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쫓지 않는 부자의 심리 - 평범한 직장인이 가장 빨리 부자 되는 법
사사키 유헤이 지음, 김수현 옮김 / 빌리버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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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야 말로 부자가 있는 최고의 후보자'라고 말하는 저자와 이에 반신반의하며

책을 읽기 시작하는 . 시작은 '이게 가능한 소린가'였다.


저자의 이론은 간단하다. 일해서 받는 안정적인 수입(사실 요즘은 이것도 쉽지 않다)에서

일정액을 저축하고 남는 돈을 저축하되 저축한 돈을 투자로 돌리고 투자에서 수익을 내면 매달

일정 수입에 더해져 수입이 늘어 난다는 저자의 말이 아직 실감나지는 않는다. 월급의 액수가

아니라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것이 부자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며 안정적인 수입을

바탕으로 추가로 투자이익을 내서 수입을 올리는 것이 돈의 흐름, 수입을 불리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부자로 가는 지름 길이라고 말한다. 


부자이거나 부자가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생활 습관이 다르다. 동일한 소비 형태이지만 '지금

사용하는가' '나중에 사용하는가' 차이를 가진다. 넓은 의미로는 동일하게 소비라고 표현하지만

분명 '소비' '투자' 나눌 만큼 차이를 보인다. 역설적이지만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이에 대한 반발 행동으로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공부하고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방법을 터득하고 이를 실천한다. 이것이 쉬워 보일수도 있지만 솔직히 말한다면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하지 못한다. 


저자의 글에 중요한 단어 하나가 나온다. '참조점(reference point)'이다. 절대적인 기준점이 아닌

'이동하는 기준점'이라는 의미이다. 어린 시절 없이 넓게만 느껴지던 운동장이 성인이 되고 나서는

좁아 보이는것과 같이 기준점은 상황에 따라 바뀌며 변화한다. 이에 저자는 참조점을 의식적으로

고정시키라고 말한다. 상황에 따라 지출의 범위가 커지고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액으로 묶어

두라는 것이다. 이렇게하면 증가되는 수익분에 대해 투자가 가능해진다. 수입이 늘었다고해서 지출

금액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정액으로 정해 놓으면 훨씬 수월한 재테크가 가능해지고 여기에서

나온 수익을 재투자 여유도 생긴다. 


'인생의 PDCA 세워라'

직장인들이라면 신입사원 연수에서 강사로 초청 이가 잘난척(?)하며 가르쳐 주던 기억이 날것이다.

'Plan, Do, Check, Action' 머리 글자인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상황을 확인하고, 실행한다'

말인데 실제로 업무에서 충분히 적용 가능한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것을 인생에 도입해서 단위,

단위, 단위, 분기별, 년별, 3, 5,10 동안의 인생계획을 세우고 수시로 업데이트를 하라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도 PDCA 고려하면서 정작 자신의 삶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모습이다. 물론 현실이 계획 대로만 되지 않기에 저자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절대금감(絕對金感,

절대적인 돈의 감각) 예로 들며 지출이 대해 철저하게 계획적이고 가성비와 할인률을 고민하는

부자들의 생활 방법을 소개한다.


부자들의 투자법은 철저히 '거북이식 투자법'이다. 물론 단기 매수로 수익을 올리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부자는 시장의 순환성을 알기에 참고 기다릴 안다. 이런 '패시브 투자'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붙어 있지 않아도 되고 주말에 정보를 찾느라 헤매지 않아도 되며 기다릴 알기에 손실의 가능성은

연히 줄어 든다. 맑은 날에만 빨래를 해서 밖에 말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빨래를 하지 않는 지극히

정통적인 방법처럼 말이다. 


책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저자가 직접 만나고, 상담하고, 대화를 나눈 이들과의 경험을 토대로 했기에

적절한 예들이 즐비하다. 무엇보다 '참조점' 대한 글은 나의 투자 방법이나 생활 방식에 변화를

만한 내용들이다. 중요한 것은 익히 알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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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혼돈의 성찰 - 저성장, 불안의 시대를 헤쳐 나갈 한반도 미래 전략
정갑영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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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국내외 여건들이 급속히 악화되는 심각한 구조적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투자와 고용,

수출 대부분의 경제지표에 경고등이 켜진 장기 침체의 우려마저 점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과도한 정부 주도의 경제 드라이브는 고용 창출의 부진과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와 소득 분배의

악화를 가져와 기업들의 재투자 의지마저 꺽어 놓고 있다. 앞에 다가오는 역사적 운명(변화,

혁신) 인지하지 못하고 낡은 제도와 정책, 기득권에 포획되어 앙시앙 레짐(ancian regime)

집착하는 상황을 저자는 자신들의 표준만 고집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고립되는 현상인

갈라파고스화에 비유한다. 


