 단편소설집들을 기피해온 이유가 그 소설들이 가지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때문이었다. 물론 좋은 작가가 쓴 좋은 단편소설들이 많이 있겠지만 어쩐지 그런 글들은 나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자연히 그런 글들과는 멀어질 수 밖에 없었고, 나는 최소한 250페이지는 넘는 책이라야 읽을만하다는 나름대로의 잣대를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이 책은 상당히 견고했던 나의 고정과념을 한번에 깨버린 책이다. 책의 첫부분에 나오는 작품부터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것봐라...' 하는 느낌이 자꾸 들기 시작했다. '단편소설이 이런 힘을 가진 것은 정말 오랜만에 접하는 구나.'라는 느낌은 그 다음, 또 그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면서도 변함없이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었다.

 

남 레 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이 작가는 베트남 출신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하다. 낮선 영어권의 삶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텐데 그의 작품들은 각 작품마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문화적 환경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와 통찰력이 놀라울 뿐이다.

 

그의 작품들이 짜릿하고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런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소재의 특이성 떄문은 아니다. 작품속에 나타는 그의 말대로 좋은 작품은 이미 세상에 넘쳐나는데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각자의 삶속에서 또 삶과 삶이 부딪히며 나타나는 동시대의 새로우 삶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때로는 미국에서 생활하는 베트남인 작가를 찾아온 아버지의 모습에서, 남미의 마약상들이 장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호주의 백인들이지만 주류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의 삶에서, 혹은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원폭이 떨어지기 직전의 히로시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물겨운 희망에서 느껴진다.

 

사람들이 잘 눈여겨보지 못하는 예리한 통찰력은 그 사회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과 환경적 배경을 가진 작가의 몫일 것이다. 남 레는 그런 제 3세계 출신 영어권 작가의 역활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매우 능력 있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그가 마주하고 사고하는 주제의 무게뿐만이 아니라 작품의 구성속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의 문장은 매우 맛갈난다. 똑똑 끊어지는 짧은 문장들은 묘한 여운을 남기면서 때로는 쓸쓸함을, 때로는 고독을, 때로는 삶의 풍경에 대한 덤덤한 스케치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낸다.

 

그의 문장들은 여러장면들이 예고없이 뒤썩이곤 한다. 시간을 거슬러가기도 하고, 화자가 달라지기도 하고, 사건을 보는 관점들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이런 작법들 현란한 문체로 읽는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류의 작품들과는 다르다. 작가는 시대의 아픔을 평면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의 문체는 아픔을 표현하는 것치고는 너무 덤덤하다. 단지 그는 그 모습을 입체적으로 좀 더 자세히 보여줄 뿐이다. 그는 읽는 이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냥 세상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그 모습들을 보여줄 뿐이다. 그곳에서 보물을 캐어내는 것은 읽는 이들의 몫이다. 열려진 글. 그래서 자기주장이 있으되 드러나 보이지 않는글. 그래서 자신이 스스로 주장하는 것보다 더 크 공감을 얻을수 있는 글. 그래서 더 큰 여운이 남고, 각각의 단편들이 마치 장편소설을 읽은 것 같은 무게감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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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성인의 부자 지침서
존 보글 지음, 이건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바로 이 책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지가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우리 앞에 나타난 이 책은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용으로 쓰인 책은 아니지만, 금융위기가 지닌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월 스트리트가 가진 모랄 하자드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스브프라임 모기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엄청난 파생상품을 만들고, 그 파생상품들이 여기저기의 금융상품들 사이에 섞여 존재하기에 그 규모를 파악하기도 힘들고, 그 위험을 빨리 제거하기도 힘들다는 말만을 되풀이 들어왔을 뿐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파산한 금융회사의 CEO들이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아가고, 오바마 대통령이 그들의 그런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난을 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여론과 상관없이 법이 보장하는 그들의 이익을 유유히 챙겨갔던 것이다. 도데체 어떻게 이런 일들이 생기게 된 것일까.

