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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을 만드는 손 - 욕심 말랑말랑 우리창작동화 13
박수정 그림, 김유정 글 / 한국헤밍웨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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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부를 꿈꾼 게으른 양반에게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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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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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책을 보내줄 때도 됐다.
이 책을 시작했을 때가 첫째 애 임신했을 때니 벌써 5년 정도 된 것 같다.
항상 이 책은 힘들었다.
왜 나는 책을 읽는가?
솔직히 말하면 책 안에서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내 심리적 문제를 해결할 욕심, 더 나아가 이 책을 읽었다는 잘난 척이 대부분을 차지한 게 아닐까 싶다.
이런 내게 이 책은 도끼가 되어 내 머리를 내리쳤다.
항상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다.
결국 토론 도서로 선정되면서 어디까지 읽고 안 읽었다고 이야기한 후 난 이 책 몇 페이지만 남기고 다 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책을 읽은 이후인가 보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책과 내면이 대화를 나눈 것이.
처음에는 억지로, 이제는 제법 책 안에 있는 내용을 내 언어로 번역해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아마도 이 책이 날 바꿔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항상 나를 변화시키는 책은 처음 불쾌함으로 다가온다. 이상하게 예외는 없었다.

1강 시작은 울림이다.
처음 강의. 박웅현CP는 감각 있고 창의적인 책을 소개한다. 이철수는 판화, 요즘 말로 캘리그라프로 유명한 사람이다. 최인훈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결이 보인다. 이오덕 선생님 동시는 순수하고 맑다. 이런 책을 읽으며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 창의성을 길러서 뭐 해 먹고 사나? 일단 강사인 저자는 광고를 만들고 산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글을 읽고 생각하는 폭이 넓어진다.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는 촉수가 발달한다. 세상 아름다움에 반응하는 깊이가 깊어진다.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이번 강의는 `김훈`이라는 작가를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김훈 작가는 참 특이하다. 먼저 요즘 빠른 자판이 있지만 연필로 꾹꾹 눌러 쓴다. 그리고 그가 하는 말이 그대로 글이 된다. 책을 읽고 대화를 하면 대화 그대로가 문체라는 걸 알게 된다. 그가 쓴 책을 읽으면 그가 천천히 지나가며 느끼는 사물에 대한 관찰에 감탄한다. 정말 그가 묘사하는 하나하나는 그가 가진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그는 한마디로 미쳤다. 그가 생각하는 방식을 읽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난다. 작은 사물 안에서 묘하게 다른 면에서 느낀 감동을 끌어와 표현한다. 다른 사람이라면 절대 연결할 수 없는 고리를 예리하게 포착해 글로 쓰고 독자를 설득한다. 그가 쓴 글은 굉장히 객관적이다. 사실을 쓴다. 다른 기자들은 주관을 사실로 포장해 쓰고 무지몽매한 독자는 그것을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한다. 김훈은 그렇지 않다. 사실만을 냉철하게 쓰고 의견은 독자에게 넘긴다. 하지만 독자는 그 사실만으로 슬픔을 발견하고 분노해야 함을 깨닫는다.

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알랭 드 보통은 20대에 사랑에 대한 글을 썼다. 그것도 아주 설득력 있게. 내면에 있는 사랑에 대한 메커니즘을 그려냈다. 저자는 알랭 드 보통을 `대단한 통찰가`라고 정의했다. 그가 사람에 대한 생각 흐름을 잘 알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를 계속해서 관찰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촉수를 곤두서서 살아야 한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하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을 알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오스카 와일드와 알랭 드 보통 책을 읽으면 예전보다 예민해진 감성을 가진 나를 발견할 수 있다.

4강 고은의 낭만에 취하다.
시를 읽는 방법에 대한 강의다. 저자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게 시라고 설명한다. 고은 시를 통해 처음 `이게 뭔 시야?`라고 우습게 여겼던 문구가 점점 자신 삶에, 그리고 감성에 들어오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시의 매력이다. 이런 방식을 취한 책은 바로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란 책이다. 원래 가지고 있는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다른 시점으로 쓴 책이다. 그렇게 씀으로써 아주 새로운 문학 작품으로 변모한다. 이렇듯 너무 당연해 보이는 세상을 시는 낯설게 만들고 떨어져서 제대로 느끼고 방대한 세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변혁을 주는 문학이다.

5강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저자는 찬란한 태양과 비옥한 토지를 갖고 있는 지중해 삶을 지향한다. 다시 말하면 `개처럼` 사는 삶을 살자고 말한다. 내일은 없듯 열심히 내 행복을 위해 사는 삶이다. 카르페 디엠. 지금을 즐기자. 아무리 슬픔이 있더라도 찬란한 햇빛에 감동하고 지금 피고 있는 꽃에 감탄하며 기꺼이 하루 휴가를 낼 수 있는 그런 넉넉한 행복을 즐기자.