경제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경제적 자유가 있어야 하며, 물질적 풍요와 후생이 뒷받침 되어야

하며, 경제적 평등과 정의 그리고 형평이 보장되어야 하고, 소득과 고용을 지속적으로 늘릴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 모든 가치는 어느덧 하나 간과할 없는 궁극적 가치(ultimate value)이지만

동시에 달성하기는 불가능한 가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치가 어느정도 충족되어야 그나마

건강한 경제를 이룰 있다.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 전략' 경제 전략으로 들고나와 부의 분배와 평등에 기여하려 하지만

실제적으로 이론에 불과한 전략으로 지나친 획일적 평등주의가 되어 오히려 노동 시장의 붕괴와

계층간의 양극화 극대라는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획일적 평등주의에 대해 아테네 외곽의 언덕에서 가는 나그네를 붙잡아 동일한 크기의

침대에 눕혀 놓고 사람의 키가 침대보다 길면 튀어나온 만큼 잘라내고, 짧으면 만큼 늘여서

죽인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예로 들어 부당성을 지적한다. 성장과 분배는 결코 제로

게임(zero-sum game) 아니기에 지속 가능한 성장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의 역사적 경험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시장친화적이고, 개방경제를 지향하며, 장기간에 걸쳐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고, 경제 자유와 재산권 보호, 정치 제도의 안정성이 유지되는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해 지는데 현재 우리 입장에서는 어느것 하나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회를 실질적으로 바꿀 있는 '변혁적 지식(transformative knowledge)'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 연관되는 자기계발(self-amelioration) 역할이 강조되는 지식과

사회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회개혁(self-reform) 연관되는 자기수정(self-correcting)

역할이 강조되는 지식이 있다. 사회 혁신이 사회를 새롭게 하는 프로젝트라면 사회개혁은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는 작업이다. 실제로 많은 나라들이 사회혁신과 사회개혁을 통해 안정과 변화를 이루어

냈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정부규제' 유독 많은 한국은 문제 해결의 주체가 정부가

되어 문제 해결을 위해 동원할 있는 지식의 양과 범위를 제한하는 상황으로 인해 효과적인 해결이

아닌 타의와 강제에 의한 문제 해결이 많은 '지식의 정치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와 같은 지식의

정치화가 장애가 되는 또다른 이유는 다수결 주의 때문이다. 미군정과 함께 도입된 민주주의 제도가

학습과정에서 다수의 원칙(majority rule)으로 축약되어 민주주의가 단순한 의사결정 과정으로 이해

되었고, 대화와 타협이 전제되지 못하는 기형적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다수를 확보한 승자는 소수와

타협하지 않고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혈안이 되고

소수파의 입장에서는 다수파와 타협할 가능성이 극히 낮고 결과가 뻔한 상황이기에 현실에 결사적으로

된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치는 사회 갈등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경향을 보였고 적대관계가 두드러지게 되었다. 이러다 보니 토론을 통한 의사 결정이 거의

불가능해져서 다수파들의 횡포가 계속되고 어떻게 해서든지 머릿수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버렸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이 '숙의 민주주의' 또는 '심의 민주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길로 나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책은 현재 한국의 위기 상황에 비추어 중요시되는 13가지의 주제들을 각각의 분야의 학자들이 기술한

것을 모아 놓은 책이다보니 지향하는 바의 일관성은 없지만 다양성이 뛰어나다. 읽는 내내 현실을

들여다 보는 시야가 넓어짐을 느꼈고 내놓은 대안들에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 앞에

다시 안타까움을 느낀다. 지금 우리에겐 사회 모든 영역에서 시대적 변화를 수용할 있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4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초부가가치 산업을 개발하고 미래의 성장기반을 확고히

구축해야만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선진화 복지와 후생을 이룰 있다. 무엇보다도 '상생'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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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 교통 혁신.사회 평등.여성 해방을 선사한 200년간의 자전거 문화사
한스-에르하르트 레싱 지음, 장혜경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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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독특하다. 평범한 소재인 자전거를 통해 독창적인 방식으로 변화를 기록하며

보편적 이동 수단인 자전거가 인류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1817 카를 드라이스에 의해 '달리는 기계(자전거)' 처음 소개되었을 당시에는 세간의

관심밖의 문물이던 자전거는 1815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 년에 걸쳐 바람을 타고

화산재가 유럽으로 날아와 하늘을 덮어버리고, 기근이 들고, 말을 키우기 어렵게 되자

드라이지네가 새로운 운송수단으로 떠오르게 되며 200년간 시대와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수없이 많은 변화를 거듭하게 된다. 놀라운 점은 바퀴의 , 안장 높이, 휠의 재질 자전거의

형태가 조금씩 달라질 마다 인간의 삶도 함께 바뀌어 갔다. 참신한 제품은 동시대의 패션

유행인 댄디즘(세련된 복장과 몸가짐으로 일반 사람에 대한 정신적 우월을 은연중에 고사하는

태도)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인도를 달리면서 행인들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금지 조치가

내려지게 되어 그리 길지 않은 영화의 종말을 고하게 된다.