 

그러나 메스컴은 더 이상의 설명을 제공해주지는 못했다. 금융위기에 관한 책들도, 대공항과 같은 위기 국면이라든가. 회복국면으로 보이더라도 다시 침체가 올수가 있다는 등의 주장만을 펼칠 뿐이지, 도데체 어떻게 해서 이런 금융위기가 나타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시원한 설명을 해주지는 못했다. 단지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와 그 낮은 금리를 이용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한 부동산 투자가 비정상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버블을 만들었던 것이 터진 것이라는 판에 밖힌 설명 뿐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달리 말한다. 이 책은 투기라는 것 자체가 사악하고 나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주식투자나 부동산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모두 투기라고 말한다(직설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그리고 그런 투기를 조장하는 금융기관들의 행태를 과감하게 비판한다. 그 자신이 금융기관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면서도.

 

사실 이 책의 저자는 워렌 버핏에 필적할 만큼 놀라운 투자성과를 거둔 것으로 유명하고, 또 엄청난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요즘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인덱스 펀드라는 것을 최초로 고안해낸 금융계의 혁신가이기도 하다. 그는 전액장학금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충당해야 했다. 그리고 맨손으로 뛰어든 금융계에서 엄청난 성공을 이루어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성고을 이루는 방식이다. 그는 고개의 돈을 짜내는 방식(그가 비난하는 월 스트리트의 대부분의 회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자신관리 방법)을 맹비난한다. 그는 고객들에게 최소한의 수술료만을 지불하게 하면서 정직하게 운영을 하면서도 고객에서 더 많은 투자이익을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인정으 받았고 그가 이룬 그 놀라운 방식과 성과 때문에 고객이 그를 신뢰하게 만들어 돈을 번 사람이다.

 

그의 시각으로 볼떄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금융업계는 사악하 집단이다. 금융회사와 거래하는 고개들은 잃을수 밖에 없도록 구조가 짜여진 게임을 하는 것이다. 카지노에서 하루밤에 거액을 따는 사람도 있지만, 게임을 지속하면 할수록 카지노를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은 결국 패자가 될 수 밖에 없도록 게임의 룰이 짜여져 있는 것처럼, 금융회사의 룰은 고객이 수익을 올릴때뿐 아니라 손실을 입을 때에도 항상 수익을 얻도록 된 카지노식 룰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업의 가치를 보는 방식과 기업의 사장가치를 보는 방식으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한다. 그런 방식이라며 오늘날의 주식투자는 거의 대부분이 투기이다. 오늘날의 투자는 기업의 시장가치를 보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그 기업의 주식이 더 오를까 말까를 생각하는 것은 투기이고, 그 기업의 주가의 상승이나 하락과는 관련없이 기업자체를 생각하는 것이 투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시장참여자의 대부분을 기업을 보지 않고 시장의 가치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시장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긴 관점으로 볼때 시장의 가치는 기업의 가치와 결코 다를수가 없다. 시장이 출렁거릴수록, 투자자들이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팔수록 금융회사들은 돈을 번다. 고객이 돈을 벌어도 금융회사는 돈을 벌고, 고객이 돈을 잃어도 금융회사는 돈을 번다. 그리고 금융인들은 고객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수익만을 생각한다.

 

그는 말한다.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고. 그리고 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벌어야 행복할 수 있는가라고. 수익과 손실만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져 오던 금융계에 그는 묻는다. 고객은 도데체 어디에 있는가라고. 이익을 위해 금융회사에 달려드는 투기참가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행복은 도데체 어디에 있는가라고.

