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의 고백 - 당신만 모르는 금융회사의 은밀한 진실
심영철 지음 / 더난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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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쉽고도 유익한 책은 은행과 보험 펀드에 대한 우리들의 잘못된 선입견을 낮낮이 밝혀주는 책이다. 요즘같이 가게의 은행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또 한편으로는 남아도는 돈을 관리하기 위한 여러가지 상품들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에는 특히 유용할 것 같은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쉬우면서도 중요한 포인트들을 놓지지 않고 꼭 집어준다는 점이다. 생각만 해도 머릭 지끈 지끈한 금융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면서도, 쉽고 알찬 내용을 가진 책. 그 이상의 책이 있을까.

 

흔히들 우리는 은행에 가면 고개를 조아라고 친절하게 서비스를 하는 직원들을 만날수 있다. 어떻게 저렇게 한사람 한사람에게 친절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예전에 읽었던 맥도날드에 관한 책의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겉으로 화려하고 친절하고 가격까지 싸게 보이는 맥도날도의 음식에는 철저한 비용관리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낮은 식자재 원가는 말할 것도 없고, 친절해 보이는 고객 앞에 길게 줄서는 손님의 시간비용, 깔끔해 보이기는 하나 오래 않아 있기 불편하도록 고안한 의자 때문에 빨리 손님을 나가게 하는 것... 그런 것에 싸면서도 많은 이익을 올리는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은행을 이용할때 , 혹은 금융자문을 받을때 우리가 받는 친절은 절대로 공짜가 아니다. 고객의 입장이 아니라 은행의 입장에서 생각할때 그들이 하는 모든 행동은 철저하게 계산된 것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IMF를 겪은 후 소위 선진금융기법이 도입되어, 현금인출기를 사용하는데에도 돈을 내야 하는 세상이 아닌가. 그런데도 친절하게 대하는 데에는 그만한 친절비용이 어딘가에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친절에 혹해서 꼬치꼬치 따지지 안고 넘어가다 보면 얼마나 큰 손해를 보게 되는지 이 책은 우리에게 실감나게 알려주고 있다.

 

주거래 고객제도의 허점은 무엇인지, CMA의 실제 이율은 얼마나 되는지, 고금리 저축은 왜 위험한지, 보험판매사나 보험사의 실제 수수료가 얼마나 되는지, 주택연금이나 연금보험을 더는 것이 왜 현명하지 않은 선택인지.... 펀드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읽고 보면 100% 옳은 말이지만 매일같이 들여다보는 신문의 경제란에서는 잘 가르쳐 주지 않는 내용이 잘 정리된 책이다. 재태크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경처럼 모셔놓고 왜우다 시피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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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읽었던 에리히프름의 '소유냐 존재냐' 를 아직도 잊을수 없다.

 

콩 뽁아 먹듯이 바쁜 일상을 전쟁치루듯이 살아가는 동안 먼 기억속에 아스라히 잊혀져 있을만한 그 기억이 역설적으로 그 바쁜 삶을 종종거리며 살아가는 한가운데서 문득문득 불쑥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것을 찬찬히 생각하고 음미할 여건이 되지 않기에 역설적으로 나는 바쁘지만 뜨겁지 못한 삶의 한 가운데서 그 오래된 옛 기억을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길을 걷다. 길 에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를 보고 그 꽃을 아름다움을 보고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과. 손을 뻗어 그 꽃을 꺽어 자신의 집 화병에 꼿아 소유하는 것을 비유로 든 그 책의 내용은 쉽고도 강렬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존재하는 것에 만족하고 더 나은 존재를 추구할 것이냐, 내가 접하는 모든 것을들 소유하기 위해 탐욕을 부리는 것이 더 나은 것이냐.

 

당시에는 답이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젊었고 세상은 단순하게 보였던 시절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끔 자신에게 묻는 말이 있다. 과연 너는 행복하냐고?

