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감정 수업 - 21세기 젊은 여성을 위한 생존 심리학
타라 포터 지음, 백지선 옮김 / 또다른우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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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감정수업 타라 포터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소녀들이 알아야 할 생존 심리학이라는 느낌의 부제를 가지고 있지만 책은 상당히 심오하다. 애착을 필두로 지금 성인이 되어 자녀를 키우는 여성과 지금의 10대 잘파세대에게는 상당히 다른 환경이 되었다. 현재 영국에서 25년간 임상심리학자로 일하는 저자는 많은 내담자들의 사연과 함께 생각해봐야 할 심리학에 대한 개념과 바운더리를 정리해 준다. 초록색으로 각 내담자의 사연과 그에 상응하는 소녀들이 가졌으면 하는 기준과 타협점 등이 제시되어있다.

먼저 <애착>파트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애착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해준다. 그래서 성과 사랑, 감정, 친구 등 관심 가는 파트가 많겠지만, 꼭 제일 먼저 읽어보길 권하고 있다. 애착은 쌍방향이다. 단순하게 눈 맞춤을 하지 않고 무시하는 실험만으로도 잔인하게 느껴지지만, 아기들이 자라는 동안 오랜 시간 무시, 방임, 해로운 양육 등을 당하면 애착장애가 올 수 도 있다. 나를 믿어주고 안정감을 주는 관계를 동물적으로 알 수 있다. 애착을 형성하는 최적의 시기가 있는데 이는 생후 첫 2년간 따뜻한 돌봄을 받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한다. 2살까지면 거의 뭘 잘 모를 때 인 것 같은데, 본능적으로 나를 지켜주는지 아닌지에 대한 체득이 이 시기에 된다고 하니 놀랍다.

이후 저자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춤으로 표시하는데, 부모님의 집을 클럽이라고 생각한다던가. 같이 춤을 출 수 있고, 서로의 규칙을 지켜야 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친구들이 더 소중하고 인기를 얻고 싶거나 호감을 얻고 싶어지는 나이가 온다. 인기는 좀 더 권력적인 면, 호감은 더 개인적인 친밀도에 가깝다. 친구와의 관계 형성에서도 요새는 온,오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신 예전과 다르게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많은 친구들과 연결되어 있어 적당한 고립을 느낄 수도, 영원히 따돌림을 당한다고 느낄 수 도 있는 것이 최근이란다. 바로바로 인별그램에서 인기가 많은 친구들과의 관계에 목말라 할 수 도 있고, 아예 이런 무관심으로도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후반부의 외모와 식사 부분에서는 나도 아직 나를 보는 눈이 괜찮은가에 대해 생각했다. 하필이면 오늘 책에 등장한 치아씨드 샐러드 도시락을 먹으며 읽었는데, 얼마나 뜨끔하던지. 최근 소녀들은 계속적으로 많은 이미지들을 접하면서 자신의 몸이 부적절하게 크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소녀들이여 인별그램의 그 인플루언서들은 타고 태어난 것이 더 크오니 자신과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거울로 바라보는 축소된 나와 내 시선에서 아래로 바라보며 보는 내 몸 사이의 이미지의 차이를 받아들이라고 한다. 어차피 뇌는 내 모습을 100% 남들이 보는 것처럼 3차원으로 인식할 수 없다. 가능하면 이분법적이지 않게 먹기를 말이다. 의지력이 없어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요요라는 다이어트 이후 퍼펙트 스톰(두가지 이상의 악재가 겹쳐서 더 큰 악재를 만들어 내는 것)을 오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방법은 강압적인 제한을 없애는 것이다. 자유롭게 먹고, 너무 넘치게만 하지 않는 것. 마지막의 성과 사랑 그리고 매력의 부분에서는 감정적인 성숙과 함께 신체적인 것이 따라와야 하고 그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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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사항 보고서 네오픽션 ON시리즈 21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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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사항 보고서 최도담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작가인 최도담은 실제로 공무원이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인 실업급여팀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이렇게 잘 녹여내는 것도 취재가 아니라 생활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일단 책을 끝까지 읽으며 뒤섞이는 이야기와 마지막 에필로그에서의 반전에 머리가 멍했다. 보통 중간 서사가 있으면 그 이야기가 주축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또 한 사람의 제로의 세계(영혼으로 돌아다니는 서이안의 이야기)와 현실은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책의 시작은 퇴근 시간이 가까운 550분 주안시의 실업급여 팀으로 총을 가지고 들이닥친 복면 강도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자신이 아주 불친절로 수모를 당해서 보는 창구놈들 죽이겠다고 들어온 것. 처음에는 진짜 총인가 수군거리던 사람들도 이안이 총에 맞고 피를 흘리자 다들 정신이 돌아온다. 정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테드 강연을 보고 왔는가, 왜 강도 주제에 그럴싸한 도덕과 정의에 대해 묻는거지 괴리감이 느껴졌다. 결국 어떤 답을 말하건 간에 자기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건데, 그런 것을 가진다는 게 바로 권력이겠지. 남의 생명을 손에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놈들에게, 공무원놈들은 더 심드렁하다. 그거, 닥쳐봐야 알 것 같은데요 라고. 맞다. 아무리 이야기를 하면 무얼 하나, 내 가족을 죽일건지, 모르는 수십명을 죽일건지는 그 때 가봐야 아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없자나.