 

금융계가 황금알을 낳고, 그래서 똑똑한 두뇌를 지닌 유능한 사람들이 금융계로 몰리는 것을 보고 그는 아파한다. 왜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정말로 중요한 분야. 과학과 기술의 분야로 가지 않는가라고. 그가 보여주는 세상. 그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은 이미 세상을 보는 방식에 익숙해진 우리들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며, 많은 깨닳음과 생각할 거리를 준다.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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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인간의 경제학 -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 탐구
이준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행태경제이론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해서 소개하는 책이다. 경제학 이론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나온 이론이 행태경제이론이라고 한다. 최신 경제 이론. 경제란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수학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수 있는 책이다. 그러데 인간의 경제학이라는 부드러운 제목과 표지에서 온화하게 웃고 있는 저자의 웃음이 나를 책으로 흡인해 들였다. 게다가 제목의 제일 앞에 인간의 체온을 말하는 36.5'C라는 수식어가 떡하니 붙어 있지 않은가.

 

인간의 온기가 도는 따뜻한 경제학. 사람의 삶에 대해서 말해주는 경제학. 경제적 현상속에 숨어 있는 인간적인 것들을 밝혀주는 책. 그래서 숫자놀음에 정신이 팔리고,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된 채테크의 필수종목이라는 비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는 경제에 대해 부담감을 없애주는 책이다. 이 책은 책에 대한 거부감만을 없애려는 책이 아니고, 책 자체가 경제학이 얼마나 인간적일수 있는가. 또 경제학이 얼마나 인간적인 것이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부드럽지만 강하게 역설하는 책이다.

 

경제연구와 경제강의를 직업으로 하는 교수님이 아닌가. 이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책을 쓰기보다는 영어로 된 학회발표용 논물을 쓰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을만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일반인이 읽기에도 미안하고 고마운 느낌이 들만큼 충분히 친절하다. 우리에게 생소한 행태경제라는 것에 대한 것이 경제학계에 나타나게 된 경위와 그 의미에 대한 소개를 참 쉽게 풀어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친절하고 쉽게 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재미있기도 하다. 책의 각부분을 짧은 장들로 나누어 놓아 각각의 개념 소개가 끝나면 바로 뒤이어 그 개념과 관련이 있는 무척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그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다보면 언제 이 책이 페이지가 그렇게 넘어갔는지도 모르게, 경제학책을 마치 쉬운 소설책 읽듯이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이 단지 쉬운 책인것 만은 아니다. 쉽고 재미있는 책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 책은 결코 가벼운 책이 아니다. 재미있게 다 읽고 난 뒤 남는 것은 없는 책이 아니라, 알차게 처음부터 끝까지를 잘 기획하고 정확한 톱니바퀴처럼 내용을 조립한 정교한 소개서이다. 책은 뒷부분으로 가면서 점차 책을 읽는 당신(나)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슬쩍 언급하기 시작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삶에서 빠뜨릴수 없는부분. 즉 투자는 어떻게 할 것이며, 주식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행태경제학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주고, 우리들의 삶의 만족도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요즘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의제인 환경문제는 행태경제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까지를 설명한다. 개념에서부터 방향의 제시까지. 내용이 풍부하고 충실하고 친절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행태경제이론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해서 소개하는 책이다. 경제학 이론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나온 이론이 행태경제이론이라고 한다. 최신 경제 이론. 경제란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수학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수 있는 책이다. 그러데 인간의 경제학이라는 부드러운 제목과 표지에서 온화하게 웃고 있는 저자의 웃음이 나를 책으로 흡인해 들였다. 게다가 제목의 제일 앞에 인간의 체온을 말하는 36.5'C라는 수식어가 떡하니 붙어 있지 않은가.

 

인간의 온기가 도는 따뜻한 경제학. 사람의 삶에 대해서 말해주는 경제학. 경제적 현상속에 숨어 있는 인간적인 것들을 밝혀주는 책. 그래서 숫자놀음에 정신이 팔리고,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된 채테크의 필수종목이라는 비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는 경제에 대해 부담감을 없애주는 책이다. 이 책은 책에 대한 거부감만을 없애려는 책이 아니고, 책 자체가 경제학이 얼마나 인간적일수 있는가. 또 경제학이 얼마나 인간적인 것이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부드럽지만 강하게 역설하는 책이다.

