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 (백색인), 신들의 아이 (황색인)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 어문학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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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은 책이었다. 문체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서술역시 매끄럽다. 군더더기도 없지만 문장상의 장식도 매우 절제되어 있다. 기교가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아름답다... 아름답다.... 하는 느낌을 준다. 도대체 이런 책을 수십년 전에  처녀작으로 썻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이 책 한권만으로도 대문호의 반열에 올라도 손색이 없다. 작품의 깊이로 보아도, 문장의 흠잡을데 없는 맛으로 보아도...

 

그의 맛깔나는 문장도 문장이지만, 그의 책이 가지는 매력의 백미는 그가 요즘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존재론적 탐구를 진지하게 하고 있는 책이라는 점이다. 흔히들 그를 기독교 문학의 대가라고들 평한다고 한다. 사실 그는 기독교 문학의 중요한 한 분파를 이루는 의 선과악, 원죄, 인간과 신의 관계같은 주제들을 보기드물게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재미 한국인 문인인 김은국도 그와 비슷한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책을 꼭 종교적인 색채로만 읽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지금은 서양에서 기독교가 많이 쇠태하는듯 하지만, 그가 활동하던 시절의 서양에는 기독교인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고, 기독교적인 주제가 광범위하가 문학의 대상으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그의 문학은 또한 그의 학창시절 뜨겁게 유행하던 실존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고 있다. 요즘 실존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실존주의라는 인류의 지적유산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을 대하면서 우리가 생소하지 않은 감동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그가 다루는 문제가 시대를 초월한 인류의 공통의 문제점이기 때문이다. 백색인과 황색인에서 동과 서에 따른 차이점이 부각되긴 하지만, 그 차이는 공통점에 비하면 경미한 편이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기대어 않은 삶의 의미라는 자못 심각한 주제와 진지하게 씨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멋진 독서가 되지 않을까... 아무튼 나는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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