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의 숲 살인사건 미스터리 야! 4
아시하라 스나오 지음, 김주영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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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읽히는 문체가 좋다. 글이 쉽게 읽힌다. 내용이 가벼워서라기 보다는 이야기를 눅눅하고 끈적거리지 않고 경쾌하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화법이 마음에 든다. 책의 내용은 살인사건을 다루는 미스테리 물에 속하지만, 일본의 전형적인 장르소설과는 다른 인간의 내면에 대한 천착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인간의 내면을 천착하면서 어떻게 경쾌하게 쓸수 있느냐고? 나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작가의 능력이라는 것을. 일본소설의 흔한 소재인 살인사건을 이런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오히려 이 책은 살인사건이 주가 되는 책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 그 인간을 둘러싼 사람들의 삶의 방식. 이런 것이 어떻게 사람의 영혼을 황폐화시키고 트라우마를 주는가른 다루는 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내용을 칙칙하지 않고 발랄한 문체로 잘 포장한 것이 이 책의 노련함이자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적인 소재. 원혼, 신사. 가문의 성공과 몰락. 그런 것의 그늘이 깃들어진 묘한 집안의 분위기. 누군가가 노려본다는 느낌. 가족의 해체와 그로 인한 아픔... 이런 것들이 젊은 소녀들의 우정과 성장과 맞물리면서 일본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보편화하는데 성공한 책이라고 할까.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파격적인 작화법이다. 글의 초반은 무척 감성적이고 다감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말처럼 롤러코스트를 타고 높은 출발점을 향해 올라갈때의 두근거리는 가슴같은 향긋한 젊음이 묻어나는 풋풋함과 아름다움마저 깃들어 있는 책이다. 그리고 마침내 정점에 올랐을떄부터 느껴지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그리고 롤러코스트가 마침내 급강하를 하면서 부터 느껴지는 통제할 수 없는 격렬한 살인사건의 발생. 

그런 독특한 구조가  이 책의 구성을 특이하게 만든다. 작가는 책속에서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이 책은 이러한 구조로 쓰여진 것이다. 자 이제는 롤러코스트의 정점에 도달했다. 앞으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제부터 조심하라.... 이런 방식도 이 책이 가지는 독특한 재미에 속한다. 

진부한 일본식 살인사건을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처리한 책의 구성과, 쉽고 빠르게 읽혀지는 글의 문체, 그리고 기존의 작문법에서 멀리 벗어난 작가의 글이 신선하고, 젊은날의 풋풋한 감성이 잘 느껴지는 글들이 강한 흡입력을 발휘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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