 

최초의 크랭크가 부착된 자전거의 기원에 대한 글은 매우 흥미롭다. 프랑스와 독일의 최초 발명

다툼은 어느것 하나 명확하지 않은 단지 가설이거나 당시 기사에 근거한 주장이지만 최초가 되고

싶은 열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이들 나라들도 서로 자신의 나라가 최초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미국까지 가세하여 벌이는 삼파전의 결과가 아직도 명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가장 근접한 것은

올리비에 가문의 아들들인것 같다. 기대했던 대로 자전거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였고

프레임의 변화도 생겼고 제동력 강화를 위한 장치들과 승차감을 높이기 위한 스프링이 도입되기도

하며 바퀴에 두개의 베어링을 장착하기까지 기술은 진보했다. 이후 나무로 만들던 바퀴의

한계에 부딪치게 되며 혁신적인 바퀴 개발에 착수하기도 한다. 


법과 사회의 모든 결정권이 남성에게 있던 1900 이전의 독일에서 여성이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혁명에 가까왔다. 봉건적인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중도적인 사람들의 격멸에 가까운 조소와

싸워가며  지평을 향해 자전거에 올라타 달리는 순간, 몸에 끼는 코르셋도, 무거운 치마도,

잔뜩 부풀어 오른 속치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세상과 싸워가며 자전거를 탔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에 대해 관대하지 못했고, '장갑을 , 눈에 띄는

색깔의 모자를 쓰지 , 일요일 오후에 남자를 동반하지 않고서 2인용 자전거를 타지 '등과

같은 말도 안되는 예의범절을 강요했고 남성 퇴치용 ' 채찍' 등장하기도 했다. 


드레스와 치마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바지의 등장은 여성들의 의복에 개혁을 불러 오지만

역시 시대의 조류를 거스르지 못하고 다시 종적을 감추게 되며 뒤쪽 가운데에 두개의 깊은

주름을 넣은 소박하고 폭이 적당하며 발이 드러나는 치마가 유행하게 된다. 결국 시대의 관습과

숙녀용 자전거만 승리 것이다.

 

2017 자전거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발간한 책을 통해 자전거의 처음과 발전에 알아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초고도로 성장한 현대 자전거 산업에 대한 연구와 설명이 조금 있었으면

하는 마음과 자전거가 없는 도시를 생각 없는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과거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모습과 미래를 전망하는 부분이 첨가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책은 자전거에 대한 역사와 초기 발전사에 대한 훌륭한 자료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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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인간의 탄생 - 세기전환기 독일 문학에서 발견한 에로틱의 미학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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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독일은 산업혁명과 함께 혁명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산업혁명의

토대가 자연과학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 철학과 문학, 예술, 종교 거의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으며 당시 가졌던 대부분의 전통적 관념들이 뿌리채 흔들리게 된다. 


'아름다움과 추함'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미학'

수세기 동안 독일인들에게 삶의 목적과 의미를 설명해주고 규정해 주던 기독교라는 토대가

흔들리며 시작된 시대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젊은 지식인들의 사고의 변화는 자연과학적

사고체계와 유물론적이고 생물학적인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종교를 대체할 있는 새로운

가치체계와 세계관, 인간관을 찾게 된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문학을 모색하던 작가들은 자신들의 삶과 사고를 올바로 반영할 있는

새로운 문학 형태를 만들어 냈는데 이를 '자연주의' 부른다. 이들을 마디로 단정지을수는

없지만 '거짓' 말하는 문학을 신랄한 어조로 공격하며 '진실' 말하고 것을 주장하는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문학 시장의 상업화를 통해

오히려 지명도가 떨어지는 젊은 작가 층들의 수입은 더욱 감소했고 이에 반해 신진 작가들의

수는 급증하게 되어 다른 무한경쟁을 유발하게 된다.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작가들은 자신들의 예술적, 문학적 신념에 반하는 활동을 통해 돈을

