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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아이라 바이오크 지음, 곽명단 옮김 / 물푸레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영화를 본다. 주인공이 숨을 거두면서 마지막 말을 내밷는다. "분하다.... 너를 죽여야 하는데..." 관객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감동을 느낀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그 장면이 영화속의 장면이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 친척이나 친구가 그렇게 죽는 모습을 본다면 감동을 느끼겠는가. 감동은 커녕 안타까운 마음이 가슴속에서 멈추지 못하고 넘쳐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게 죽는 죽음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아름다운 죽음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웰빙(well-being) 열풍이 거세다. 거세다 못해 이젠 식상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웰빙은 너무나 당연한 목표가 되어서 이젠 더 이상 유행의 축에 끼지 못할 정도이다. 그러나 웰빙의 귀결점은 무엇일까. 잠깐만 생각해보면 웰빙은 결국 웰 다잉(well-dying)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웰빙이 사람을 건강하여하여 죽음을 늦춰줄 수는 있지만, 죽음 자체를 막을수 있는 방법은 없다.
논리적으로 웰빙의 다음 귀결은 웰 다잉인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중요한 시점에 관해서 우리에게 소중한 지혜를 전해주는 책이다. 수많은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을 정리한 호스피스 전문의가 쓴 책이다. 의사로서, 호스피스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써, 자신도 결국은 죽음을 맞이할 사람으로써 이 책의 저자는 무척 진지하게 죽음이라는 생소한 문제에 대해 우리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죽음은 사람이 평생에 한번 겪는 절차이다. 그래서 경험을 쌓을 여유가 없다. 일단 죽어본 다음에 다음에 죽을때는 더 잘죽을수가 없는 성질의 것이 바로 죽음인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죽음에 대해서는 타인의 지혜와 경험을 빌릴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의 지혜를. 사람마다 종교적, 철학적, 윤리적 배경에 따라 죽음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다를수는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내용은 보편적인 것이기에 누구라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가 있을것 같다.
용서. 감사. 사랑. 죽음의 순간에 나눌수 있는 말들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말들을 꼽으라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나를 용서해주세요" "그동안 함꼐해주어서 고마워요." "정말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어요." 죽음의 순간이 닥쳐 왔을때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죽음을 맞으려면 평소에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물론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마음을 바꾸고 평소에 생각하지 않던 말을 할 수도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때 느끼는 것을 살아있을때 느낄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죽음은 많은 경우에 갑자기 닥쳐온다는 사실이다. 병으로 인해 예고된 죽음의 경우도 생각보다 그 순간은 빨리 닥쳐올 수 있다. 병이라는 것이 생기리라 여기지 않았던 나이에 병이 걸릴수도 있다. 사실은 모든 죽음은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선고받는다. 단지 그 시기가 언제인지 알지 못할뿐이다. 살아있는 모든 사람에게 죽음은 예고된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 아름다운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