6강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번 강의는 한 권 책만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여러 남녀와 이들이 엇갈린 사랑에 대한 정의에 따라 그들만이 가진 기준으로 연애 형태에 대해 그린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연애담이 아니다. 한 사람이란 세상이 변화되는 과정을 그림 대작이다. 한 사람은 세계다. 영혼은 생각보다 거대하고 위대하다. 사람이 가진 사랑으로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묵직한 책이다.

7강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니나
저자가 젊은이를 위해 추천하는 책이다. 3권으로 이루어진 대작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주인공 외에 많은 등장인물이 있고 이들을 통해 세상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다. 그 당시 역사를 보여주고 안나라는 사람을 통해 인간 안에 든 욕망을 통찰할 수 있다. 안나는 예쁘고 우아한 여인이다. 많은 남자들이 자신을 좋아한다. 결혼을 누구와 해야 하나? 결론을 내리고 다른 결정에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 만약 다른 결정을 내렸으면 어땠을까에 대한 결론은 소설을 통해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고뇌하고 신중한 사람이다. 세상에 있을 만한 사람이다. 우리 시대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바로 지금 삶에 대해 적용하고 투영 반영할 수 있는 실용적인 면을 가진 소설이다.

8강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마지막 강의는 우리나라 옛 선조가 가진 지혜를 알 수 있는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은 미쳤다. 모두 영어를 섞여 쓰고 빠른 것을 지향한다. 하지만 지식은 밖에서 나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나온다. 자연은 위하다. 위대한 자연과 어울리며 살았던 선인들 지혜를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 무조건 세련되어 보이는 것만 인정하고 내 것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 조상이 가지고 있었던 지혜를 깨닫고 이를 내면화하고 나서야 밖에 것을 받아들였을 때 제대로 된 지혜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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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보통 저는 편의점에서나 집 서재, 침대에서 읽습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종이책을 좋아합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어제까지 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
중년의 배신
소설 목민심서가 있습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하고 싶지만..질 안됩니다.
서재 배열할 정도로 책을 갖고 있지 않아요.
아직은 수험서가 많아요.
없애고 좋아하는 책 사서 채워놓고 싶습니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키다리 아저씨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빨간머리 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글쎄요-형법신강?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사노 요코-
요즘 이 분에게 빠졌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제 서재로..ㅠㅜ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총,균,쇠
서민 교수님 책 다 읽어보고 싶어요.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음-지금 역사란 무엇인가 다 읽었지만 끝이 안 나네요.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코스모스
사는게 뭐라고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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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23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다른 분들의 Q&A를 쭉 보면서, 각자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작가가 누군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번에도 알라딘이 좋은 이벤트를 기획했네요. ^^

책한엄마 2016-04-23 12:2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한 번 제 독서 이력에 대해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어요:^^
 
중년의 배신 - 인생이 낯설어진 남자를 위한 심리학
김용태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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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학 개론

요즘 `개저씨`나 `아재 개그` 등 요즘 중년 남성이 희화화된다.
황혼 이혼 등으로 이혼당하는 퇴직 후 중년 남성이 많음에 대해서도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때 중년 남성을 위한 심리학 서적이 나왔다.
전에 읽었던 `여자의 심리학` 반대편에 바로 이 책 `남자를 위한 심리학`이 있다.

며칠 전에 본 다큐에서 이런 말이 있었다.

황혼 이혼을 당한 남성에 대해 초점을 둔 이 프로에서 남성 이혼 상담가는 절박하게 외친다.
˝왜 다들 여성 입장에서만 공감하세요? 남자 입장에서 이해해 줄 수 없습니까?˝
그 상담사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있다 약주를 하시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우시던 큰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때 다시 아이가 된 듯 ˝엄마, 엄마아.˝라고 외치며 우셨다.
언제나 인자하시기만 한 어른으로 보였던 큰아버지가 다시 아이가 된 듯 `엄마`를 외치는 모습.
그리고 이 책 안에서 얘기하는 `어른 아이`가 겹쳐 보였다.
회사를 뛰쳐나간 잘 나가던 중년, 정선 씨
이 책은 소설 형식이다.
정선이란 중년 대기업 부장.
회사에서 미국에서 중요한 계약이 있었는데 불발된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물고 회사를 나온다. 그 후 알게 된 건 믿었던 본부장이 살기 위해 모든 책임을 부장인 자신에게 넘겼다는 사실이다. 배신감과 허탈함을 느낀다.
그 후 퇴사 선배인 친구를 만나고 지방 회사에 재입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상담사와 대화한 이야기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
`일`이라는 허세로 버텨 온 세월
30대와 40대에는 결혼 후 아내는 열심히 아이를 기르고 살림을 한다.
남성은 회사에서 돈을 벌고 대접을 받는다.
경제력을 무기로 아내를 위협하고 자식들을 굴복시킨다.
자신이 가진 무기였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없어지면 칼을 갈고 있던 아내와 자식에게 버려진다.
알고 보면 불쌍한 남자. 중년 남성.
그들은 그렇게 버림받는다.
아내는 ˝시끄러워˝라는 말에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길이 막힌다.
자식은 아버지에게 ˝의사, 변호사 판검사 아니면 그게 인간이냐?˝라는 후려치기 수법으로 자신이 가진 꿈을 짓밟힌다.
중년은 완벽함과 남이 보는 이목에 자신 가족을 억지로 맞춰 놓는다.
그래서 완벽해 보이는 가정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 완벽한 내 가족에 정작 나는 포함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상처가 중년에 몰려온다.