 

경제연구와 경제강의를 직업으로 하는 교수님이 아닌가. 이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책을 쓰기보다는 영어로 된 학회발표용 논물을 쓰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을만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일반인이 읽기에도 미안하고 고마운 느낌이 들만큼 충분히 친절하다. 우리에게 생소한 행태경제라는 것에 대한 것이 경제학계에 나타나게 된 경위와 그 의미에 대한 소개를 참 쉽게 풀어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친절하고 쉽게 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재미있기도 하다. 책의 각부분을 짧은 장들로 나누어 놓아 각각의 개념 소개가 끝나면 바로 뒤이어 그 개념과 관련이 있는 무척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그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다보면 언제 이 책이 페이지가 그렇게 넘어갔는지도 모르게, 경제학책을 마치 쉬운 소설책 읽듯이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이 단지 쉬운 책인것 만은 아니다. 쉽고 재미있는 책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 책은 결코 가벼운 책이 아니다. 재미있게 다 읽고 난 뒤 남는 것은 없는 책이 아니라, 알차게 처음부터 끝까지를 잘 기획하고 정확한 톱니바퀴처럼 내용을 조립한 정교한 소개서이다. 책은 뒷부분으로 가면서 점차 책을 읽는 당신(나)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슬쩍 언급하기 시작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삶에서 빠뜨릴수 없는부분. 즉 투자는 어떻게 할 것이며, 주식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행태경제학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주고, 우리들의 삶의 만족도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요즘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의제인 환경문제는 행태경제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까지를 설명한다. 개념에서부터 방향의 제시까지. 내용이 풍부하고 충실하고 친절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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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새의 숲 살인사건 미스터리 야! 4
아시하라 스나오 지음, 김주영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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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읽히는 문체가 좋다. 글이 쉽게 읽힌다. 내용이 가벼워서라기 보다는 이야기를 눅눅하고 끈적거리지 않고 경쾌하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화법이 마음에 든다. 책의 내용은 살인사건을 다루는 미스테리 물에 속하지만, 일본의 전형적인 장르소설과는 다른 인간의 내면에 대한 천착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인간의 내면을 천착하면서 어떻게 경쾌하게 쓸수 있느냐고? 나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작가의 능력이라는 것을. 일본소설의 흔한 소재인 살인사건을 이런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오히려 이 책은 살인사건이 주가 되는 책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 그 인간을 둘러싼 사람들의 삶의 방식. 이런 것이 어떻게 사람의 영혼을 황폐화시키고 트라우마를 주는가른 다루는 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내용을 칙칙하지 않고 발랄한 문체로 잘 포장한 것이 이 책의 노련함이자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적인 소재. 원혼, 신사. 가문의 성공과 몰락. 그런 것의 그늘이 깃들어진 묘한 집안의 분위기. 누군가가 노려본다는 느낌. 가족의 해체와 그로 인한 아픔... 이런 것들이 젊은 소녀들의 우정과 성장과 맞물리면서 일본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보편화하는데 성공한 책이라고 할까.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파격적인 작화법이다. 글의 초반은 무척 감성적이고 다감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말처럼 롤러코스트를 타고 높은 출발점을 향해 올라갈때의 두근거리는 가슴같은 향긋한 젊음이 묻어나는 풋풋함과 아름다움마저 깃들어 있는 책이다. 그리고 마침내 정점에 올랐을떄부터 느껴지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그리고 롤러코스트가 마침내 급강하를 하면서 부터 느껴지는 통제할 수 없는 격렬한 살인사건의 발생. 

그런 독특한 구조가  이 책의 구성을 특이하게 만든다. 작가는 책속에서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이 책은 이러한 구조로 쓰여진 것이다. 자 이제는 롤러코스트의 정점에 도달했다. 앞으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제부터 조심하라.... 이런 방식도 이 책이 가지는 독특한 재미에 속한다. 

