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영화들
이남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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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적 상상력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을

영화학 교수이자 영화평론가인 저자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며 추적하며

해석해서 감독이 사회에 던지는 메세지가 무엇인며 그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읽는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지만 이 일을 해야하는

입장에서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하며 책장을 넘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은 분명 단순하지 않다. 한국 사회의 문제와 상황에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하며 자신의 영역에서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도 하며, 개인의 삶을 깊이 조명하기도 하며,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기도 하며, 그들의 삶의 고충과 애환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 안에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사회와 구조적 모순들을 보여준다.


자신의 영화 파이널 컷 결정권은 감독이 가져야 한다는 봉준호의 강한

의지는 <설국열차> 개봉 과정에서 벌어진 거물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과의

1년여에 걸친 갈등은 감독의 비전과 스타일을 온전히 인정받기 위한 그만의

고집이었고 자존심이었다. 대부분 헐리웃 영화들은 최종 컷의 결정권이

감독이 아닌 제작자나 스튜디오에 있음을 감안하면 그의 그런 결정은 더 큰

상업적 성공 가능성 보다는 작가적인 진정성을 지키기 위한 분투였다.


영화는 선이 분명하다. 철저하게 오락성으로 가든 철저하게 작품성으로

가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이에 반해 봉준호 감독은 그 둘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이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상업 장르의 틀

안에서 '정치적 블록버스터'라는 과감한 형식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대중적 성취까지 이루어 낸 점을 찾을 수 있다. 그의 영화가 지니는

정치성은 전혀 노골적이거나 교훈적이지 않으며, 영화가 지닌 오락성

안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관객들이 반응하고

호응하는 것은 곤경에 처한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이 가져다주는 공감대

때문이다.


최근 감독의 작품인 <미키17>을 보면서 봉준호답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영화 속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고 사회적

문제의식과 영화적 감각들이 온전히 담겨 있어 '누가봐도 봉준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그의 차기작이자 아홉번째 작품은 에니메이션이라고

한다. 여덟편의 작품으로 영화계에 커다란 흔적을 남긴 봉준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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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고비에 꼭 만나야 할 장자
이길환 지음 / 이든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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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나이 마흔을 일컬어 ‘불혹(不惑)’이라고 했다. 마흔이 되면

주변에 미혹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잘 절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마흔이 되면 정말 웬만한 일에 미혹되지 않을까?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마흔은 인생 중반을 지나는 과도기다.


우리가 살아내는 삶은 단순하지 않다. 방향을 잡기도 목적을 가지고

전진하기도 뭔가 부족하고 아쉬운 시기이다. 이런 우리에게 장자는

'누군가의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가라'고 조언한다. 그 자신이 세상의

시선이나 이야기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았기에 가능한 말이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 '나만의 길' 여기서부터 막힌다. 어떤것이

나만의 길이며 나의 나아갈 방향인지부터 막막하다. 뭔가 나만 뒤쳐진

느낌이고 나만 주류에서 동떨어져 있는 불안함은 이시대를 살아가는

마흔들 뿐 아니라 모두에게 동일하다.


'사물은 '저것'이 아닌 것이 없고, 또 '이것'이 아닌 것이 없다'는 장자의

재물론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여기에서 오랜시간을 머물렀던것 같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며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살지만 결국 한 단면만 바라보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편견에

빠지기도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이에 저자는 '중용(中庸)'을 이야기한다.

중용이란, 사람은 누구에게나 인간적 욕심과 도덕적 본성이 함께

내재되어 있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인간적 욕심이 없을 수 없으며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도덕적 본성이 없을 수 없는데, 두 마음을

다스리는 이치며 인간관계에 있어서 내가 남에게 베푸는 말과 행동

또는 감정 표현에 부족함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것인지를 살펴서,

상황에 맞는 적절함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를 틀에 가두는 우리

사고의 자물쇠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의 틀을 가질것을 요구한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장자는 '모든 만물은

상대성에 따라 존재한다'고 말한다. 어떤일에 실패 했거나 아름답지

않거나 무언가 부족하다 할지라도 상대적인 것이며 판단의 기준을

반대되는 상황이 아닌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이 그런 때이다.


