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
정준호 지음 / 삼우반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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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지성이라는 것은 또 무엇일까. 오늘날은 사어가 되다시피한 이 말들이 사실은 전공용어 몇마디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날처럼 대학이 산학공동연구를 위한 기지가 아니라, 세상을 살펴보고 선도하는 지성의 전당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저자는 아마도 그런 생각의 세례를 듬뿍 받고 살았던 사람인것 같다.

 

1972년 생이라면 그가 대학을 다닐때의 학교분위기는 상당히 척박했을 것이다. 돈이 되는 공부를 찾아서 하는 요령이 빠른 사람들이 앞서가는 시절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가. 슈베르트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위해 음악을 틀어주던 작곡과를 다니던 DJ 아버지가 생산한 우량품이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그는 어릴적부터 교양에 가득한 환경에서 자랄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수준높은 예술을 접하는 것이 교양을 쌓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어려서부터 열심히 음악을 들었고 차이코프스키는 '우수'이고 드뷔시는 '환상'이라는 것을 체득하며 자랄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독문학을 전공한 그의 전공과 더불어 음악에 대한 조애는 문학과 지성사에 대한 지식의 깊이와 더불어 이 책을 쓸 수 있는 내공을 쌓는 원천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그의 인생역정이나 그의 삶의 괘적을 다루는 책은 아니다. 이렇게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성장한 사람의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잘 숙성된 음악과, 그에 관련된 인문학적 지식이 어울러지는 교양의 성찬이 바로 이 책이다. 요즘 KBS1 FM 에서도 잘 듣기 힘든 클래식 음악의 주옥같은 곡들의 이름을 만날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책이다.

 

예전 음악다방에서 수준높은 DJ 의 멘트를 통해서 간간히 들을 수 있었던 음악에 대한 폭넓고 깊은 배경지식에 관한 무궁한 지식들이 담긴 것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음악이 음악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연결된 문학과 역사에 관해서. 음악이 들어서 좋은 음들의 배열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숨결이 같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의 속으로... 요즘 세상에서 만나기 힘든 지식의 진수성찬이 담긴 책을 찾는다면 바로 여기에 있는 이 책이다.

 




  

 

 

 

 

 

 

 

 

 

 

 

 

 

 

 

 

 
바로 이 그림과 그림에 대한 해설과 같이 낭만주의 음악을 해설하면서 낭만주의 그림이 같이 등장하고, 낭만주의의 저변에 깔린 예술가의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면 어떤 책을 찾아야 그런 내용을 접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책 '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제야 이 책의 제목이 왜 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인지가 이해가 된다. 음악을 음악으로만 듣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그에 관련된 풍부한 인문학적 텍스트를 함께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진정으로 음악을 깊이 이해하는 방법이라는 저자의 뜻이 담겨 있는 제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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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riend CREATIVITY! - Do you see him?
여훈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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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저자가 썻다. 놀랍도록 반갑다. 저자는 광고쟁이란다. 즉 광고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인지 이 책은 광고풍으로 넘쳐난다. CF 에서나 볼것 같은 영상. 광고 카피같은 글들. 예쁘고 아가자기한 편집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전하는 내용은 가볍지 않다. 광고를 가벼운 여흥거리쯤으로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놀랄수 있다. CF 를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그렇게 간단치 많은 않다. 이 책에 담긴 사진 한장 한장이 갖는 힘은 무척 세다.

 

이 책의 글들을 군데군데 곁들여진 멋진 위트와 감각이 넘쳐나는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대하는 것은 무척 색다른 경험이다. 영상경험이면서 인생의 지혜가 넘쳐나는 매우 독특한 체험이 된다. CF를 보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CF의 여운은 오래간다. 그래야 살아남는 CF가 된다.

 

좋은 글을 쓴다고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그 글을 읽는 사람이 마음에 받아들여야 실행할 준비가 되는 것이고, 행동의 변화는 그 다음에 나타날 순서이다. 이 책은 읽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아름다운 영상을 따라가다 보면 내 마음이 설득당하는 것을 느낄수 있다.

 

교회에 가지 않는 사람들도 CF에서 가난한 이들의 영상을 보여주면 기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 책의 설득력은 바로 그와 같은 것이다. 참 이 책은 결코 기부하라고 설득하지 않는다. 더 나은 삶을 살라고, 그 준비는 이미 우리들 속에 다 되어 있다고 설득한다.

 

다시 책제목을 보자. '나의 친구 창조성' 이 책은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창조성을 일깨우고, 오늘 당장 긍정적인 삶을 살라고 내 속에 잠은 욕망을 일깨우는 책이다. 방금 이 문장은 약간의 거부감이 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저자와 같은 글을 쓸수가 없나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 책의 내용은 이 서평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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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 브랜드 스타를 만드는 상상 엔진
서용구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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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모든 것은 브랜드이다. 거꾸로 브랜드는 모든 것이다. 화사도, 제품도, 사람도 브랜드이고, 또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브랜드는 가치의 원천이다. 예전에 실질적 사용가치가 가치의 원천이었다면, 오늘날은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가치가 가치의 원천이다. 세상이 복잡해졌기 때문일까, 복잡한 세상에서 자신을 쳐다봐 달라는, 자신을 인정해 달라는, 그리고 자신을 소비해 달라는 신호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일까. 사람들의 눈에 뜨이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사람들에게 가치를 인정받고, 드디어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의 생존방식이다. 물건이든, 기업이든, 사람이든...