 

친구들은 그 말을 들으면 웃음을 짓곤 한다. "너는 아직도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하고 사느냐고!"

나는 마음 속으로 대답한다. "한가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세상은 나름대로 살아가기 나름이다. 누가 누구의 삶에 대해 무어라고 말을 하겠는가. 살아남기 위해 온갖 힘을 다 쓸수 밖에 없는 이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아찔한 시대에 말이다.

 

누군가 말했다. 세상은 평평하다고. 그렇다. 오늘날의 시대에 세상은 평영하다. 저자는 그말을 기회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으로 말을 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에 대해서 공정한 기회를 가지며 무한정의 경재을 벌일수 있는 최초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 바로 지금 이시점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저자는 말한다. "아무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라!" 신 자유주의를 살아가는 방법은 그것 뿐인지도 모른다. 예전의 시절로 다시 돌아가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싸움. 그리고 그 싸움에서 살아남는 사람의 승자독식의 시대. 우리 눈앞에 보이는 애플과 구글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나는 다시 생각해본다. 헹복을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우리가 노력하는 이유는 단지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다. 더 나은 삶.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잘 짜여진 복잡한 사다리의 더 위쪽으로 옮겨가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까...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지금과 같이 완벽하게 짜여진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그런 여유로움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해 도움을 주는 책을 최근에 접할 수 있었다. 바로 대규모의 전행적인 연구로 이루어진

이름 그래도 행복의 조건에 관한 연구의 결과를 정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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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껏 살아라! - 생의 끝자락에 선 아버지가 아들에게
티찌아노 테르짜니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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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깊이 와 닿는 걸출한 책

 

 

 

 

마음에 맞는 책을 만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책이 참 많다. 흥미로운 책도 있고, 많은 지식을 잘 정리한 책도 있다. 세상 구석구석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책들도 있고, 오늘 하루의 삶에 도움을 주는 책도 있다. 그러나 진정 만나기 어려운 책은 나의 마음에 포근히 안겨드는 책이다. 마치 그 책이 나와 오랫동안 사귀어 온 친구처럼 느껴지고, 그 책을 읽어가는 동안 오랜만에 만난 그리웠던 친구와 긴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느끼는 그런 책말이다.

 

나는 얼마전 그런 책을 만났다. 바로 띠찌아노 테르짜니라는 복잡한 이름을 가진 사나이가 쓴 "네 마음껏 살아라."라는 이름의 책이다.

 
   

그의 삶의 괘적은 나의 삶과 상당부분 닮아 있다. 마치 다른 시대에 다른 장소에서 같은 꿈을 안고 살아간 사람처럼 말이다. 물론 나는 그처럼 여러나라를 돌아다니지도 못했고, 그가 이룬것처럼 많은 업적을 이루지도 못했다. 그처럼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성찰을 하지도 못했다. 그는 모든 면에서 나보다 걸출한 재능을 지녔고, 또 삶을 열심히 살아간 사람이다.

 

그와 나를 연결시키는 단 하나의 공감대는 그가 추구했던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나도 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점이다. 그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며 모든 제약을 극복하고 우수한 인재로 탄생한 것처럼, 나도 그리 순타치만은 않은 삶을 살아왔었다. 그가 성공의 언저리에서 더 높이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처럼, 나도 그런 삶을 선택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가 추구했던 이상들은 나도 한때 추구했던 것들이다. 그가 공감했던 것들은 나도 공감했던 것들이다. 다만 나는 공감만으로 그쳤을 뿐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고, 세상에 거의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내가 그의 책을 읽으면서 깊은 공감을 느끼는 것은, 내가 가지 못한 길을 열심히 걸었던 그에 대한 존경이랄까, 외경심이랄까, 아니면 정신적인 유대감 같은 것을 느끼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노년을 맞이한 것처럼 나 또한 인생의 절정기를 지나가는 안타까움을 느끼기 때문일까.... 

