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 정해진 대로 살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매일
김멋지.위선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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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연예인이 성지순례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을 봤다.
돈 받고 여행하는 그들이 부럽진 않았는데 그들이 순례길에 만난 일반 사람을 보다가 머리가 멍 했다.
내가 본 건 20대의 젊은 청년, 사연 있어 보이는 아저씨였는데 문득 그 20대의 젊은 남자를 보면서 난 성지 순례도 안하고 뭘 하고 산거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저걸 했어야 했는데 !
그 때가 가장 적절한 때고 나에게도 똑같이 주어졌던 시간인데 하면서.

이 책의 두 주인공은 2년간 세계를 여행 하며 별꼴을 다 겼는다. 정확히 말하면 별꼴이라고 할만한 일들을 많이 겪는다.
재수 없다고 생각할 일도, 내가 겪은 일이 아님에도 나조차 미안해지는 민망한 상황, 남자라면 겪지 않았을것 같은 일, 여자이기 때문이 더 겁 먹을수 밖에 없는 순간들.
그런 상황들이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준다.

저자는 모든 여행이 삶의 만능 열쇄를 주지는 않는다며 배낭을 매고 여행 한번 떠나봐야 한다고 말하는 근래의 흐름이 불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말 하고 싶다.
제발, 제발 결혼 안 한 모든 사람들 제발 떠나라.

부끄러움과 죄송함, 민망함 등의 감정이 한데 뒤섞였다. 할아버지께 마지막으로 건넨 것이 한껏 귀찮은 표정이라니. 작별 인사 한마디 하지 못했는데……. 한동안 물끄러미 마테차 세트만 만지작거렸다. 방 안이 고요했다. 갑자기 첫날의 공허함이 엄습했다. 다시금 홀로 16인실 방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여기가, 이렇게 넓은 방이었나…….방 안 가득하던 ‘말’이, 기개 있던 ‘발자국’이, 끊임없이 끼익 울리던 ‘문소리’가, 호탕하기 그지없던 ‘웃음’이 없었다. 할아버지가, 없었다.

같이 마실 때는 분명 쌉쌀하면서도 달았던 할아버지의 마테차였는데, 할아버지 없이 넘기는 그 차는 마실 때마다 쓰디썼다.

크고 무거운 그 마테차 세트를, 우리는 브라질까지 내내 들고 다녔다. 배낭여행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번거로운 물건들이었지만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렇게 스쳐 보냈을지,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해야만 사람에게 따듯한 사람일 수 있을지, 그 모든 것을 시시각각 일깨워주는 데는 이 존재감 커다란 마테 세트만 한 선생님이 없었다.


알렉산드르, 그는 내게 정말 나쁜 남자였다.

아직도 이렇게, 아프게 남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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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아서 할게요
박은지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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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 배우자와 미리 얘기 하세요
안 그러면 명절마다 싸웁니다.

여자들이 일하고, 남자들은 절하고, 그 탓에 부부끼리 마음이 상해 다투는 날에 가깝다. 다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 명절 때문에 양 집안의 우선순위가 갈리고 서로의 견해 차이 때문에 싸움만 난다면 이런 날은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

아기를 안 낳으려면, 제사를 안 지내려면, 시부모님에게 며느리 도리를 다하지도 않으려면 왜 결혼했냐고 묻는 사회가 정말 당연할까? 이미 기존의 결혼 제도에 문제의식과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도, 왜 결혼했느냐는 말 한마디로 모든 논의를 무시한다. 이 말에는 고전적인 결혼 제도를 바꿔나갈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전제가 깔렸다. 결혼을 했으면 자유로웠던 발목에 족쇄를 묶고 집안의 조신한 며느리가 되는 게 당연하다는 발상은 일종의 폭력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인 사회의 잔재로 남아 있는 특정 지위의 여성으로서 살기 위해 결혼한 것이 아니다. 결혼했다고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전통에까지 묵묵히 동의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며느리로 일하는 명절을 보내는 게 싫으면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니. 시부모님을 섬기고 남편에게 내조하는 삶이 싫다면, 여성으로서 집안의 불합리한 제도의 부속품으로 살아가지 않으려면 도대체 결혼을 왜 했느냐고 묻는 사회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해야 할까.

왜 결혼하면 싫은 것까지 해야 하는 게 당연해요? 싫어하는 걸 잔뜩 짊어져야 한다면, 그럴 거면 도대체 왜 결혼을 하죠?

결혼하면 두 사람은 독립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부모님 세대의 가치관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두 사람의 판단이 아닌 기성세대의 고정 관념을 따른다면 결과적으로 결혼 생활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갈등은 피곤하지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다. 결혼 제도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 거라면 왜 결혼했냐고? 그 질문, 너무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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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로 하여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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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로 하여금’ 제목에 뭔가 있을 거 같아서 읽었는데 없다.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이런게 요즘 소설들의 트렌드인건가
더 이상 놀라울 것도 없는 반전은 그냥 식상할 뿐이고.

편혜영 소설은 두 권을 봤는데
두편에 나오는 주인공 아내는 모두 수동적인걸 넘어서
응큼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전 소설 속 아내는 남편의 외도를 알고서도 모른척 하다가 어느날 죽는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아내 역시 남편의 평소와 다른 행동에도 어떤 물음 하나 없이 혼자 끙끙 거리다 어느날 갑자기 떠나 버린다.
이런 사람 너무 싫다.

그리고 마지막에 무주를 보내주는 이석의 모습은
피식하고 웃음 나올 정도로 오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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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EBS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제작팀.김광호.조미진 지음 / 라이온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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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문가들은 지금 미국 사회의 총기 사고 왕따 문제 및 기타 사회 문제는 서양의 육방 방식 때문이며
앞으로도 이 상태라면 사회의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책에는 우리 나라의 전통 육아는 케케 묵은 방식이 아니라
아이에게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잘 모르겠으면 태어남과 동시에 삼년간만 물고 빨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육아 서적을 몇권 읽어 봤는데
그 중에서 제일 낫다.
가끔 근거가 빈약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정서상으론 가장 잘 맞았다.

육아를 한다는건 뭐랄까
나와 배우자의 바닥을 보고 나를 죽이고
아이가 아니라
나를 인간 만드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인간이 안 되면 어떡하지?

엄마는 아이의 입장을 본능적으로 알아채도록 진화해 왔고
모성호르몬은 엄마의 모든 주의를 아이에게 맞추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머리와 지식으로 아이를 키우다보면
엄마의 육아 본능은 퇴화하고 만다.
이런 육 본능의 상실은 필연적으로 엄마의 불안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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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 권여선 음식 산문집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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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의 외모는 먹을것과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이는데
글은 얼마나 먹고 싶게 써 놨는지
새벽에 쓱 배송 왕창 주문 했잖아.
이거 넣고 저거 넣고
이렇게 저렇게 만드는 방법을 보다보니
나도 만들어야지 생각하며
주문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너무 더워서 먹히는것도 없고
책도 안 읽히는데
면 먹듯이 후루룩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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