브랜드가 모든 것인 세상에서는 더 뛰어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래서 서점에 늘리는 책들은 한결같이 더 뛰어난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서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아니다. 저렇게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방식이다. 브랜드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책들이 서로가 자신이 주목을 받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며, 저 자신의 브랜드를 목청껏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한번 보라. 독특한 표지. 크다란 크기로 검게 쓰여진 I.D.EA. 라는 강렬한 느낌의 영문 글자. 그 위에 쓰여진 '브랜드 스타를 만드는 상상엔진' 이라는 작고 붉으면서 서술형의 글자. 바로 그 위에 그려진 희미하지만 모습을 분명히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상표와 로고들. 관심을 기울여서야 파악할 수 있도록 일부러 희미하게 처리한 그림. 그리고 표지 전체를 감싸는 편안한 아이보리 색깔의 바탕.



이 책은 표지에서 자신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을 이미 잘 나타내고 있다. 그림에 들어 있는 로고들로 표현되는 이 책 자체에 대한 'identity' 그리고 그 아이덴티티를 희미하게 처리해서 싸구려가 아닌 고급의 이미지를 풍기는'differention' 다음에 편안한 아이보리 색 바탕이 우리에게 끼치는 소박한 듯하지만 강력한 'emotion' 그리고 강력한 인상의 검정색 I.D.E.A라는 네 단어가 다른 모든 요소들과 함께 어우려지며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강력한 'aura'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미 표지에 다 나타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자신의 내용을 스스로가 잘 실현하고 있는 대단한 책이다.



책의 내부도 마찬가지다. 사실 브랜드에 관해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얼마나 많은 책들이 브랜드를 논해왔던가. 얼마나 많은 브랜드에 관한 이론들이 존재해 왔던가. 이 책은 그 많은 브랜드에 관한 이론들을 집대성한 것일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집대성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책이다. 훌륭한 브랜드는 좋은 내용물을 역은 것 그 이상이 아니었던가. 이 책은 브랜드에 관한 이론을 얼기설기 엮은 것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특별하다.



너무 길지 않은 문장들. 지겨워 질만 하면 나타나는 독특한 무늬의 기하학적 무늬의 배치. 적절한 사진. 글씨체의 독특함. 빠르게 설명하고 지나가지만 중요한 내용은 놓지지 않는 깔끔한 설명. 내용과 시각적 효과가 무척 독특하게 잘 어울리며 독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책이다. 또한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이 단순한 열거가 아니라, 'identity' 'differention' 'emotion' 'aura' 라는 이 책의 기본 주장에 맞도록 적절한 내용을 적절히 레이아웃 하여 이 책 자체의 개성을 뚜렷이 살린 것이 돋보이는 책이다.



즉 이 책은 자기 실현적인 책이다. 브랜드에 관해 말하면서, 정작 책 자신은 브랜드가 되지 못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 책 자신에게 스스로 실현함으로써, 바로 이 책이 구현하는 것처럼 다른 것에도 구현하면 브랜드 스타가 될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웅변하고 있는 영악한 책인 것이다. 많은 책들을 보고 더 훌륭한 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내가 접한 것 중에선 가장 자기실현적인 독특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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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2 - 금권천하 화폐전쟁 2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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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에 관해 사유할 때 잘 놓치는 것이 있다. 혁명과 전쟁같은 거대한 변혁에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자금이나 혁명의 자금이 없이 어떻게 부대를 움직이고, 혁명에 필요한 자원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어느날 갑자기 분노한 사람들이 몰려들어 정부를 무너뜨리고 역사를 바꿧다고 생각하는 것은 역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전쟁을 뛰어난 기술과 용감한 병사, 훌륭한 지도자가 승리로 이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내가 접했던 대부분의 역사서는 혁명과 전쟁의 승패에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거의 다루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정말 그 정도로 돈의 위력이 강한지 나도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껏 돈이란 관점을 가지지 않고도 역사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기 떄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설명대로 역사를 그 밑바닥에 흐르는 돈이라는 관점을 분명히 하면서 바라보면 한층 더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의 어디서 어디까지가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을 감수한 이의 말대로 이 책은 역사가 아니라 팩션으로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책은 이제까지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역사 이면의 돈의 흐름과 돈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에 대해서 무척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 자신도 말하듯이 이 책이 광범위한 역사에 대해서 매우 충분한 고증을 거친 '학문적으로' 뛰어난 책이라고 하긴 힘들지도 모른다.

