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oon Walk 문워크 - 마이클 잭슨 자서전
마이클 잭슨 지음 / 미르북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난 대중음악에 관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 학창시절에는 좀 더 고상하게 보이는 클래식을 틀어놓으며 그렇게 하면 자신이 좀 더 고상해 보일까 생각을 했었다. 좀 더 나이가 들며, 클래식이 지겨워질때도 난 몇몇 내가 좋아하는 장르와 좋아하는 음악들 외에는 잘 듣지 않는 편협한 음악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추구하려고 하여도 세상에 대해 완전히 귀를 막고 살지 않는 한에는 그 유명한 아티스트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는 말 그대로 한 세대를 풍미한 시대의 아이콘이었으로. 솔직히 말해서 난 그가 한창인 그 시절에도 그의 음악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진 않았었다.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또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늘 그의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길가에서 버스에서 항상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편견의 힘은 그렇게 강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좀 더 관대해지고, 내가 미처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생각이 변해갈무렵 마이클의 음악도 변해갔었다.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한 노래가 나올 무렵에는 나도 진심으로 그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고, 그의 전성기의 그 화려한 춤과 음악은 전처럼 그렇게 자주 접할수가 없었다.
얼마전 그의 죽음을 계기로 접하게 된 일련의 특집방송 보면서 그의 음악세계를 비로소 진지하게 음미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미 죽어서 관속에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야 비로소 그의 진가를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 일인가. 하긴 많은 위대한 사람들이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정당한 대접을 받게 되었었다.
그러나 마이클 잭슨은 나같은 일부 편협한 사람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전에 많은 환호와 영광을 누렸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가 어떻게 성장해왔고, 그의 이름이 유명해지기까지 어떤 과정들을 겪었는지를 잘 알수가 있었다. 자서전의 형식을 빌렸으나 그의 삶에 대한 일방적인 칭찬이라기 보다는, 그가 성장해온 과정을 잘 정리한 연대기적인 형식을 가진 이 책은 그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한 사람의 아티스트가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세월동안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그의 타고난 천재성과 더불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로 하는지가 잘 표현된 책이다. 이 책은 쉽게 읽히는 문장과 세밀한 심리묘사를 객관적인 자료들과 함께 잘 엮은 보기 드물게 잘 만들어진 책이다. 당시의 음악환경과 어린이 음악스타가 한사람의 진정한 뮤지션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과정들이 잘 드러나고 있다.
아쉽게도 이 책은 그가 아직은 젊었던 시절에 나온 것이기에, 그의 죽음에 임박한 시점의 일들에 대한 기록은 찾을수가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벌써 그는 죽음직전에 그를 괴롭혔던 많은 일들에 대한 고통스러운 술회를 털어놓고 있다. 성형시비에 관한 말들, 그를 둘러싼 수많은 음해와 근거없는 이야기들이 그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는지, 또 그 자신이 그런 말들에 대해서 내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을 했는지를 잘 알수가 있다.
그의 생애의 조금 더 뒷 부분의 이야기까지 담겨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생각하면, 그가 생전에 미리 이렇게 자서전을 나겼다는 것이 뒤늦게 그를 좋아하게 된 나같은 사람이나, 진즉에 그를 좋아했으나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에 굶주리던 사람들에게 그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줄수 있는 결과를 나았다. 그는 이미 언제 찾아올지 모를 갑작스른 그의 죽음을 예견했던 것일까.
천재들은 일찍 세상을 떠난다. 그의 죽음은 영화로웠었다. 그러나 좀 더 그와 함께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은 어쩔수가 없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