저자는 주장한다.
어쩌면 현대 중년 남성은 삶을 살아가며 그 나이에 배워야 할 감정에 대해 배우지 못 했다.
때문에 모자란 그 부분을 옳지 못한 방법으로 채운다.
타인을 부정하고 완벽함을 위해 노력하며 가끔 다른 사람에게 기대 세상을 살아간다.
이를 `성인아이`라고 부른다.
성인아이인지 물어보는 체크리스트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이 체크리스트에 중년 남성이 아닌 청년 여자인 나에게 보이는 면도 많이 보였다.
자신이 과연 성인 아이인지 확인하면서 어떤 성향으로 성인아이에 대한 여러 종류 성향을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는 어떻게 진정한 성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이 책은 중년 남성만 위한 책이 절대 아니다.
이 책은 내게도 많은 위안을 줬다.
전에 `여자의 심리학`이라는 책으로 모임을 진행할 때 어떤 분이 말씀하셨다.
˝이제 여자에 대한 심리를 알게 됐으니 남자에 대한 심리도 알고 싶어요. 그런 책 없어요?˝
바로 이 책이다.
정말 다음 시간에 이 책으로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남성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여린 모습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솔직하고도 명쾌한 심리학 도서였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울렁거렸다.
중년만 아닌 내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도 늙는다. 늙고 있는 내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추천해주신 `결이`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선물해주신 출판사 `Denstory`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인생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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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69 2016-04-22 18: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주 좋아요를 무진장 찍어 주고 싶네요.
그런 여력이 저에게 있다면 좋겠네요.

책한엄마 2016-04-22 18:4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제가 느낀 것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 만으로 영광입니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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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
전에 선생님이 단테 강의를 들었을 때 인상깊은 구절이라고 말씀 해 주신 명구가 생각이 났다.
˝가장 나쁜 일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것이다.˝
이 이야기에 적용하면 공지영 작가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가진 뜨거움을 가슴에 품고 실행하는 옳고 옳은 사람일 뿐.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욕과 사랑을 한꺼번에 받는 공지영이라는 작가가 작정하고 가볍고 재밌게 쓴 수필 모음집이다.
한겨레에서 가벼운 소재로 연재한 칼럼들을 모은 책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처음은 자신의 친구들과 있었던 일들
그리고 두 번째는 온전히 자신 스스로에게 일어나는 일들로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글들이 담겨있다.
마지막 부분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끝맺는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에는 자신이 묻고 자신이 답하는, 어쩌면 `자화자찬`의 자리가 될지도 모르는 웃음 가득한 인터뷰로 끝을 맺는다.

사실 공지영 작가의 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이렇다.
매우 무겁고 심각한 주제에 대해 쓰고 싶은 열망은 있으나 글은 한없이 가볍다.
공지영이란 작가의 글은 넓고 얇다.
한 마디로 `척`하는 것 같다는 말이다.
그래서 작가는 아예 대놓고 가볍게 이야기를 펼친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글 안에서 공지영이란 작가의 깊은 저력을 보았다.
견디기 힘든 아픔이 아물면 딱지가 되고 딱지가 아물면 유머가 되는 것인가?
재밌고 유쾌한 이 글 안에서 그전에 겪었던 치열한 싸움의 흔적들이 묻어 있었다.

첫 번째 부분은 친구와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전에 mbc 스페셜에도 나와 인기인이 된 `버들치 시인`과 `낙장 불입 시인`을 처음 소개한 글이 실려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이 많다고 대접을 바랐던 사람들이 알고 보니 자신이랑 똑같은 생일을 가졌다거나(주민등록상으로)
술 버릇이나 시련 등에 대한 부분은 차 마시면서 수다 떨며 한바탕 웃음 몰이를 할 주제였다.(이것은 ㅁㅇ이 언니가 얘기했던 부분이다.)
특히 술 마시면 하는 소리를 또 하는 두 명의 친구 그리고 그 다음날 정신이 멀쩡해서는 둘이 또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부분은 최고의 웃음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이 글 안에는 작가가 숨겨놓은 어두운 부분이 있다.

