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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배마 송
질 르루아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누가 누구를 이용한 것일까. 아니다. 그런 것은 상관없다. 내가 강한 충격을 남긴것은 그 두사람이 삶을 살다간 그 강한 힘때문이니까. '힘' 그렇다. 그것은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두사람이 그 시대를 주름잡았다거나, 그 두사람은 짧지만 황금같았던 시기의 아이콘이었다고 하거나,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사람들이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은 때로(많이) 비루하고, 떄로 서로를 증오하고, 떄로 서로를 이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었다. 비록 일반적인 사람들이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식과는 많이 다른 방식이었지만 말이다.
앨라바마 토박이. 해마다 토네이도가 몰아치는 그곳에서 성장한 젤라는 앨라바마의 토네이도처럼 소용돌이치는 삶속으로 머뭇거리지 않고 걸어들어갔다. 그 젊은 나이게 그녀는 뉴욕을 헤집고 다니면서 그녀가 할수 있는 모든 것을 누렸다. 남들은 그녀를 비웃고, 남들은 그녀를 경탄했겠지만, 그녀는 그런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토네이도가 어디 사라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존재였던가. 남부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올라온 그녀는 그녀속에 내재된 싱싱한 야성의 힘으로 뉴욕을 휩쓸었고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재즈의 시대.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세상에 이름을 날리던 그 시기를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나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렇게 존경해 마지 않는 그의 남편은 이 책에 의하면 무척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빈한한 가문 출신이나 명예욕에 가득차 있고, 영특한 재능과 결합하여 그는 한동안 그의 시대를 누렸다. 그러나 모든 영광에는 내리막이 있는 법이다. 비극이라면 그들의 영광에 비하여 그들의 삶이 너무 길었다는 것이다. 모든 천재들은 일찍 죽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같은 범인들에게 오래오래 추아을 받아야 한다.
찬사도 영광도.... 더 이상의 아무런 빛나는 추억도 남지 않은 긴 여행을 그들을 서로를 햟퀴고 서로를 상처내고,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그렇게 살았다. 그것도 사랑이 아닐까. 이혼을 하고 사인을 하고 간단히 헤어져서 영원히 다른 남으로 살아가면 될 것인데. 서로가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품고서도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눈부신 젊음이 그들에게 머물러 있을때 운명이 그들을 서로에게로 끌여들인 그 힘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다. 그들은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불타올랐고 그렇게 스러져 힘없이 넘어져갔다.
이 책은 두사람에 대한 전기가 아니다. 두사람의 삶의 연대기에 충실하기는 하지만 많은 부분이 허구이고 추측이다. 그러나 이 책은 아름다운 이야기이자, 멋진 소설이다. 허구와 추측이 결합된 팩션이라고 할까... 아마도 이 책은 내가 읽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 팩션이 될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두부부를 기억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살다간 그 뜨겁고도 쓸쓸한 삶을 기억한다. 아마도 그들의 삶 또한 그러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뜨거운 청춘과 긴 노년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들처럼, 그들을 기리는 그들 또한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