 

이 책은 역사에 관해 논하고 있지만, '학계' 에서 말하는 종류의 '논문' 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하는 책이다. 세상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신선함과, 새로운 역사를 느끼는 자유로움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이 책의 세세한 부분에 대한 평가는 소위 '전문가'들이 하면 될 일이다. 이 책은 관점을 새로이 정리하면서 사람들에게, '세상을 이런방식으로 보는 눈을 가져라' 고 소리 높여 외치는 책이다.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준비한 책이라고 하지만, 시간에 쫒기면서 쓴 책이 충분한 고증을 거쳤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단점이 이 책의 놀라운 '시각'을 깍아내리진 못할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은 앞으로 나올 이런 종류의 책들의 시발점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소위 17대 금융가문이 얼마나 음모론적으로 세상을 좌지우지 하는지는 확실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금융가문들이 역사에 개입할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는것을 깨닿게 된다. 사실 그만한 위치와 그만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엄청난 이권이 있을 수 있는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역사를 보면서 표피 아래에 흐르는 큰 흐름을 놓치고 있었던 나에게 역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보도록 해주어, 역사란 것이 더욱 흥미진지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라는 것을 느끼도록 해준 책이다.

 

이 책은 중국인이 쓴 책이다. 저자의 서문에 나오듯이 중국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전략적'관점을 정립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란다. 지금 중국에서는 이 책과 이 책의 전작인 '화폐전쟁 1권'이 나란히 베스트 셀러 1.2위를 다투고 있다고 한다. '대국굴기' 가 그렇듯이 뻗어가는 경제적 힘에 자신을 얻은 '대국인'들의 자손심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맞물려, 자신들이 중심에 서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고자 하면서 서구인 중심으로 짜여진 기존의 세계질서에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는 중국인의 마음에 잘 녹아드는 책인 것 같다. 반대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중국인이 어떤 시각에 열광하고 있는지를 읽을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두가지의 시선을 제기한다. 우선 첫번째는 역사를 실질적으로 움직여 왔던 큰 힘이지만 우리가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던 자본의 엄청난 위력에 대한 깨닳음이다. 둘째는 우리가 알지 못하던 것을 꽤뚫으며 새로운 방식의 경제논리를 모색하는 중국인의 대국다운 세계관을 엿보는 것이다. 패자가 바뀌려면 패권의 논리가 바뀌어야 한다. 이 책이 말하는 '전략적'이라는 말은 바로 중국인의 시각에서, 오늘날 세상을 주도하는 세계화라는 논리에 대한 반박의 이론일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마르크스주의 사관에서 흔히 말하는 하부구조의 변화가 일정한 정도 축적되면 양적인 변화가 질적인 변화를 촉발하게 되고 그것이 혁명이라는 형태로 나타나 상부구조를 바꾸게 된다는 이론과 이 책의 내용이 상당부분 배치된다는 점이다. 사실 지금의 중국을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라고 말하기에는 어렵고, 어떻게 보면 또 다른 형태의 병렬적 자본주의라고 불러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직은 사회주의 국가를 주장하는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기본전제와 반대되는 자본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내용의 책이 큰 인기를 끄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결국 오늘의 중국에서는 민족주의가 체제보다 앞선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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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백색인), 신들의 아이 (황색인)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 어문학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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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은 책이었다. 문체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서술역시 매끄럽다. 군더더기도 없지만 문장상의 장식도 매우 절제되어 있다. 기교가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아름답다... 아름답다.... 하는 느낌을 준다. 도대체 이런 책을 수십년 전에  처녀작으로 썻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이 책 한권만으로도 대문호의 반열에 올라도 손색이 없다. 작품의 깊이로 보아도, 문장의 흠잡을데 없는 맛으로 보아도...

 

그의 맛깔나는 문장도 문장이지만, 그의 책이 가지는 매력의 백미는 그가 요즘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존재론적 탐구를 진지하게 하고 있는 책이라는 점이다. 흔히들 그를 기독교 문학의 대가라고들 평한다고 한다. 사실 그는 기독교 문학의 중요한 한 분파를 이루는 의 선과악, 원죄, 인간과 신의 관계같은 주제들을 보기드물게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재미 한국인 문인인 김은국도 그와 비슷한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책을 꼭 종교적인 색채로만 읽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지금은 서양에서 기독교가 많이 쇠태하는듯 하지만, 그가 활동하던 시절의 서양에는 기독교인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고, 기독교적인 주제가 광범위하가 문학의 대상으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그의 문학은 또한 그의 학창시절 뜨겁게 유행하던 실존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고 있다. 요즘 실존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실존주의라는 인류의 지적유산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을 대하면서 우리가 생소하지 않은 감동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그가 다루는 문제가 시대를 초월한 인류의 공통의 문제점이기 때문이다. 백색인과 황색인에서 동과 서에 따른 차이점이 부각되긴 하지만, 그 차이는 공통점에 비하면 경미한 편이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기대어 않은 삶의 의미라는 자못 심각한 주제와 진지하게 씨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멋진 독서가 되지 않을까... 아무튼 나는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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