이런 심각한 트라우마에서 살아남아 돌아온 희진과 호찬의 이야기가 앞으로 이어진다. 내가 일하고 온 곳에서 무장 살인 관련한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내 안위에는 별 관심없는 가족들과 같이 살고 있는 희진. 그렇지만 센터에서는 늘 웃는 낯으로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극한의 상황에서는 왜인지 모르게 집으로 오고 싶었는데, 꼭 이집이었어야만 했는데 오고 나니 나는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호찬은 캠핑카에서 살고 있는 감춰진 이야기들도 많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이안과 갑자기 마주치면서 이안을 느끼게 되는 사람. 그리고 이안을 많이 걱정했던 사람이다.

사람들은 계속 센터에 테러를 하러 가겠다는 글들을 써올리고, 경찰은 변죽을 울린다. 그렇게 진짜 복면찾기에 대한 수사는 계속된다.

나는 중간 중간 숨어있는 실업급여과를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흥미가 갔다. 구두를 훔쳤다고 CCTV 증거가 제출되어 돌아가야만 했던 사람. 실제로 남을 착취하고 착복하면서도 마음에 악의를 품고 있는 사람. 나도 대체근무자로 들어와서 계약직인데, 안정적인 니들이 뭘 아냐며 넋두리를 늘어놓는 사람 등 실업급여과는 매일 매일이 전쟁이다. 실제로 그래서 노동부 공무원들을 참 많이 뽑았기도 하고. 그 와중에서 유리창 너머의 사람과 반대편의 사람의 진실 찾기와 입장 차이를 들어보는 것도 꽤 좋았다. 모든 실직의 이유가 그다지 즐거운 일일 수는 없듯이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도 많고, 눈물쇼로 범벅된 이야기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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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류귀복 지음 / 지성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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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 입니다 - 류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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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사 선생님들을 내가 만나는 곳은 새로운 정형외과를 갈 때와 치과를 갈 때 정도인 것 같다. 로비에 성당이 있는 (강남성모병원) 병원에서 치과 방사선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참 글 빨이 있으시다. 많은 독서로 다져진 글 빨 이리라. 나도 책을 많이 읽으면서 주변에 독서를 엄청 강권하는데, 작가님과 같이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역시나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회이기도 하고, 추천하면 일상이나 밥벌이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만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래서 이제는 섣불리 추천도 잘 안하게 된다. 그래도 계속 책은 새로운 만남이니까 좋은 것이니까 독서전도사가 되어보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그리고 글에서 선함과 유머러스함이 물씬 풍겨온다. 병원에서의 일상과 환자로서의 일상이 둘 다 녹록치 않으심에도 불구하고 직장생활과 투병일기 모두 유쾌한 필체로 담겨 있다. 30대에 심지어 군대도 다녀온 후에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 받았지만, 의사 선생님의 군대 다녀오셨나는 물음에도 웃어넘길 수 있게 되신 분이다. 병원에서 샌드위치 하나 덕분에 꽃꽂이를 배우고 나서 아내분께 꽃을 배워보라고 추천해보신 부분은 인생에서 참 어떤 일을 새로 배우게 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이 깨어지는 것이라 느꼈다. 