가끔 세상을 살다보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다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슬프게도, 대개는 나쁜 사람을 본 때 그런 생각을 한다. 어쨌든 이들이 내게 준 교훈이 하나 있는데 절대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끝내 그들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53)

두 번째는 작가 스스로를 보며 생각해 보는 부분이다.
제목 또한 매력적이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
작가 어린 시절 이야기, 자신의 이름, 자신의 이혼, 그리고 악플.
이런 자신의 쓰라린 일들을 최고의 유머로 승화하는 작가를 보며 그녀의 내공이 보통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알몸이 보일까 봐 홑겹의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아, 춥다고요. 담요를 좀 주세요.˝하고 있는데, 이 간호사들은 그런 내 모습이 뭐가 우습다고 까르르 웃으며 ˝선생님, 그럼 담요 드릴 테니 사인해주세요.˝하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담요를 두 개 더 덮는 조건으로 알몸이 보일까 조심조심 팔을 내밀어 열 명쯤의 간호사들에게 사인을 해주었다. 내 오른쪽 팔이 아직 시큰거리는 것은 그때 조리를 잘 못 해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132)

이 부분을 보며 영화 `파인딩 포레스트`가 생각났다. 포레스트는 세상에 대한 실망으로 세상을 왕따시킨다.
유명한 작가였으나 방 안에 틀어박혀 생애 대부분을 보낸 것.
그 이유는 동생이 죽어가는데 자신의 책이 너무 좋다며 책에 대한 느낌을 쏟아내는 간호사를 만나면서다.

또 비슷한 이야기. 친구를 만났는데 똑같은 얘기만 반복하는 친구.
계속 답을 제시해주는 작가.
하지만 계속 만나기만 하면 그 얘기만 했단다.
그래서 결국 모진 말을 하고 관계를 끊었다가 나중에 다시 화해를 했는데, 맙소사 또 똑같은 얘기를 했다고.
이 부분을 보면 사람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니 살아 있는 것일수록 불완전하고 상처는 자주 파고들며 생명의 본질이 연한 것이기에 상처는 더 깊다.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만큼 살아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면, 싫지만 하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상처를 딛고 그것을 껴안고 또 넘어서면 분명 다른 세계가 있기는 하다. 누군가의 말대로 상처는 내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상처를 버리기 위해 집착도 버리고 나면 상처가 줄어드는 만큼 그 자리에 들어서는 자유를 맛보기 시작하게 된다. 그것은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내리는 신의 특별한 축복이 아닐까도 싶다. (171)

마지막 파트 가정에 대한 이야기.
육아를 한다면 참고할만한 이야기도 적혀 있다.

˝모든 과목에는 아이들 별로 분명 우열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함께 넣어놓으면 다들 힘들어요. 수학을 못한다는 게, 영어를 못한다는 게 열등하다는 것과 동일 어가 되는 게 더 문제가 아닐까요? 김연아라면 어땠을까요? 박태환이라면? 우리 아이는 수학은 아니지만 영어도 아니지만 피겨도, 수영도 아니지만, 그 다가 아니라도 무언가 잘하는 게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게 뭔지 아직 나는 모르지만 저는 그걸 믿어주고 싶어요.˝(205)

가볍게 썼다지만 이 책을 결코 가볍게 읽을 수는 없었다.
웃음 안에서 작가의 깊은 숨은 힘을 볼 수 있었다.
안티의 큰 비난하는 목소리는 어쩌면 부러움과 시샘의 다른 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삶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고 느낄 때 나는 평화를 간절히 갈구했다.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랐던 것이다. 어느 정도 생이 안정을 찾고 나자 나는 자유를 원했다. 처음 자유를 원한다, 라는 생각을 했을 때 솔직히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피에 젖은 맨발 같은 것이었다.자유라는 게 말이 그렇지 그게 쉬운가 말이다. 개인이든 나라든 자유라는 걸 얻는다는 것은 결국 핏빛 깃발을 휘날리는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유란 결국 평화의 다른 이름이며 정말로 예수의 말대로 그건 진리를 통해서만 가능하는 것 말이다. 예수는 우리에게 진리란 결코 옛것의 이름으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다가 비참하게 사형당한 사람이고 보니, 내가 처음에 생각한 피에 젖은 맨발이 그리 틀린 생각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착과 상처를 버리는 곳에 조금씩 고이는 이 평화스러운 연둣빛 자유가 너무 좋다. 편견과 소문과 비방과 비난 속에서도 나는 한줄기 신선한 바람을 늘 쐬고 있으며 내게 덕지덕지 묻은 결점들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고통 속에서도 내게 또 다가올 그 자유가 그립고 설렌다.(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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