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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 교통 혁신.사회 평등.여성 해방을 선사한 200년간의 자전거 문화사
한스-에르하르트 레싱 지음, 장혜경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7월
평점 :
이 책은 독특하다. 평범한 소재인 자전거를 통해 독창적인 방식으로 그 변화를 기록하며
보편적 이동 수단인 자전거가 인류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1817년 카를 폰 드라이스에 의해 '달리는 기계(자전거)'가 처음 소개되었을 당시에는 세간의
관심밖의 문물이던 자전거는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 후 몇 년에 걸쳐 바람을 타고
화산재가 유럽으로 날아와 하늘을 덮어버리고, 기근이 들고, 말을 키우기 어렵게 되자
드라이지네가 새로운 운송수단으로 떠오르게 되며 그 후 200년간 시대와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수없이 많은 변화를 거듭하게 된다. 놀라운 점은 바퀴의 수, 안장 높이, 휠의 재질 등 자전거의
형태가 조금씩 달라질 때 마다 인간의 삶도 함께 바뀌어 갔다. 이 참신한 제품은 동시대의 패션
유행인 댄디즘(세련된 복장과 몸가짐으로 일반 사람에 대한 정신적 우월을 은연중에 고사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인도를 달리면서 행인들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금지 조치가
내려지게 되어 그리 길지 않은 영화의 종말을 고하게 된다.
최초의 크랭크가 부착된 자전거의 기원에 대한 글은 매우 흥미롭다. 프랑스와 독일의 최초 발명
다툼은 어느것 하나 명확하지 않은 단지 가설이거나 당시 기사에 근거한 주장이지만 최초가 되고
싶은 열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듯 이들 나라들도 서로 자신의 나라가 최초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미국까지 가세하여 벌이는 삼파전의 결과가 아직도 명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가장 근접한 것은
올리비에 가문의 아들들인것 같다. 기대했던 대로 자전거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였고
프레임의 변화도 생겼고 제동력 강화를 위한 장치들과 승차감을 높이기 위한 스프링이 도입되기도
하며 앞 바퀴에 두개의 볼 베어링을 장착하기까지 기술은 진보했다. 이후 나무로 만들던 바퀴의
한계에 부딪치게 되며 혁신적인 바퀴 개발에 착수하기도 한다.
법과 사회의 모든 결정권이 남성에게 있던 1900년 이전의 독일에서 여성이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혁명에 가까왔다. 봉건적인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중도적인 사람들의 격멸에 가까운 조소와
싸워가며 새 지평을 향해 자전거에 올라타 달리는 순간, 몸에 꽉 끼는 코르셋도, 무거운 치마도,
잔뜩 부풀어 오른 속치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세상과 싸워가며 자전거를 탔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에 대해 관대하지 못했고, '장갑을 낄 것, 눈에 띄는
색깔의 모자를 쓰지 말 것, 일요일 오후에는 남자를 동반하지 않고서 2인용 자전거를 타지 말 것'등과
같은 말도 안되는 예의범절을 강요했고 남성 퇴치용 '개 채찍'이 등장하기도 했다.
드레스와 치마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바지의 등장은 여성들의 의복에 개혁을 불러 오지만
이 역시 시대의 조류를 거스르지 못하고 다시 종적을 감추게 되며 뒤쪽 한 가운데에 두개의 깊은
주름을 넣은 소박하고 폭이 적당하며 발이 드러나는 치마가 유행하게 된다. 결국 시대의 관습과
숙녀용 자전거만 승리 한 것이다.
2017년 자전거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발간한 이 책을 통해 자전거의 처음과 발전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초고도로 성장한 현대 자전거 산업에 대한 연구와 설명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과 자전거가 없는 도시를 생각 할 수 없는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과거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모습과 미래를 전망하는 부분이 첨가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 책은 자전거에 대한 역사와 초기 발전사에 대한 훌륭한 자료라는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