졸업식의 꽃다발도 아까운 마음에 펄쩍 뛰며 거부했던 사람이 꽃꽂이로 다시 태어나다니. 생각보다 손을 움직이며 풀과의 만남을 가지는 것은 많은 위로가 된다. 오늘도 슬픔을 달래려 큰 식물을 옮겨심은 나였다. 아무리 무거워도 흙이랑 화분을 옮기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방사선사로서 치과에서는 주연을 담당하는 의사선생님들과 치위생사와 방사선사 등 팀으로 유기적으로 일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강직성 척추염 때문에 한 달에 반 정도만 정상 컨디션으로 일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일하는 덕분에 고통이 있을 때도 새벽같이 출근해서 링겔 투혼을 하고 나면 버틸만 하다고 한다. 환자로만 있으면 생업전선에 이상이 오고, 그렇다고 다른 직장을 다녔다면 이렇게 유연하게 치료받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난치병에 대한 긍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직업적으로 엑스레이의 방사선 관련해 방호복 착용에 대해 매뉴얼을 지키려고 하는 모습에서 직업의식과 소명의식을 함께 느꼈다. 생각보다 러시아를 비롯해 의료관광을 오는 진료과도 다양함을 함께 알았다. 생존 러시아어를 통해서 한 번에 말끔하게 촬영하는 에피소드는 눈에 그려질 정도다. 생각보다 내가 잘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행복에 대한 기준을 살짝 낮추면 나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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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 종말로 향하는 지구의 방향을 바꿀 9가지 녹색 제안
장성익 지음 / 풀빛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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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 장성익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봄은 참 희안한 계절이다. 묵은 두꺼운 옷들을 꺼내 정리하게 되고, 꽃이 만발하는 게 느껴지면 식물을 들여놓게 된다. 대청소의 시즌이라는 말씀. 똑순이 답게 집에 있는 헌옷들을 수거해가는 업체와 상담했다. 20kg이상이면 킬로그램 당 500원의 값을 쳐주겠단다. 그리고 뭐 얼마나 채워지겠나 하고 바지런히 움직여보니 신발 5켤레와 옷이 40kg 이사박스 대형 2박스를 가득 채웠다. 여기에 낡은 무료수거 제품들까지 더하니 집에 불필요하게 있었다는 물건이 이렇게 많았나 놀라게 되었다. 책에서 말하는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은 총 9가지다. 먼저 사람과 자연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 공기(대기의 질), 기온, 숲과 강물, 그에 터전을 잡고 사는 생물들 다 연결되어 있다. 연어가 거슬러 오는 강의 숲이 더 울창한 것도 생각해보면 연어를 잡아먹는 곰들이 서식하기 때문이고,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순환들이 지구에는 많다. 단지 사람이 모르고 있을 뿐.

그래서 결국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40kg의 안 입는 옷들을 보면서 이 모든 것을 내가 <소비>했기에 다시 <쓰레기>가 되게 만들었다는 것을 간과했다. 옷 재활용 센터에 준다고 해서 친환경 소비라는 생각만으로 내 이기심을 덜어내려 했던 것 같다. 재활용은 실제로는 달라진 게 없는 데 우리가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나역시 재활용은 좋은거야 하고 마음의 짐을 덜려고 했다. 쓰레기를 많이 버리는 것과 별개로 재활용이 되는 제품은 상관없다는 생각과 실제 환경을 위함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특히 페트병 같은 경우도 실제로는 완전한 재활용으로 재탄생하는 경우조차 적다. 생산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 문제다.