밖에 없었다. 문학잡지나 통속잡지의 편집자로 일하거나 이런 기회조차 잡지 못한 대부분의

작가들은 가족잡지에 실릴 통속적인 글을 쓰거나, 신문에 연재할 기회를 잡기 위해 신문사의

눈치를 살펴야 했고, 지적 성찰 없이 글을 팔아 먹는다고 비판하던 신문기자들처럼 깊이 없는

보도성 기사를 써서 신문사에 팔아 생계를  꾸려야 했다. 이에 자연주의 이전의 문예사조인

독일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작가인 테오도르 폰타네는 이렇게 경제적 문학적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젊은 작가들을 일컬어 '잉크노예'라고 표현했다. 콘라르 알베르토는 '

자체로서의 추한 , 더러운 , 천박한 , 예술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자연 속의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예술적 묘사의 대상이 있다. 이처럼 '절대적인 아름다움'

대신 '있는 그대로의 사실' 미적 판단 기준이 되면서 질병, 가난, 매춘, 알콜중독, 근친상간,

도덕적 문란 전통적으로 문학 작품에서 다룰 없거나 최소한 중요하게 다룰 없었던 것들이

빠르게 문학의 핵심 주제로  자리잡게 된다. 


이로인해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자연주의자들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지던

소재는 철저하게 배격되고 오로지 추한것들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들 스스로도 추한 역시

진실의 일부라는것을 인정하면서 말이다. 예를들면 카를 헨켈의 '창녀' 등장하는 시적 자아인

창녀는 깊은 지탄 속에 순수했던 어린시절부터 떠올리며 자신도 다른이들과 다를 없는 평범한

아이였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 대한 즐거운 회상은 현실의 비참함을 더욱

강조해 뿐이다. 시의 파격은 사회 최하층민이자 윤리적으로도 가장 저급한 삶을 살아가는

창녀를 시적 자아로 삼고 있다는 사실 자체이다. 이러한 소재 선택은 편하게 읽을 있는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통속문학은 물론, '문학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윤리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어 독자를 고귀한 삶으로 이끌어야 한다' 고전주의적 이상주의 문학의 구상과도

단적인 대조를 이룬다.

 

독일어로 예술은 '쿤스트(Kunst)'이며 이는 본래(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의해

만들어 지는것' 의미한다. 예술은 자연의 개입 없이 인간에 의해 창조된 순수하게 인공적인

문명의 정수라고 있다.

 

아주 오랜만에 헤르만 바르(Hermann Bahr 1863-1934) '구원할 없는 자아' 만났다. 학부

내용이니 벌써 수십년이 지났지만 '자아는 구원 길이 없다. 자아는 그저 이름 뿐이다'라는

글귀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강력한 도전이다. 자아는 단지 현상일 뿐이며 우리가 우리의

심상을 정리하기 위해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임시방편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가변성은 어떠한

변화가 다른 변화에서 멀어지는 것이지 영원하지는 않다. 이제 이성은 우리를 파괴하려고

위협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의 요소가 진실이 아니라 환상일 뿐임을 인식하게 된다.

나에게 유효한 것은 '진실한 ' 아니라 '내가 필요로 하는 '이다. 그렇게 해서 해는 여전히

떠오르고, 대지는 진짜이며, 나는 나다. 아마도 이때부터 내가 쓰는 글에 '여전히'라는 단어를

용하게 같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여전히 그의  글에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책은 쉽지 않다. 방대한 분량뿐 아니라 역사와 사회,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는 광대한 지적

충만함과 예술과 문학이라는 고차원적 학문이 결합되어 문장의 향연을 벌인다. 깜빡 정신을

놓으면 맥을 붙잡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진행과 도처에서 튀어 나오는 은유와 비유는 아차하면

다른길로 빠지기 일쑤다. 그럼에도 책은 읽어 하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독일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연구자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것 같다. 다수의 텍스트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거나 연구되지 않은 다수의 작품과 주제들은 충분한 학문적 가치를 가진다.

비록 마음 편히 쉽게 읽을 인문 교양서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공부하는 마음으로 메모를 하며

정리해 나가다 보면 그때 그들의 마음과 만나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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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 서울.평양 그리고 속초.원산
JTBC <두 도시 이야기>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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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걸어가지만 앞으로는 같은 방향을 보고 걸어가야 DNA

본능과 미각을 찾아 떠나는 여행,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돌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제목이 낯이 익다. 찬스 디킨스가 18세기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 도시

이야기' 같은 제목이다. 역시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걸어 도시의 깊은

사정을 이야기 한다. 저자도 밝혔듯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보일 수도 있을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책이 그래서 더욱 반갑다.

