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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 지상에서 보낸 딸과의 마지막 시간
김효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그곳 이름이 승화원이었구나... 나는 한번 도 가 본 적이 없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자주 보았던 벽제의 화장장 이름이 승화원이란다. '승화' 좋은 이름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이름을 붙여도 그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겠는가. 지인의 죽음을 맞아서 가는 것도 마음이 좋지 않은 일이거늘, 꽃같이 피어나는 한창 아름다운 시절의 딸을 보내는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나는 눈물을 흘리는 드라마나 책은 평소 잘 보지 않는다. "나는 신파조는 싫어. 눈물이나 질질 흘리는 그런 것은 더 이상 그만..."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나는 유난히 눈물이 많은 남자이다. 남들은 별 생각없이 덤덤하게 보는 스포츠 승리 같은 장면에서도 눈에 물기가 도는 것을 감추려 애를 쓰는 신파조 사나이인 셈이다. 가슴속에 너무 많은 눈물이 들어 있어서, 그게 물꼬가 풀리면 감당할수가 없어서 나는 슬픈 책들을 그토록 멀리하려고 애썻나보다.
이 책은 물론 슬프다. 그러나 죽음은 삶을 비춰주는 거울이 아니었던가. 아무렇지도 않은 그저 그런 일상이 얼마나 행복했던 순간인가는 그 일상이 허물어진 그 때에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의 가치를 느끼는 순간은 그 가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 순간이라니... 사람의 삶은 참 모순된 것이 아닐수가 없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것이 우리들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인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가슴이 아팠었다. 아이가 이상 증후를 보이고, 진단을 받고, 증상이 심해지고, 악화되고, 마침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과정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인 줄은 실감하지 못했었다. 앓는 사람은 물론 주변의 사람까지 경제적, 심리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파괴하고야 끝이 난다는 것이 바로 이 몹쓸 병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 책에서 보는 것은 사랑으로 그 모든 아픔을 이겨내는 꿋꿋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왜 아프지 않았겠는가. 왜 슬프지 않았겠는가. 세상에 아프지 않은 이별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물며 이렇게 모진 고생을 겪으며 이별하는 이들의 아픔이야 어떻겠는가. 단지 그 모든 시련을 잘 승화시키고, 잘 견디어 내고,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 사랑했기에 비극이 아름다운 슬픔으로 보여질 수 있는 것이리라. 이 책은 그런 이별의 과정을 아픈만큼 아프게, 그러나 너무 슬픔에 잠겨 과장되지는 않게, 자신의 아픔이지만 객관화하였기에, 거부감이 생기지도, 슬픔에만 잠기지도 않으면서, 이 아픈 이별이 기꺼이 동참하고, 그 이별의 성질을 잘 이해하고, 세상에 많은 아픔들 중 또 하나의 아픔을 배울수 있도록 한 책일 것이다.
내가 배운 교훈은 이렇다. 오늘 하루 하루의 평범한 삶이 축복이다. 혹 아픔이 나를 찾아오더라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맞이하는 아픔은 견뎌내기가 낫다. 만약 세상이 사랑하는 이들을 억지로 갈라 놓더라도, 사랑하는 이들은 머지 않아 만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이 곳을 떠나게 되어 있으므로, 조금 먼저 떠난다고, 조금 일찍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게 되더라도... 아프지만, 아프지만, 그러나 아파하지 만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