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거리의 현재는
시바사키 토모카 지음, 김현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살던 그 곳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곳에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몇년전에 갔을때 그곳은 발전소인가 저수지인가가 생긴다면서 홀로이 고향을 지키시던 할머니마저 그곳을 떠날수밖에 없어서 인지 마지막에 본 그 모습은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그 옛날  느꼈던 그 푸근함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볼수 없었다.
전에는 비포장 도로로 학교로의 가는 시간은 꼬박 40분을 걸어가야 했던 곳이었는데
공사를 위해 새로 뚫린 도로는 도보로 10분이면 갈수 있는 곳으로 변해 있었다.
'내가 살 때 좀 저렇게 바꾸어 놓지'라는 불만이 절로 나올법 하다.
옛정취를 잃어버린 삭막하기 그지없는 그곳에서 가장 아쉬운것은 그 곳의 사진을 한장도 남겨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진찍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내가 지금에 와서는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이 책을 읽고 나서 인지 그 아쉬운 감정은 평소보다 배가 되어 나에게 다가온다.
 
주인공 우타는 그야말로 평범한 생활을 하는 28살의 여성으로 다니던 직장도 도산하는 바람에 현재의 그녀는 카페 아르바이트 중이다. 직장을 구해야지 하면서도 현재에 안주하고 싶은 맘을 버리지 못한다.
그런 일상속에 친구들이 마련해준 미팅은 그녀에게는 자그마한 일탈과도 같은 여가이며
미팅을 한다고 해서 자신의 이상형을 만날거라는 기대감은 없다. 단지 시간때우기용일뿐이다.
우타의 유일한 취미는 오사카의 오래된 사진을 수집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걸어 다니는 이곳을 옛날에도 걸었던 사람이 있다는 걸 실감하고 싶거든. 어떤 사람이 이 거리르 걸었을까? 그걸 알고 싶다고 말하면 되려나? 현재 내가 있는 이 장소랑 사진 속의 그 장소가 이어지는 그런 느낌말이야" 라는 말처럼
현재의 내가 살고 숨쉬고 거닐고 있는 거리의 모습이 10년, 20년 전 혹은 그 이전의 모습을 비교해보면서 단순히 과거와 현재가 아닌 과거로 인해 현재가 있는 그 이어짐에서 느껴지는 희열을 맛보면서 말이다.
우타의 곁에는 친구도 아닌 연인도 아닌 미묘한 관계에 놓인 3살 연하의 료타로가 있다.
호감은 가지만 열렬한 감정보다는 푸근함이 그에게서 느껴진다.
오랜시간 만난것도 아닌데 언제나 옆에 있었던 것처럼 편안한 존재이다.
그리고 그의 헤어진 연인..... 

<그거리의 현재는>는 우타의 일기장  훔쳐보는 듯 한 소설이다.
미스터리나 추리소설처럼 극적인 반전도 기대할수 없고 슬프거나 닭살스러운 로맨스 소설도 아니다. 철저하게 우타라는 여성의 일상적인 내용들의 나열이다.
시종일관 그녀의 생각, 그녀의 시선, 그녀의 친구들,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담담함으로 무장하였고 결론도 짓지 않으니 허무하기도 하겠지만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를 상상하는 것도 괜찮을듯 싶다.
친구들과 카페에 앉아서 수다를 떨면서도 문뜩 문뜩 창밖으로 시선을 두었을때 느껴지는 풍경을 머리속에 새겨넣을 때처럼 한문장 한문장이 간결하면서도 세심하다. 마치 내가 지금 그 거리 한켠의 카페에 들어앉아 있는 것 같다라고 할까....., 

자극적이고 극적인 소재에만 익숙해있다면 <그거리의 현재는>처럼 담백하고 소소한 글이 지친뇌에게 편안함을 안겨줄것이다. 자칫 졸리고 지루할수도 있지만 책의 두께가 두꺼웠다면 걱정하겠지만 그 걱정할 새도 없이 책장을 덮게 되니 안심해도 될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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