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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6년 1월
평점 :
책을 읽다보니 페미니스트하면 바퀴벌레 뒤집어 지듯 파르르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책 한장 안 읽고 티비랑 스마트폰만 보니 그렇다.
예능만 나오면 바보가 되어서 헤헤거리며 하루종일이라도 본다.
공감 많은 댓글에 우르르 달려가서 읽고 그 짧디 짧은 생각만 머릿속에 담아두고 산다.
그들은 페미니즘이 뭔지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자신의 권리를 빼앗고 남혐이나 하고 자신들을 밟고 일어서려는 여자들 정도로만 생각한다.
갱생의 여지가 없다.
작가의 이야기 중 공감가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여자가 이러면 남자의 기가 죽는다는 말을 없애자는 것.
이 말처럼 꼴 보기 싫은 말도 없을거라며 한 말이다.
아 ㅋㅋ 원문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남자의 기가 죽는다는 말이 외국에도 있다는건가.
나도 이런 말을 들은적이 있고 기를 죽이면 안 되는구나 생각한적이 있기에 잊혀지지가 않는다.
많은 여자들이 이런 말을 들으며 살아왔다.
주변에선 사람들이, 티비에선 아들 가진 나이 먹은 연예인들이 남자 대하는 방식을 이야기 하며 아직도 이런 소릴 해 대고 있다.
생각 할수록 씁쓸하다.
남녀 모두에게 도움이 안되는 말이다.
남자를 바보 만들고 애기 만드는 말 아닌가.
두번째,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그랬어라는 말.
남자들이 이 말을 쓸 때는 보통 어차피 해서는 안 되는 무언가를 포기하는 경우라는 것이고 포인트는 어차피 해서는 안되는 무언가다.
책에는 마누라가 매일 클럽에 가는 걸 안 된다 해서 가정의 평화를 위해 주말에만 가기로 했다는 남자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결혼 했지만 결혼 전처럼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은데 아내가 싫어하니 가정의 평화를 위해 횟수를 줄이겠다는 것.
이런 인간들을 얼마나 많이 봤나. 이런 자들은 결혼 자체를 하면 안된다.
꼭 여자 문제가 아니더라도 결혼 후에도 결혼전이랑 똑같이 살고 싶은 인간들은 남의 인생까지 망치지 말고 혼자 살아야 한다.
반면 여자들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 포기하는 건 경력이나 직장이나 꿈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덧붙일 말이 없어 급 마무리.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든 여자든 오늘날이 젠더에는 문제가 있으니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더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페미니스트다.
그리고 남자든, 여자든 모두 지금보다 더 잘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주제다.
젠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웬 남자가 묻더군요. "당신은 왜 자신을 여성으로만 봅니까? 왜 그냥 인간으로 보지 않습니까?" 이런 질문은 한 사람의 구체적인 경험들을 침묵시키는 방편입니다. 물론 나는 인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여자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겪게 되는 구체적인 사건들이 있습니다. 여담인데, 내게 그렇게 물었던 남자는 흑인 남성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거기에 대고 나는 이렇게 반응할 수도 있겠지요. 왜 당신은 그냥 남자나 그냥 인간으로서의 경험을 말하지 않나요? 왜 하필 흑인 남성으로서의 경험을 말하나요?)
그러니, 그건 아닙니다. 이 대화는 젠더에 관한 대화입니다.
놀란 점은 남편이 아기 기저귀를 갈 때마다 아내가 "고마워요"라고 말한다는 거였습니다. 만일 그녀가 남자가 자기 자식을 돌보는 것은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긴다면 어떨까요?
전세계 어디에나 여자들에게 남자의 마음을 끌거나 남자를 기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잡지며 책이 넘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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