 

평양하면 냉면이 떠오른다. 그런데 저자는 냉면이 아닌 '대동강 숭어국' 먼저 소개한다.

듣기만 해도 '시원한 국물' 맛인 맑은 탕이 생각나는데 된장과 고추장을 섞은

매운탕이다. 예전만해도 비린내를 잡기 위해 통후추와 고추를 듬뿍 넣어 담백하게 끓이던 것이

점차 추세가 매콤하고 자극적인 쪽으로 흐르고 있다하니 입맛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것 같다.

통영에서 먹은 '도다리 쑥국' 생각난다. 맑으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맛을 잊지 못해 매년

통영을 찾는다는 지인처럼 지역 특색화 '대동강 숭어국' 맑은 맛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매운탕으로 변했나 보다. 그럼 이제 '대동강 숭어탕'이라고 불러야 하는건가. 


'어을매'라는 우리말 이름을 가진 작은 어촌 마을, ' ' ' ' 써서 원산(遠山)이라

부르다 삼봉산을 축으로해서 마늘 대가리처럼 생겼기에 '으뜸 '자를 사용하는 원산(元山)

도시, 만해 한용운의 기행수필 '명사십리' 등장하는 일제 강점기 한반도 유일의 관광도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하나인 윤동주가 송림 숲이 좋은 송도원에서 바라다 바다의

모습을 담은 '바다' 소재가 되기도 그곳이 원산이다. 


원산에서 처음 소개하는 음식이 원산 앞바다에서 나는 문어, 조개류와 다양한 채소를 무친

'원산잡채'이다. 해산물과 채소를 썰어 넣은 음식의 북한식 이름은 '해물 분탕'이다. 동해가

주는 선물인 문어, 소라, 전복, 조개등의 싱싱한 해산물을 썰고, 오이와 채소를 큼지막하게

잘라 놓고 이를 익힌 당면과 함께 무쳐 먹는 음식은 낯설다. 우리가 아는 '잡채'

여러가지를 섞는다는 '' 채소의 '' 당면이 들어가지 않고 채소 혹은 나물을 섞어 만든

음식이며 지역마다 특색있는 재료들을 넣어서 만든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간을 세지

않게 하고 당면을 '무친다' 해서 원산잡채라고 부른다는 음식의 화룡점정은 ''이다. 단맛을

내는 용도로 썰어 넣는 배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것을 넣음으로 음식 자체가  아주 디테일하고

맛이 정교해진다. 


속초 64km. 원산에서 보는 표지판이다. 불과 64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함경도에서 피난나온

사람들이 정착하여 도시를 형성했고 지금은 해돋이와 설악산으로 유명한 관광도시 속초가 있다.

그래서 이곳에선 함경도 말투가 익숙하다. 때는 전체 인구의 70% 실향민이기도 했던 이곳에는

'일주일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자'라는 마음으로 떠나 온지 70년이 실향민들이 속초 시내와

속초 수로를 인접해서 마을을 형성했고 이곳이 지금은 '아바이 마을'이라고 불린다. 당시 시내로

나가는 유일한 교통 수단이었던 '갯배' 속초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이 이곳의 대표 음식이

'아바이 순대'이다. 돼지고기, 선지, 배추, 시래기, 부추, 당근, 양파, 파에 마늘, 생강, 완두콩, 찹쌀과

맵쌀을 7:3으로 섞은 등을 곱창에 집어 넣어 쪄내면 함경도 지방에서 특별한 날에만 먹는 특식인

아바이 순대가 완성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통방식으로만 만드는 집이 점점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외에도 오징어 순대, 명태 순대, 서울식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속초식 함흥냉면 등이 있다.

속초식 함흥냉면은 투박하다. 양파에 파를 많이 넣으며 맛은 서울보다 달고 맵다. 또한

포만감을 주기 위해 육수를 많이 넣어서 양념장과 섞어 해장 대용으로도 먹기도 한다. 육수가

없는 비빔냉면이라고 생각하는 서울식 함흥냉면과는 분명 차이가 크다.

 

서울과 평양, 원산과 속초를 통해 다른 방향을 보고 걸어온 우리의 시간의 단절을 살펴보고 앞으로

같은 방향을 보며 함께 걸어 미래를 꿈꿔 보는 책은 편의 여행기이다. 언젠가 '그날이 오면'

책을 들고 기록된 장소들을 찾아가 맛을 느껴보고 싶다.기왕이면 비슷한 맛을 내는 이곳의

음식들을 가져가 비교해 보며 말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마음을 연다면 마냥 멀게만 느껴지는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 것이다. 가깝고도 곳이 아닌 바로 옆에 있는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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