 

나와 그를 구분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그는 행동하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내가 망설이고 주저하고 있을때 그는 동가숙 서가식 하면서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물론 나와 그가 살았던 삶의 시점은 다르지만, 내가 그의 나이쯤에 살며 행했던 일들은 그의 자유로움과 용기를 따라 가기에 한참 모자랐던 것이 사실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무작정 이탈리아에서 독일로 찾아가 마침내 사랑을 얻어냈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유럽의 각국을 신문기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돌아다녔다. 그에게는 신문기자가 될 경력이 미달되어 아무도 채용해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의 끈질김은 결국 그가 신문기자가 될 수 있게 만들고 말았다.
 



그의 치열한 삶을 바라보면서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그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낀 것은 바로 그의 내면 때문이다.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에 헌신하고자 했고, 가정을 지키면서도 세계의 역사가 움직이는 격동의 현장마다 위험을 무릅쓰고 번번히 맨 먼저 달려갔던 사람이 그였었다.

  

68세대의 치열한 공방에 참여하고 있던 그를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의 인력을 친미세력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던 CIA였다. 그는 자신을 친미성향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CIA의 장학금을 받으면서, 아리러니 하게도 당시 자신이 추종하던 거대한 사회변혁의 현장인 중국을 연구하고자 중국어를 배웠던 것이다. 당시의 그에게 거대한 대륙에서 벌어진 사회주의 실험은 진보 그 자체로 느껴졌었다. 또 당시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있었다. 그는 이 책의 저자인 자신의 아들을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쿠바 비자를 만들어 놓기까지 했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분쟁지역에서의 저널리즘에 뛰어들기 위해 싱가포르에 집을 장만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물론이고 베트남에도 바로 들어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그는 사회변혁의 물결이 일렁이는 곳, 혁명과 참상이 일어나는 곳은 어디든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 다녔었다. 베트콩이 장악한 마을에 들어가 취재한 최초의 서방기자였고, 대학살이 벌어지던 캄보디아에 들어갔다 죽음의 직전까지 이르기도 했었다. 

 




 

 
 

 

 
  

 

 

 

 

"진실을 찾아서 세상을 누비는 것, 그게 바로 저널리즘이다."
 

그는 신조는 바로 세상의 진실을 찾는 것이었다.

무엇이 진실이었을까. 베트남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융단폭격을 가하는 미국이 진실이었을까. 무엇이 진실이었을까. 거대한 사회주의 실험을 하면서 문화혁명의 깃발아래 잔인하게 학살과 문화파괴를 자행한 것이 역사의 진실이고 진보였을까.

 

그는 항상 세상이 보다 나은 것이 되기를 바랐었고, 세상이 보다 살만한 곳이 되기를 원했었다. 사람들이 더 나은 삶, 더 정의로운 삶, 더 평화로운 삶을 살수 있기를 원하며 라오스, 미얀마, 네팔, 티벳, 중국을 드나들었다. 거의 모든 곳에서 그가 그곳을 처음으로 찾은 서방기자였었다. 그만큼 정보도 적고, 그만큼 위험도 더 컷었다. 그는 당 시대의 세상의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거의 모든 곳에서, 그 자리에 그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는 68년. 그의 가슴을 두근 거리게 하던 바로 그 구호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상상력에 권력을!" 축구나 패션에 시간과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과는 달리 그는 체 게바라에, 모택동에.... 세상을 바꾸는 전선의 일선에 서 있는 사람들에 열광했었다. 그리고 그는 그 변화의 현장에 함꼐 있기를 원했었다.

 

그러나 폴 포트의 크메르 루즈가 저지른 만행과, 중국의 문화혁명이 가져온 폭력과, 티벳을 짓밟는 사회주의의 모습과, 민족의 독립을 되찾은 베트남이 부패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는 세상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닿게 되었다. 

 
        
 



"혁명은 어린아이 같지. 처음에는 작고 귀엽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야비한 어른으로 변하거든."