진부한 일본식 살인사건을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처리한 책의 구성과, 쉽고 빠르게 읽혀지는 글의 문체, 그리고 기존의 작문법에서 멀리 벗어난 작가의 글이 신선하고, 젊은날의 풋풋한 감성이 잘 느껴지는 글들이 강한 흡입력을 발휘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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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Walk 문워크 - 마이클 잭슨 자서전
마이클 잭슨 지음 / 미르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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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중음악에 관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 학창시절에는 좀 더 고상하게 보이는 클래식을 틀어놓으며 그렇게 하면 자신이 좀 더 고상해 보일까 생각을 했었다. 좀 더 나이가 들며, 클래식이 지겨워질때도 난 몇몇 내가 좋아하는 장르와 좋아하는 음악들 외에는 잘 듣지 않는 편협한 음악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추구하려고 하여도 세상에 대해 완전히 귀를 막고 살지 않는 한에는 그 유명한 아티스트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는 말 그대로 한 세대를 풍미한 시대의 아이콘이었으로. 솔직히 말해서 난 그가 한창인 그 시절에도 그의 음악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진 않았었다.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또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늘 그의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길가에서 버스에서 항상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편견의 힘은 그렇게 강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좀 더 관대해지고, 내가 미처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생각이 변해갈무렵 마이클의 음악도 변해갔었다.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한 노래가 나올 무렵에는 나도 진심으로 그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고, 그의 전성기의 그 화려한 춤과 음악은 전처럼 그렇게 자주 접할수가 없었다.

 

얼마전 그의 죽음을 계기로 접하게 된 일련의 특집방송 보면서 그의 음악세계를 비로소 진지하게 음미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미 죽어서 관속에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야 비로소 그의 진가를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 일인가. 하긴 많은 위대한 사람들이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정당한 대접을 받게 되었었다.

 

그러나 마이클 잭슨은 나같은 일부 편협한 사람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전에 많은 환호와 영광을 누렸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가 어떻게 성장해왔고, 그의 이름이 유명해지기까지 어떤 과정들을 겪었는지를 잘 알수가 있었다. 자서전의 형식을 빌렸으나 그의 삶에 대한 일방적인 칭찬이라기 보다는, 그가 성장해온 과정을 잘 정리한 연대기적인 형식을 가진 이 책은 그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한 사람의 아티스트가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세월동안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그의 타고난 천재성과 더불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로 하는지가 잘 표현된 책이다. 이 책은 쉽게 읽히는 문장과 세밀한 심리묘사를 객관적인 자료들과 함께 잘 엮은 보기 드물게 잘 만들어진 책이다. 당시의 음악환경과 어린이 음악스타가 한사람의 진정한 뮤지션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과정들이 잘 드러나고 있다.

 

아쉽게도 이 책은 그가 아직은 젊었던 시절에 나온 것이기에, 그의 죽음에 임박한 시점의 일들에 대한 기록은 찾을수가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벌써 그는 죽음직전에 그를 괴롭혔던 많은 일들에 대한 고통스러운 술회를 털어놓고 있다. 성형시비에 관한 말들, 그를 둘러싼 수많은 음해와 근거없는 이야기들이 그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는지, 또 그 자신이 그런 말들에 대해서 내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을 했는지를 잘 알수가 있다.

 

그의 생애의 조금 더 뒷 부분의 이야기까지 담겨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생각하면, 그가 생전에 미리 이렇게 자서전을 나겼다는 것이 뒤늦게 그를 좋아하게 된 나같은 사람이나, 진즉에 그를 좋아했으나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에 굶주리던 사람들에게 그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줄수 있는 결과를 나았다. 그는 이미 언제 찾아올지 모를 갑작스른 그의 죽음을 예견했던 것일까.

 

천재들은 일찍 세상을 떠난다. 그의 죽음은 영화로웠었다. 그러나 좀 더 그와 함께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은 어쩔수가 없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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