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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느낀 행복들 - 국제 문학 에이전트, 대한민국에 빠지다
바버라 지트워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월
평점 :
한국에서 느낀 행복들 – 바버라 지트워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는 이 작품을 발견하고 번역하고 출판해주는 국제적인 문학 에이전트가 필요하다.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보고 활동한 1세대가 저자인 바버라 지트워다. 신경숙의 작품을 비롯 다양한 한국 작가를 외국에 알렸다.
개인적으로는 신경숙 작가의 이슈 때문에 좋아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친구라서 저자와 신경숙은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한국과의 인연이 많은 그녀가 한국에서 느낀 행복들이라는 제목으로 뉴요커가 바라보는 한국과 문화의 여러면을 담담하게 써냈다. 한국인이지만 이 문화에 이런 이야기까지 숨어있었다고? 하는 것들도 여러 가지 있었다. 원래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은 잘 모르고, 늘 있어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책의 구성은 하나의 소주제와 여행지에 대한 단상. 각 장의 마지막에는 한식을 조리하는 조리법까지 나와 있다. 한국 사람이 내가 읽기에 조리법은 레시피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까지 한 쪽 소개되어 있어서 외국 독자들이 시도해 보기에 즐거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경우 다시마를 어느 정도 분량으로 잘라내야 하는지 모를 독자를 위해 1장은 신용카드 크기라고 적어놓은 직관적인 설명에 탄복했다. 역시 세계 공통의 사이즈라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아마 나라면 늘 알죠? 너구리 다시마 크기! 했을텐데 말이지.
서울 명동, 제주도, 남양주, 진도, 특히 작가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부산 등 여러곳이 소개된다. 특히 외국인이 소개하는 책을 통해서 센텀시티에 탕이 18개가 있는 찜질방이 국내 최대 크기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기분이 묘했다. 나름대로 여러 군데에서 온천욕을 해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국내 최대를 가보지 못했다니 자존심이 상했다. K뷰티를 소개하면서 세럼과 에센스가 2번에 걸쳐 나오는 무려 11가지 스텝의 기초화장법에 또 놀라버렸고 말이다. 그런데, 에센스를 2번 바르는 동안 크림은 레이어링 하지 않는 건가 싶었다. 외국사람들이 상술이라고 비웃는다는 아이크림까지 등장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화장품으로 무려<해마>가 쓰인다는 것은 정말이지 처음 알았다. 수족관에서나 보는 그 해마가 사용되는 제품이 있다니. 뷰티를 위한 열정과 소재의 다양성은 정말 넓구나. 그런데 이걸 또 K뷰티의 나름 신봉자인 내가 외국인을 통해서 알다니. 또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달팽이크림은 알고 있어서 어느 정도의 체면치레는 했다고 내심 생각했다.
전에 외국 여행을 다녀온 후 무려 서울에서 살고 있을 때 동대문 근처 게스트하우스에 묵은적이 있었다. 외국 사람들은 어떤 걸 구경하러 오는 걸까 했는데 (무려 한 9년정도 전이었다) 비무장지대 투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전후무후한 독특한 곳이 비무장 지대구나. 그 걸 <관광>이라는 개념으로 사람들은 방문하는구나 했는데, 바버라의 여정에도 등장한다. 혹시 가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외국인을 위한 단체투어도 있지만 개별적으로도 DMZ평화관광도 가능하다. 이 관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신분증이다. 내국인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외국인의 경우에는 (여권, 외국인등록증, 미군ID)가 필요하다. 글로벌한 시대에 맞춰 모바일 신분증도 인정된다. 이것은 꼭 사전에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실물로 가져가서 방문하는 게 제일 안전하다. 또한 서울 관광에는 케이팝 스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덕심의 여정은 꾸준히 존재한다.
작가가 힘들 당시 (남편의 건강문제)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스님과의 차를 마시는 시간에 들은 “우리는 지금 행복합니다“라는 대목에서 나도 템플스테이가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5년 전 일 때문에 번 아웃이 왔을 때 추천받은 것이 템플스테이였는데 아직도 못해봤다. 새해맞이로 근심 걱정이 있거나 조용한 사색이 필요할 때 도전 해볼만한 코스다. 작가는 아직도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며 지금의 행복에 대한 고마움을 상기시킨다고 한다.
내가 다녀온 코스 중에 하나인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도 추천한다. 서울에서 2시간 이상 가야하긴 하지만 제임스 터렐의 작품과 안도 다다오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고즈넉하며 상당한 입장료를 자랑하기 때문에(3만원 가량) 서울의 박물관보다는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겨울에 다녀온 뮤지엄 산만 알고 있는데, 초록이 무성할 때 여름비가 내리는 날 또 가봐야겠다. 작가는 명상관이 생기기 전에 다녀와서 아쉽다 하더라. 특이한 명상관에서 음원으로 들려주는 싱잉볼과 함께라면 걸어 다니느라 고단했던 몸을 20분 동안 충분히 이완할 수 있다. 국내 독자라면 내가 알고 있는 지역에 이런 것이 있다니 하는 발견을 할 수도 있다. 외국인들은 이런 것을 독특하게 여기는구나 하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도 한국 와서 가봤는데, 내가 아직 못 가봤다니 하는 부끄럼에 몇 가지 여정을 추가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