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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째 매미 ㅣ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쓰요 지음, 장점숙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여름에 매미의 "맴맴" 우느소리가 들리지 않는 여름은 상상도 할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한여름 텃마루에 누워 낮잠을 즐길때나 시원한 수박과 함께 여름의 정취를 느꼈던 그시절을 생각할때면 자장가와 같았던 매미소리를 잊을수가 없다. 그때는 몰랐다. 매미가 땅속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유충으로 살다가 단지 7일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을. 그래서일까. 그 우는소리가 참으로 애달프다라고 느꼈던게 어쪄면 그 짧은 생에 대한 처연한 외침이 아닐런지.......,
기와코는 절대 저질러서는 안될 중죄를 범한 여인이다. 사랑해서는 안될 남자를 사랑한죄, 그리고 그의 아내와 사이에서 태어난 6개월된 아이를 단지 한번만 볼 요량으로 찾아갔다가 그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는순간 유괴범이라는 낙인을 끌어안고 살아야만 했다. 그렇게 3년간이라는 시간을 도망자로써 그리고 어머니로써의 삶을 선택했다. 분명 기와코가 저지른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중죄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왜일까. 그녀에게 자꾸 동정과 연민의 감정이 생겨난다. 미워할수가 없다. 그녀의 도망자로써의 삶과 가오루에 대한 애정에 숨이 막혔고 안쓰러웠다. 심지어 그녀가 잡히지 않고 가오루와 계속 함께 했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18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해자 입장에서 살아야만 했던 애리나는 그토록 원망하고 미워하는 기와코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 길에서 벗어나기란 참으로 힘들다. 그런 그녀에게 어릴적 함께 했던 언니가 찾아옴으로써 그녀의 삶에 돌파구가 생겨난다.
기와코가 선택했다면 가오루는 선택되어졌다. '유괴범이 키운 아이'라는 자신도 모르는새에 찍혀버린 낙인 18년이라는 시간을 그 낙인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자라난다. 단지 유괴되었을 뿐인데 선택되어진 순간 그녀는 남들과는 다른 8일째 매미가 되어버렸다.
시종일관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은 작품이다. 마지막에 애리나가 기억해낸 기와코의 마지막 한마디를 읽는 순간 참아왔던 눈물이 닦을새도 없이 줄줄 흘러넘치고야 말았다.
<8일째 매미>는 7년간의 땅속생활과 7일간의 매미의 인생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모두 같은 숙명을 지니고 태어났음에도 자신만이 8일째 매미로 살아야만 하는 잔인한 삶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좌절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 좌절했다고 해서 언제까지 좌절의 구렁텅이에서 살수만은 없다. 주위의 친구들은 7일간을 끝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해서 8일째 매미가 울지 않는것은 아니다. 어쪄면 더욱더 힘차게 울어댈지 모를 일이다. 저자는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했던 두여인을 등장시키므로써 좌절이 아닌 희망을 얘기한다. 더욱더 힘차게 울어댔을 8일째 매미를 대입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