 
 이것이 바로 그의 꺠달음이었다. 그가 찾아간 곳은 인도였다. 그러나 그가 인도에서 본 것은 또 다른 허망함이었다. 빈곤과 무지, 혼란과 부패가 바로 인도에서 그가 본 것이었다. 쥐를 숭배하는 사원의 모습과, 수없이 많은 수도자와 현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그가 찾던 대답이 아니었다. 그토록 위대한 변화를 이루어냈던 간디의 비폭력혁명의 힘을 오늘날의 인도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결국 인도를 떠나 히말라야 산 밑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명상의 끝에 그는 깨닳음과 암을 동시에 안은채 고향마을로 되돌아 왔다. 그곳에서 그의 아들과 함께 나눈 대화의 내용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그가 평생을 위험을 무릅쓰고 역동치는 세상의 변화의 현장을 누비면서, 또 히말라야에서의 그 긴 시간동안의 명상을 통해 얻은 꺠달음들을 그의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문제는 근본적으로 인간 본성으로부터 시작해. 인간이 변하지 않으면, 인간이 질적 도약을 이루지 못하면, 물질에 대한 지배를 계속 추구하고 이윤과 사리사욕을 포기하지 않으면, 모든 게 영원히 반복될 뿐이야."
 

 "길은 가는 사람이 찾는 거야. 정해진 길을 따라가면서는 절대 새로운 것을 발견하지 못해."

"고뇌는 사물에 집착하기 때문에 생기는 거야. ‘소유하면 잃을까 두렵고, 없으면 갖고 싶어 안달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그는 이런 말을 하고 싶어을 것 같다. '모든 변혁의 처음은 열정에 사로잡혀 신선하지만, 그것이 성공을 거두고 공과를 따지는 시기가 오면 사람들은 변하곤 한다'고. 바로 내 주변에서도 일어났던 일이 아닌가. 4.19 세대라는 사람들이 하는 정치가 왜 저렇게 비민주적인가를 탄식하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은뒤, 그들이 권위적으로 비도덕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모든 변화에 대한 환멸과 실망감을 나 또한 느끼지 않았던가.

 

그토록 세상을 인식하고 나와 우주, 내 주변에 대한 성찰과 참과 옳음에 대한 갈구로 가득차 있던 내 젊음의 열기도 서서히 식어버렸다. 내는 대신에 주변을 벽으로 둘러싸고 내 자신과 책과의 대화만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선택을 했다. 이 책을 읽어서 무엇을 하고 세상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하는 생각은 접어둔 채, 오로지 인식을 위한 인식에만 빠져서 지내던 시절이었다.

 

저자도 나와 비슷한 길을 걸었던 것 같다. 좌절과 허무를 겪은 그가 찾아간 곳은 인도였다. 그러나 그가 인도에서 본 것은 또 다른 허망함이었다. 빈곤과 아픔은 그에게 낮선 것이 아니었지만, 쥐를 숭배하는 사원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습. 그런 것은 그가 간디의 비폭력 혁명을 찬양하며 갈구하던 인도의 모습이 아니었다. 더더욱 그가 참기 힘들었던 것은 구도자 행세를 하며 인도에서 청춘을 소비하고 있는 서구인들의 모습이었다.

 

깨달은자, 혹은 깨닳음을 추구하는 자로 행세하며 인도의 지천에 늘려 있는 자들에 대한 느낌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는 인도를 떠나 히말라야 산으로 들어가 길고 깊은 명상의 시간이 침잠하게 되었다. 마침내 그가 마음의 편안함과 암이라는 병을 함께 가지고 그의 고향마을로 되돌아오게 되었을떄도 그는 결코 자신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나날이 다가오는 죽음이 두렵지 않고, 다만 자신의 앋을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을 뿐이다.

