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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 브랜드 스타를 만드는 상상 엔진
서용구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오늘날 모든 것은 브랜드이다. 거꾸로 브랜드는 모든 것이다. 화사도, 제품도, 사람도 브랜드이고, 또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브랜드는 가치의 원천이다. 예전에 실질적 사용가치가 가치의 원천이었다면, 오늘날은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가치가 가치의 원천이다. 세상이 복잡해졌기 때문일까, 복잡한 세상에서 자신을 쳐다봐 달라는, 자신을 인정해 달라는, 그리고 자신을 소비해 달라는 신호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일까. 사람들의 눈에 뜨이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사람들에게 가치를 인정받고, 드디어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의 생존방식이다. 물건이든, 기업이든, 사람이든...
브랜드가 모든 것인 세상에서는 더 뛰어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래서 서점에 늘리는 책들은 한결같이 더 뛰어난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서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아니다. 저렇게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방식이다. 브랜드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책들이 서로가 자신이 주목을 받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며, 저 자신의 브랜드를 목청껏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한번 보라. 독특한 표지. 크다란 크기로 검게 쓰여진 I.D.EA. 라는 강렬한 느낌의 영문 글자. 그 위에 쓰여진 '브랜드 스타를 만드는 상상엔진' 이라는 작고 붉으면서 서술형의 글자. 바로 그 위에 그려진 희미하지만 모습을 분명히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상표와 로고들. 관심을 기울여서야 파악할 수 있도록 일부러 희미하게 처리한 그림. 그리고 표지 전체를 감싸는 편안한 아이보리 색깔의 바탕.
이 책은 표지에서 자신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을 이미 잘 나타내고 있다. 그림에 들어 있는 로고들로 표현되는 이 책 자체에 대한 'identity' 그리고 그 아이덴티티를 희미하게 처리해서 싸구려가 아닌 고급의 이미지를 풍기는'differention' 다음에 편안한 아이보리 색 바탕이 우리에게 끼치는 소박한 듯하지만 강력한 'emotion' 그리고 강력한 인상의 검정색 I.D.E.A라는 네 단어가 다른 모든 요소들과 함께 어우려지며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강력한 'aura'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미 표지에 다 나타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자신의 내용을 스스로가 잘 실현하고 있는 대단한 책이다.
책의 내부도 마찬가지다. 사실 브랜드에 관해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얼마나 많은 책들이 브랜드를 논해왔던가. 얼마나 많은 브랜드에 관한 이론들이 존재해 왔던가. 이 책은 그 많은 브랜드에 관한 이론들을 집대성한 것일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집대성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책이다. 훌륭한 브랜드는 좋은 내용물을 역은 것 그 이상이 아니었던가. 이 책은 브랜드에 관한 이론을 얼기설기 엮은 것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특별하다.
너무 길지 않은 문장들. 지겨워 질만 하면 나타나는 독특한 무늬의 기하학적 무늬의 배치. 적절한 사진. 글씨체의 독특함. 빠르게 설명하고 지나가지만 중요한 내용은 놓지지 않는 깔끔한 설명. 내용과 시각적 효과가 무척 독특하게 잘 어울리며 독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책이다. 또한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이 단순한 열거가 아니라, 'identity' 'differention' 'emotion' 'aura' 라는 이 책의 기본 주장에 맞도록 적절한 내용을 적절히 레이아웃 하여 이 책 자체의 개성을 뚜렷이 살린 것이 돋보이는 책이다.
즉 이 책은 자기 실현적인 책이다. 브랜드에 관해 말하면서, 정작 책 자신은 브랜드가 되지 못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 책 자신에게 스스로 실현함으로써, 바로 이 책이 구현하는 것처럼 다른 것에도 구현하면 브랜드 스타가 될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웅변하고 있는 영악한 책인 것이다. 많은 책들을 보고 더 훌륭한 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내가 접한 것 중에선 가장 자기실현적인 독특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