정신분석가인 카를 구스타프 융은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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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말하는, 버려야 할 것과 버텨야 할 것
제이한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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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던지는 질문들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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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말하는, 버려야 할 것과 버텨야 할 것
제이한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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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항상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여 살아야 할지 무언가 변화를 모색하고

꿈꾸며 살아 할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까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책은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철학적 사고를 기초로

그가 말한 오래된 종교와 도덕의 죽어감과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한

이후 찾아온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심리적 상태와

‘초인(Übermensch)’과 '영혼회귀' 같은 그의 철학적 근간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라'는 선언적 의미의 실존철학을 담고 있다.

삶의 무의미와 혼돈에 두려워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와 결단,

스스로 채울 수 있는 창조 능력이 우리 안에 존재함을 증명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실존적 살아있음을 드러낸다.


니체의 '초인(Übermensch)'은 늘 새롭게 다가온다. 니체가 말하는

위버멘쉬는 종교나 신에게 의지하는 주체성 없는 의존적 인간보다

반복되는 역사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허무에 결연히 맞서는 사람이고

덧 없는 삶이 무한히 되풀이 되더라도 자신의 굳은 의지와 참된

용기로 비극적 운명마저도 받아들이고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이다.

위버맨쉬는 비록 오늘도 불안정하지만 꿈을 품고 앞 날을 향해 떠나는

모두를 지칭한다. 비록 한국어로 초인이라 부르지만 니체가 가리키는

바는 '물리적ㆍ물질적인 힘'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 그 '창조적인 힘'으로 끊임없이 몰아치는

가혹한 삶의 고통과 허무를 매번 노래하고 춤추는 마음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즉, 삶이 가혹하다고 해서 이상적인 종교나

도덕, 이념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혹하고 불합리한 삶을 있는

그대로 마주보고 그것을 극복하는 삶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 심지어

그 고통을 기꺼이 자신의 성장을 위한 자극제로 삼으려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이육사의 광야에 등장하는 '백마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생각난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진정한 초인(Übermensch)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통 마저도 자신의 성장의 도구로 사용한

니체의 삶은 나약해진 이시대의 지성들에게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분명히 말해 주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니체에 열광하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타인의 인정 속에서가 아니라. 홀로 설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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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살아가는법, 세속적인 지혜의 기술 - 초역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말
발타사르 그라시안 지음 / 도서출판 더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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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변화의 시대다. 변하느냐 도태되느냐의 갈림길은 언제나 우리 앞에

존재한다. 당연히 선택과 책임은 본인의 몫이다. '사람을 얻는 지혜'

(Oraculo manual y arte de prudencia)로 친숙한 17세기 스페인의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 Baltasar Gracián)은 변화의 격랑 앞에

서있는 우리에게 대화를 청한다.


저자는 진정한 강함에 대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내면을

다스리고 운용할 줄 아는 이가 강한것이고 말한다. 현인들의 심오한

철학적 담론은 동서양이 동일하다. 비록 사용하는 언어와 표현 방식이

다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진리는 일맥상통하다. 내면을 다스린다는

것은 스스로 절제하고 견딜 줄 아는 힘을 가졌음이며 감정이 마음

속에서 요동치지만 쉽게 분을 표출하지 않고 겸양의 덕을 가자는

것이다. 이는 동양의 '정중동'과도 궤를 같이 한다.


저자는 대화에 대해서도 말하며 말은 인간의 춤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그 사람의 말을 들으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대화의 품격은 뛰어남이 아닌 배려와 존중에 있다. 상대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언어와 행동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다. 침묵 역시 대화의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결국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하고 뛰어난 언변이 아닌 균형잡힌 태도인 것이다.


그가 생각한 근본적인 삶의 목표는 개인적인 성공과 명성보다는

개인의 성숙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근본을 지키면서도 실용적인 성공

전략을 놓치지 않았다. 저자는 많은 함정과 악한 행동을 미리 알아야

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어리석은 사람이나 약한 이들에게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킬 방법을 전하고자 했다. 예수회 신부였지만,

글 안에는 종교적 언급이 별로 없고 기독교 도덕 개념을 지향하지도

않아 종교적 부담없이 접할 수 있으나 불현듯 오랫 시간을 머무는

순간을 만나면 한없이 생각과 고민을 해야 하기도 한다. 인간 사이에

겪게 되는 삶의 파편들을 다루는 부분에선 한참을 머물렀다. 바르게

산다는 것, 바른 생각을 한다는 것, 그리고 바르게 행동 한다는 것에

대한 저자의 질문은 깊고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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