 

바로 "네 마음껏 살아라" 그는 이말을 해주고 싶어서 그의 사랑하는 아들과 인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함께 보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장학금을 받으며 두개의 박사학위를 받았으나,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전세계의 변혁의 현장을 돌아다니며 세상의 변화를 추구했던 그. 더 이상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성을 잃어버리는 혁명들의 현장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좌절감에 빠져들었던 그는 깊은 침묵과 명상의 수련을 통해, 이제 몸은 늙은 현자의 외양을 하고 있으나 그의 마음은 어린 시절 세상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그 소년과 다르지 않다. 긴 세월을 지나 세상의 많은 모습을 보고 느낀 그가 느낀 것은 물질을 추구하지않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서 가고,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삶이 었다.

 

마치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어떤 아집도 가지고 있지 않고, 무엇을 얻으려고 영악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삶을 살라고 그의 아들에게 이야기하고, 그의 아들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전해듣는 우리들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새상은 늘 움직이고 늘 변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출렁이는 바로 그 세상이라는 배에 타고 있는 승객이자, 우리들 자신이 바로 세상이라는 배를 구성하는 부품들 중 하나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사회를 바꾸고자하는 열망이 분출하던 역동의 시대였고, 그가 누비고 다녔던 곳은 거대한 사회적 실험이 일어났던 그의 모든 곳이었다. 그 모든 경험을 겪은 후에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바로 물질과 편견과 욕망에 사로 잡히지 말고 '네 마음껏 살아라' 라는 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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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껏 살아라! - 생의 끝자락에 선 아버지가 아들에게
티찌아노 테르짜니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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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가지로 읽을수가 있다. 하나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서 세속적인 욕망에 빠지지 않고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른 일을 실행해서 마침내 전 세계가 알아주는 저널리스트로 우뚝 선 한 사나이의 인간 스토리이다. 또 하나는 그가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60년-70년대 이른바 새로운 사회가 가능하다는 희망이 넘쳐나던 시대의 현장마다 서 있었던 그 과정을 추적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 죽음을 앞 둔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이 있다.

 

그가 태어난 이탈리아의 그 시기는 어려웠던 시기였다. 물론 세상에 더 어려운 나라 더 어려운 시기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모든 것은 그 주위의 사물과 비교되듯이, 온 세상을 둘러본 그에게도 어린 시절의 추억은 영원히 각인된 삶의 원형이었을 것이다. 놀이터 뒤의 기차 선로위로 일상적 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하던 시절, 단지 다른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구경하기 위해 먼 길을 걸어서 자기를 데려가주던 부모님의 쓸쓸한 모습...

 

그러나 그는 훌륭한 젊은이로 성장했고 가난을 딛고 일어서 부를 손에 넣으려는 열망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되지 않았다. 그는 대신에 아름답지 않지만 그 자유로움이 마음에 들었던 여인을 따라 독일까지 쫒아가서 사랑을 얻어낸 로맨티스트였고,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을 지원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업을 골라서 취직했던 세상을 사랑했던 젊은이였다. 자신보다 세상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을, 희망을 위한 도전을.... 그가 젊은 시절을 보냈던 1960년대의 지적분위기의 온상에서 그는 세상의 변화의 현장을 찾아 돌아다니는 저널리스트가 되었다.

 

미국의 반전 운동, 쿠바혁명, 유럽의 68혁명, 베트남 전쟁. 캄보디아 내전, 라오스의 참혹함. 그리고 중국, 미얀마.... 그는 당시 세계의 변혁의 움직임이 있던 곳 그 어디에나 현장에 서 있었다. 그곳에서 보이는 외피가 아니라, 그 외피 뒤에 숨어 있는 삶의 진정한 모습을 보았다. 그는 어느곳에서나 희망을 찾았다. 베트남 민중의 투쟁에서, 체 게바라의 날선 구호에서, 대륙을 바꾸는 중국의 거대한 변화에서 희망을 꿈꾸었다.

