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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국민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세상이 실제로 돌아가는 이치를 이해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세상이 어
떤 모습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꿈꾸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작가의 서문 중에서-
지금 현대인이 잊고 사는게 무엇일까. 자주 생각해보곤 한다. 현대인이라는 것에 나 역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이 아닐까. 딸아이 추천도서 목록에서 알게 되어 몇 년전 함께 읽게 된 [파이 이야기]를 읽고 작가 '얀 마텔'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참 순수한 작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접어두고 허둥지둥 살았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기도 했다. 이후에도 가끔 여기저기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들리기도 하고, 많은 사람이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다 당연하다는 생각과 함께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파이이야기]가 다시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알았을 때, 한 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면서 과연 책 속에서 느낀 미묘한 심리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개봉과 함께 관람을 했다. 그리고 좋은 작품의 힘은 어느 방법으로든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채 영화의 감동과 기억이 가시기 전에, 이 번에는 다시 '얀 마텔'의 신작 소식을 들었다.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라는 제목이 너무도 생소해 책에 대해 검색을 하게 되었고, 그동안 접해보지 않은 색다른 작품이라는 생각에 관심이 갔다.
그는 2007년 4월부터 자신의 나라인 스페인 수상 '스티븐 하커' 에게 이 주일에 한 번씩 문학작품을 권하면서 책과 함께 편지를 보낸다. 물론 작가는 바쁜 일정에도 수상에게 편지를 쓰기 전에 읽지 않은 책은 그 책을 자신도 읽고, 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것이 한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 지도자가 읽음으로서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진심을 담아낸다. 그렇게 보낸 편지가 모두 101통에 이르고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이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라는 제목의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거의 4년 동안 그 일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새 책 출간때문에 바빴던 4개월만 다른 작가가 그의 일을 대신했다. 그리고 그는 아직 수상으로부터 한 통의 답장도 받지 못했다. 어쩌다 한 번씩 서너줄에 경직된 감사함을 표시하는 보좌관의 사무적인 답장이 전부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좋아하는 작가인 '얀 마텔'이 소개한 책에 관심이 갔다. 101가지의 책의 목록도 궁금했고, 내가 읽은 책을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것이 더 궁금했다. 하지만 수상에게 문학작품을 추천하는 편지를 쓰게 된 계기를 알게 되고, 그의 정중하고 반듯하면서, 거짓없이 순수한 마음을 수상을 통해 보낸 편지를 반복해서 읽으면서 지금 우린 현대인 모두의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도 늘 바쁘다는 핑계로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을 멀리하고 살아간다. 가끔은 그것이 정답인지 생각해봐도 좋을텐데, 그럴 겨를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책을 읽고 답장을 보낸 '오바마'의 편지가 함께 수록되어 있는 면에서는, 오바마를 지도자로 둔 미국이라는 나라가 부럽기도 했다. 그들이 선진국이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작가로부터 편지를 받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부탁도 아닌, 그저 한 사람의 독자의 입장에서 그 작가의 책을 읽고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작가가 수상에게 보낸 목록에는 내가 읽은 책도 꽤 있다. 그리고 그 목록들은 누가 보더라고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목록들이라는 생각에 '얀 마텔'의 현명한 선택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어떤 나라, 어떤 지도자든 이 책의 작품들을 많이 읽었으리라 생각한다. 오래전이든, 최근이든, 하지만 다시 지도자의 위치에서 잠시 짬을 내, 단 몇 줄이라도 이 목록의 책들을 읽는 것은 여러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문학작품을 통해 감동을 하고, 따뜻한 마음을 잠시 느끼고, 내가 몰랐던 작은 것에 감동하는 순간이 오히려 신문이나 뉴스 힌토막 보다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이상의 왜곡, 권력의 부패, 언어의 남용, 국가의 파멸이 120쪽에 불과한 책에 모두 담겨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독자라도 사악한 정치인의 교묘한 수법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문학작품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 예방접종입니다.' -[동물농장]을 소개하는 편지 중에서-
소개된 책 중에 나도 감동적으로 읽은 [동물 농장] 도 있다. 작가는 편지에서 간단하게 동물농장의 줄거리와 자신이 그 책을 읽고 느낀 점, 그리고 그것이 나라를 이끄는데 어느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적고 있다. 이렇듯 그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소개하면서 수상이 단 한권이라도 아니면, 몇 줄이라도 읽고 어떤 내용이든 답장을 받기를 바랐다. 그저 감사의 답장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저자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야멸 차지만 정직한 답장이든, 시간이 없어 못읽는다는 솔직한 답장이든, 도도한 답장이든, 원칙론적인 답장이든, 어떠한 답장이라도 받기를 원했다. 그것은 작가이기 이전에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신의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가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지 알고 싶은 당연한 진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의 입장에서 자신의 지도자가 독서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문학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