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이 책을 보내줄 때도 됐다.
이 책을 시작했을 때가 첫째 애 임신했을 때니 벌써 5년 정도 된 것 같다.
항상 이 책은 힘들었다.
왜 나는 책을 읽는가?
솔직히 말하면 책 안에서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내 심리적 문제를 해결할 욕심, 더 나아가 이 책을 읽었다는 잘난 척이 대부분을 차지한 게 아닐까 싶다.
이런 내게 이 책은 도끼가 되어 내 머리를 내리쳤다.
항상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다.
결국 토론 도서로 선정되면서 어디까지 읽고 안 읽었다고 이야기한 후 난 이 책 몇 페이지만 남기고 다 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책을 읽은 이후인가 보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책과 내면이 대화를 나눈 것이.
처음에는 억지로, 이제는 제법 책 안에 있는 내용을 내 언어로 번역해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아마도 이 책이 날 바꿔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항상 나를 변화시키는 책은 처음 불쾌함으로 다가온다. 이상하게 예외는 없었다.

1강 시작은 울림이다.
처음 강의. 박웅현CP는 감각 있고 창의적인 책을 소개한다. 이철수는 판화, 요즘 말로 캘리그라프로 유명한 사람이다. 최인훈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결이 보인다. 이오덕 선생님 동시는 순수하고 맑다. 이런 책을 읽으며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 창의성을 길러서 뭐 해 먹고 사나? 일단 강사인 저자는 광고를 만들고 산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글을 읽고 생각하는 폭이 넓어진다.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는 촉수가 발달한다. 세상 아름다움에 반응하는 깊이가 깊어진다.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이번 강의는 `김훈`이라는 작가를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김훈 작가는 참 특이하다. 먼저 요즘 빠른 자판이 있지만 연필로 꾹꾹 눌러 쓴다. 그리고 그가 하는 말이 그대로 글이 된다. 책을 읽고 대화를 하면 대화 그대로가 문체라는 걸 알게 된다. 그가 쓴 책을 읽으면 그가 천천히 지나가며 느끼는 사물에 대한 관찰에 감탄한다. 정말 그가 묘사하는 하나하나는 그가 가진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그는 한마디로 미쳤다. 그가 생각하는 방식을 읽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난다. 작은 사물 안에서 묘하게 다른 면에서 느낀 감동을 끌어와 표현한다. 다른 사람이라면 절대 연결할 수 없는 고리를 예리하게 포착해 글로 쓰고 독자를 설득한다. 그가 쓴 글은 굉장히 객관적이다. 사실을 쓴다. 다른 기자들은 주관을 사실로 포장해 쓰고 무지몽매한 독자는 그것을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한다. 김훈은 그렇지 않다. 사실만을 냉철하게 쓰고 의견은 독자에게 넘긴다. 하지만 독자는 그 사실만으로 슬픔을 발견하고 분노해야 함을 깨닫는다.

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알랭 드 보통은 20대에 사랑에 대한 글을 썼다. 그것도 아주 설득력 있게. 내면에 있는 사랑에 대한 메커니즘을 그려냈다. 저자는 알랭 드 보통을 `대단한 통찰가`라고 정의했다. 그가 사람에 대한 생각 흐름을 잘 알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를 계속해서 관찰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촉수를 곤두서서 살아야 한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하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을 알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오스카 와일드와 알랭 드 보통 책을 읽으면 예전보다 예민해진 감성을 가진 나를 발견할 수 있다.

4강 고은의 낭만에 취하다.
시를 읽는 방법에 대한 강의다. 저자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게 시라고 설명한다. 고은 시를 통해 처음 `이게 뭔 시야?`라고 우습게 여겼던 문구가 점점 자신 삶에, 그리고 감성에 들어오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시의 매력이다. 이런 방식을 취한 책은 바로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란 책이다. 원래 가지고 있는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다른 시점으로 쓴 책이다. 그렇게 씀으로써 아주 새로운 문학 작품으로 변모한다. 이렇듯 너무 당연해 보이는 세상을 시는 낯설게 만들고 떨어져서 제대로 느끼고 방대한 세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변혁을 주는 문학이다.

5강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저자는 찬란한 태양과 비옥한 토지를 갖고 있는 지중해 삶을 지향한다. 다시 말하면 `개처럼` 사는 삶을 살자고 말한다. 내일은 없듯 열심히 내 행복을 위해 사는 삶이다. 카르페 디엠. 지금을 즐기자. 아무리 슬픔이 있더라도 찬란한 햇빛에 감동하고 지금 피고 있는 꽃에 감탄하며 기꺼이 하루 휴가를 낼 수 있는 그런 넉넉한 행복을 즐기자.

6강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번 강의는 한 권 책만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여러 남녀와 이들이 엇갈린 사랑에 대한 정의에 따라 그들만이 가진 기준으로 연애 형태에 대해 그린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연애담이 아니다. 한 사람이란 세상이 변화되는 과정을 그림 대작이다. 한 사람은 세계다. 영혼은 생각보다 거대하고 위대하다. 사람이 가진 사랑으로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묵직한 책이다.

7강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니나
저자가 젊은이를 위해 추천하는 책이다. 3권으로 이루어진 대작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주인공 외에 많은 등장인물이 있고 이들을 통해 세상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다. 그 당시 역사를 보여주고 안나라는 사람을 통해 인간 안에 든 욕망을 통찰할 수 있다. 안나는 예쁘고 우아한 여인이다. 많은 남자들이 자신을 좋아한다. 결혼을 누구와 해야 하나? 결론을 내리고 다른 결정에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 만약 다른 결정을 내렸으면 어땠을까에 대한 결론은 소설을 통해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고뇌하고 신중한 사람이다. 세상에 있을 만한 사람이다. 우리 시대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바로 지금 삶에 대해 적용하고 투영 반영할 수 있는 실용적인 면을 가진 소설이다.

8강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마지막 강의는 우리나라 옛 선조가 가진 지혜를 알 수 있는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은 미쳤다. 모두 영어를 섞여 쓰고 빠른 것을 지향한다. 하지만 지식은 밖에서 나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나온다. 자연은 위하다. 위대한 자연과 어울리며 살았던 선인들 지혜를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 무조건 세련되어 보이는 것만 인정하고 내 것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 조상이 가지고 있었던 지혜를 깨닫고 이를 내면화하고 나서야 밖에 것을 받아들였을 때 제대로 된 지혜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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