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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껏 살아라! - 생의 끝자락에 선 아버지가 아들에게
티찌아노 테르짜니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세가지로 읽을수가 있다. 하나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서 세속적인 욕망에 빠지지 않고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른 일을 실행해서 마침내 전 세계가 알아주는 저널리스트로 우뚝 선 한 사나이의 인간 스토리이다. 또 하나는 그가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60년-70년대 이른바 새로운 사회가 가능하다는 희망이 넘쳐나던 시대의 현장마다 서 있었던 그 과정을 추적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 죽음을 앞 둔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이 있다.
그가 태어난 이탈리아의 그 시기는 어려웠던 시기였다. 물론 세상에 더 어려운 나라 더 어려운 시기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모든 것은 그 주위의 사물과 비교되듯이, 온 세상을 둘러본 그에게도 어린 시절의 추억은 영원히 각인된 삶의 원형이었을 것이다. 놀이터 뒤의 기차 선로위로 일상적 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하던 시절, 단지 다른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구경하기 위해 먼 길을 걸어서 자기를 데려가주던 부모님의 쓸쓸한 모습...
그러나 그는 훌륭한 젊은이로 성장했고 가난을 딛고 일어서 부를 손에 넣으려는 열망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되지 않았다. 그는 대신에 아름답지 않지만 그 자유로움이 마음에 들었던 여인을 따라 독일까지 쫒아가서 사랑을 얻어낸 로맨티스트였고,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을 지원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업을 골라서 취직했던 세상을 사랑했던 젊은이였다. 자신보다 세상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을, 희망을 위한 도전을.... 그가 젊은 시절을 보냈던 1960년대의 지적분위기의 온상에서 그는 세상의 변화의 현장을 찾아 돌아다니는 저널리스트가 되었다.
미국의 반전 운동, 쿠바혁명, 유럽의 68혁명, 베트남 전쟁. 캄보디아 내전, 라오스의 참혹함. 그리고 중국, 미얀마.... 그는 당시 세계의 변혁의 움직임이 있던 곳 그 어디에나 현장에 서 있었다. 그곳에서 보이는 외피가 아니라, 그 외피 뒤에 숨어 있는 삶의 진정한 모습을 보았다. 그는 어느곳에서나 희망을 찾았다. 베트남 민중의 투쟁에서, 체 게바라의 날선 구호에서, 대륙을 바꾸는 중국의 거대한 변화에서 희망을 꿈꾸었다.
그러나 역사는 그 기대를 저버렸다. 그토록 절도 있었던 베트남의 전사들은 승전의 전과를 누리는 폭압자로 변했고, 거대한 중국의 수많은 사람들을 굶주림에서 건져내었던 대단한 혁명은 결국은 자본주의보다 더 못한 결과만을 나았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폴 포트는 자국의 어마어마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말았다. 그는 마침내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말았던 것일까. 아니다. 그가 훨씬 더 나은 여건을 뿌리치고 인도를 찾았던 것은 구도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간디이 비폭력이 만들어낸 독립과 정신적인 힘의 승리의 현장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인도에서 가난과 무질서와 비합리성과 서방에서 인도에서 구도를 하기 위해 왔다는 명분으로 어질러진 인간 쓰레기들의 모습을 보았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인도에는 수많은 구도자와 소위 꺠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는 어디에서도 진리를 찾아내지 못했었다. 히말라야 산 밑에서의 수년간의 명상을 거친 후에 그는 많은 것을 버릴수 있었다. 자유로움이라는 것, 내가 그 뜻을 언어로 전달할 수 없지만, 책을 통해서 가슴으로 느낄수 있는 것. 그는 그것과 암을 선물로 얻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무엇이 올바른 삶일까... 그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는 그런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의 아들에게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라고 말할 뿐이다. 그는 스스로 말한다. 자신은 꺠달은 자가 아니라고, 또 자신에게 10년이라는 시간이 더 주어지더라도, 그 시간을 깨달음을 위해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없노라고. 그저 지금의 자신으로 만족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며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지금이 행복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