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 해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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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미구 도시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이다. 앞서 나온  <눈먼자들의 도시>와 <눈뜬자들의 도시>는 내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단지 모셔져 있을 뿐이다. 쉬운작품만 찾는 나에게 노벨문학상이라는 걸출한 명함은 주제씨 처럼 단지 수집품으로만의 의미를 가지지는 않았나 생각하게 만들었다. 어쨌거나 나는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로써 주제사라미구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이소설의 원제는 <모든 이름들>이라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에는 이름들이 있다. 이름은 곧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 까지의 기록이며 기록은 존재함을 뜻한다.  

이름없는 도시가 있다. 그리고 이름없는 사람들 만이 존재한다. 소장은 소장으로써의 의미만 존재하고 부소장은 부소장, 노인은 노인, 여인은 여인, 사무보조원은 보조원으로써의 의미만 존재한다.
옛속담에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기다"라는 말은 이책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이름을 남기지 않는 사람들만 사는 곳이다. 물론 도시의 이름도 없고 중앙 등기소라는 명칭만 덩그러니 주어졌지만 그곳이야 말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장소이며 이름없는 도시에서 유일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곳이다.
그러나 단 한사람만 주제씨만이 이름이 존재한다. 주제라는 이름과 등기소 직원이라는 직업은  죽음과 삶의 경계선상에서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통로이면 매개체가 아닐까 한다. 그는 쉰정도의 나이에도 정식직원이 아닌 등기소의 말단 사무보조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의 취미라고는 유명인의 기록을 필사해서 수집하는 오타쿠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다.
어느날 예기치도 못한 유명인도 아니고 평소 알지못하는 36살의 한 여인의 기록부가 주제씨의 손에 들어오면서 그의 평온한 삶에 혼란을 야기시킨다. 어쪄면 그 혼란은 당연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주제씨는 외로운 사람이다.  그의 삶은 무료하기  그지없다. 존재의 의미 자체가 상실된듯 한 그의 삶에  미지의 여인을 추적하는 일에 집착을 보이는 것이이야 말로 그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고 이름없는 자들만 사는 도시안에 이름을 부여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인 것이다. 
 
이름은 곧 실체이다. 부모에게 이름이 아닌  여자로만 친구들에게 이름이아닌  여자로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여자로만  불리게 된다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이 상실됨을 의미하며  존재가 상실됨을 뜻한다. 그야말로 이름없는 자가 되어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안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것이다.  <이름없는자들의 도시>는 곧 우리의 존재의 의미의 역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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