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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지 않는다
오제키 소엔 지음, 김지연 옮김 / 큰나무 / 2017년 7월
평점 :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는 것은 과연 어떤 삶일까하고 궁금함을 가졌던 적이 있다.
과연 그렇게 살 수 있을지, 그런 삶을 사는 나를 보며 사람들은 과연 무엇이라고 말할지
상상을 해 보았다. 이것도 가리고 저것도 감추고 살아온 수없이 많은 시간들을 돌아보는
내게 저자의 한마디는 비수가 된다. "슬플때는 온 몸으로 처절하게 슬퍼하고, 기쁠 때는
하늘 끝까지 날아 오를 만큼 기뻐하고,...." 얼마나 기대하고 꿈꿔 왔던 삶인가. 그런데
우리내 삶은 그렇지 못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다해 산다면 분명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며 무리에서 도태될 것이며 손가락질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삶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삶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한다. "水急不流月"이라는 말을 인용하여
어떤 학생과의 대화를 소개하면서 사이비 인텔리들이 가진 '이래야 한다. 저래야한다.'라는
자신들의 논리에 꿰어 맞춘 이상상을 제시하는 문제에 대해 꼬집는다. 수급불류월이라는
글은 강물이 아무리 빠르게 흘러가도 물에 비친 달의 모습은 떠내려 가지 않고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말하는 것 뿐인데 사람들은 이런 저런 선입견을 가지고 이래야 한다든지
저래야 한다든지의 단정을 지으며 뭔가 논리를 주장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 선입견을
버려야만 살아 있는 인간의 진실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신경쓰지 않는
마음'이 생겨 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린 선입견을 많이 가진다. 첫인상이 좋아야
한다느니 손은 어떻게 생겨야 잘 산다느니 인상이 안좋아 보인다느니 하는 우리 나름의
주관적 선입견으로 상대방을 재단하고 잘라 낸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 출발이라고 한다. 그럼 우린 아직 출발도 못한 상태라는 말이다.
저자는 또한 "고수"라는 단어에 대해 검이라는 매개체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검의 오의를 통달한 사람은 칼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지 않고 사람을 살린다. 죽일 필요가
있으면 바로 죽이고 살릴 필요가 있으면 바로 살린다. 죽이는 것도 생각대로 살리는 것도
생각대로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쯤되면 살리고 죽이는 의미가 없어진다.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살리고 죽이는 것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고수라고 한다. 이런 고수들은 다른 사람이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산다.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산다. 그것이 고수의
삶이다. 저자는 이런 상태의 삶을 "신경쓰지 않는 삶"이라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