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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원받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 구원과 영생, 복음의 성경적 정의
존 오트버그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9년 9월
평점 :
예수의 삶이 우리 삶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P21
희생은 무언가를 잃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옮기는 행위다. P86
복음의 핵심은 구원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구원은 더 이상 최고의 가치가 아닌지 오래며
긴박성과 희소성 마저도 상실했다. 복음의 힘과 약속을 잃어 버리고 축소시킨 우리의 오류는
결국 하나님의 크기마저도 제한하고 작게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현실 앞에 던지는 저자의
'How Do I Know If I'm Really Saved?'라는 질문은 '다시 복음 앞에' 서야하는 우리에게 긴장과
기대감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단순히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하면 통과되는 통과의례가 아닌
세상의 소망으로서의 구원에 대해 말하는 존 오트버그(John Ortberg)의 글은 또 하나의 도전이다.
10여년전 모 교회 청년부 헌신예배 설교 부탁을 받고 '이 땅에서의 천국'에 대해 전한적인 있다.
예배를 마치고 다과를 하는 중 그 교회 담임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지금도 생각 난다. '목사님
자유주의 신학이세요?' 당시는 그랬다. 사후에 천국가는 복음이 최고의 가치이던 시절 혈기방자한
젊은 목사가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에 와서 이 땅에서의 천국을 이야기하니 놀라셨을 만도
하다. 그런 구원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났다.
구원의 핵심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의 문제이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해주시는 일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행하시는 일이다. 다시 말해서 구원은 하나님 나라의 삶이 우리 삶으로 스며들어
그 안에서 연합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나는 지금도 여전히 이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한 구원은
'하나님이 관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아는 것이다. 말장난이 아니라 둘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하나님을 아는 것은 감사하게도 은혜의 선물로 내가 그분의 친구가 되는 것이고,
늘 동행하는 것이고, 지금 나와 함께 계심을 믿는 것이다. 물론 하나님이 대해서 아는 사람도 이것을
안다. 차이는 그것을 누리며 사느냐이다. 누린다는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용하며, 드러내며,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영생은 죽은 뒤에야 보험금을 받는 보험증서가 아니요
훗날 천국의 한자리를 보장해주는 마법의 면책특권도 아니고 옳은 답을 알거나 옳은 교리를 고백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명백히 밝힌다.

구원은 철저한 은혜다. 구원은 단순히 우리가 내린 잘못된 선택들의 결과에서 건짐 받거나 더 나은
상황으로 구조되는 것이 아니고 죽어서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즉 변화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달라스 윌라드(Dallas Albert Willard, 기독교 사상가, 철학자, 하나님의
임재. 하나님의 은혜의 저자)는 '은혜'는 '노력'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얻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초대인 '나를 따르라' 앞에 마주선다. 함께 걸어가자고 초대하신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은 함께 걸어 가는 것이다.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며 그를 배우는 것이다. 삶과
생각과 마음과 뜻을. 그리고 그대로 사는 것이다. 다른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대로 그렇게 사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임재를 인식하는 '깨어남', 하나님과 멀어지게
만드는 것들을 버리는 '정화',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깨달음', 그분의 임재가 현실이 되어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요15:4)를 이루는 '연합'으로 설명한다. 물론 이 과정은
직선적 과정이 아니다. 단계들을 통과하는게 목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렇게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분명한 이유요 목적이다.
아주 흥미롭지만 무서운 내용 하나를 발견했다. "과연 우리는 천국을 간절히 원할까?" 단순히 꿈꾸고
기대하고 원하는 그런 곳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하는 바로 그 천국 말이다. 천국에서는 하나님을
피할 방법이 없다.(이는 이 땅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은근슬쩍 이것을 용인하고 사용한다) 가끔,
아니 자주 '하나님이 이것만은 보시지 않았으면....'하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우리에게 모든것이 그대로
공개되고 드러나는 천국의 삶은 마치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 헤매다가 겨우 만난 조각이 너무 불편해
슬그머니 그 자리에 내려두고 다시 길을 떠나는 이가 빠진 동그라미처럼 답답하고 불편할 수 있다.
숨어서 몰래 죄를 짓고도 아무도 모른다고 자위하는 우리에게 어쩌면 천국은 족쇄일수도 있다. 우리의
문제는 천국에 들어가는 것보다 천국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구원의
핵심은 우리를 천국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천국을 우리에게로 가져오는 것이다'.

이 책은 열세가지의 질문과 대답으로 되어 있는 아주 작고 얇은 책이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보물'이고 '정수'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이며,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정확하다. 그래서 이 책은 신학교에 막 들어간 후배들이 꼭 읽어 봤으면 한다. 그들의 신학이
고착화되기 전에 기초와 주춧돌이 되어 줄 것이고 평생토록 사용할 아주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게
될것이다. 나도 이 책을 올해 신학교에 들어간 제자에게 선물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