 

그러나 역사는 그 기대를 저버렸다. 그토록 절도 있었던 베트남의 전사들은 승전의 전과를 누리는 폭압자로 변했고, 거대한 중국의 수많은 사람들을 굶주림에서 건져내었던 대단한 혁명은 결국은 자본주의보다 더 못한 결과만을 나았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폴 포트는 자국의 어마어마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말았다. 그는 마침내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말았던 것일까. 아니다. 그가 훨씬 더 나은 여건을 뿌리치고 인도를 찾았던 것은 구도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간디이 비폭력이 만들어낸 독립과 정신적인 힘의 승리의 현장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인도에서 가난과 무질서와 비합리성과 서방에서 인도에서 구도를 하기 위해 왔다는 명분으로 어질러진 인간 쓰레기들의 모습을 보았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인도에는 수많은 구도자와 소위 꺠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는 어디에서도 진리를 찾아내지 못했었다. 히말라야 산 밑에서의 수년간의 명상을 거친 후에 그는 많은 것을 버릴수 있었다. 자유로움이라는 것, 내가 그 뜻을 언어로 전달할 수 없지만, 책을 통해서 가슴으로 느낄수 있는 것. 그는 그것과 암을 선물로 얻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무엇이 올바른 삶일까... 그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는 그런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의 아들에게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라고 말할 뿐이다. 그는 스스로 말한다. 자신은 꺠달은 자가 아니라고, 또 자신에게 10년이라는 시간이 더 주어지더라도, 그 시간을 깨달음을 위해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없노라고. 그저 지금의 자신으로 만족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며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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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강 - 미래를 읽는 기술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더난출판사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통쾌한 책이다. 그러나 유쾌, 상쾌하기 까지는 않다. 그 이유는 이 책이 2% 모자라서가 아니다. 이 책이 통쾌하게 파헤치는 경제전망이 암울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을 꺠닫고 나서도 유쾌하거나 상쾌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신문보다만보면서 '이건 아닌데...' 라고 답답한 마음을 가지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가슴에 맺힌 체증을 쑥 뚤어주는 통쾌함을 주는 책인 것은 틀림없다.

 

같은 경제현상을 보고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나야 경제에 대해 문외한이니, 남들이 경제에 대해서 열변을 토할때도 쥐죽은 듯이 가만히 않아서 듣기만 한다. 이말을 들으면 이 말도 일리가 있고, 저말을 들으면 저말도 일리가 있다. 일반인들이 하는 말들의 논리조차 그럴진데, 소위 경제 전문가들이 써대는 칼럼에서 뭔가 미진한 점을 느끼더라도 그것이 어떤 점에서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콕 집어서 말할수 없는 것이 일반인들의 성정일 것이다.

 

경제특강이라는 요즘 기준으로 볼떄 별로 쇼킹하지 않은 평범한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현란한 색체를 사용하지도 않고, 굵고 큰 글씨를 남발하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의 이야기를 뒷받침할 이해하기 쉬운 그래프와 도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경제와 관련된 도표가 이렇게 쉬울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사실 처음 깨달았다. 왠지 모르게 이 책의 그래프와 도표는 쏙쏙 이해가 되고, 굳이 이해를 할려고 머리를 쥐어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비록 경제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나도 또한 이 험난한 시대에 몸을 싣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하나이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당연히 쉽게 쓰여진 경제전망에 관한 책들을 즐겨 읽지 않을수가 없다. 그러다 김광수경제연구소라는 것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최근 몇달동안 그 민간 연구소에서 펴낸 책만 몇권을 읽었다. 책들의 저자는 다 다르지만, 내용은 일관성이 있고, 우리 경제의 맥을 잘 짚어낸다는 느낌을 받아온 터였다.

 

그런데 이 책 경제특강은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펴낸 책들중 백미라고 할만한 책인 것 같다. 그동안의 책들이 각각의 분야에 대해서 단편적인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미국, 중국, 유럽, 일본의 경제를 먼저 분석한 다음, 그런 세계적 경제추세속에서 한국의 경제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시원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이 보여주는 내용은 상당히 암울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상황이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대처를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일간지 경제면에 질린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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