최근 내연기관의 퇴출 움직임도 생각해보면 그 전기를 이용하기 위한 배터리 생산에 남미의 리튬이나 콩고의 코발트에 의지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그 많은 배터리들을 생산하기 위해서 남미와 콩고의 자연은 무참히 개발되고 있다. 청정이라고 불리는 수소에너지도 3종류인데,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가 있다. 결국 수소를 분리하기 위해서 화석연료를 사용해야만 하는 그레이수소가 국내에서는 제일 많이 사용된다. 전에 태양광 관련 일을 하면서 만들어지는 전지판들을 보면서 이제 도래하는 폐전지들에 대한 재활용 방안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며 분개했다. 더 나은 성능을 가진 제품들만 생산할 줄 알았지 사용기한이 다 된 제품들에 대한 허울 좋은 재활용 방안이나 폐기로의 수순은 지구에게 탈성장이라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탈성장이 물론 모든 분제를 한방에 해결해 주는 만능주의는 아니다. 그렇지만 과잉에서 균형으로, 추출에서 순환으로, 폐기에서 재생으로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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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나이 드는 기쁨
마스노 슌묘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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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나이 드는 기쁨 - 마스노 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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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를 비롯해서 스님들이 쓰신 책은 나와 좀 결이 맞는 것 같다. 일본의 주지스님이신 마스노 슌묘님이 쓰신 책이다. 책 표지부터 내용까지 군더더기가 없다.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라고 하셔서 찾아봤는데, 세계인이 존경하는 일본인 100명에 뽑히기도 한 나름 유명하신 분이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소탈 그 자체다. 청년 시절부터 곡기를 조절해 가며 수행을 해 오신 분이라 그런가 글의 면면에 소유나 탐욕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청년시절 수행 시작지점부터 같이 시작한 사람들은 막 영양실조로 쓰러지고 한단다. 기본적으로 식욕과 수면욕을 통제하는 것 부터가 수행의 시작인가보다. 그걸 잘 조절 못해서 매일같이 살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나.

암튼, 심플하게 나이 드는 기쁨에서는 소유, , 죽음, 인간관계 등 다양한 면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부분들을 짚어준다. 생각보다 나이들면 할 수 없게 되는 것들이 많아지고 남의 보살핌을 받게 될 수 있다. 신체적으로 쇠약해졌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을 너무 포기해버리고 살지 말란다. 아직까지 이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나를 인정하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을 지키는 마음가짐.

<최종학력>을 갱신하자는 이야기는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익힘에 두려워 하지 말라는 말로 들려서 좋았다. 처음에는 학력에 관한 세탁을 하라는 건 아니겠지 했다.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익히고,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하라는 뜻이다. 오늘 즐거웠던 일을 내일도 한다면 얼마나 즐겁겠는가. 당장 내일이 나에게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노년에게 미래는 그런 것이다.

책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가 너무 슬퍼하는 것을 보며 조언을 구하자,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만나보라고 조언해주신 것 또한 혜안이라 생각된다. 물론 같은 슬픔을 이야기하며 더 힘들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아픔의 심연까지 내려갔다가 같이 핥아주는 것 마냥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너무 심한 슬픔으로 사람을 가둬두는 것은 좋지 않다. 물론 나오고 싶지 않긴 한데, 그래도 적당한 혼자만의 사유가 끝났으면 사람들과 다시 이어져야 한다. 그러다가 혹 맞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되지. 어려운가.

책에서 강조한 내용 중에 생전 정리 관련하여 내가 내 삶을 어떻게 끝낼것인지 연명치료를 할 것인지 정해두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생전에 내 의사를 정확히 밝혀두는 것이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선택의 시간이 왔을 때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 시간이 되면 어떤 선택을 해도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의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두려움에 연명치료의향서를 내지 못했는데 올해는 결정을 해야겠다.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 이외에도 나이 들어서 귀차니즘으로 몸단장을 하거나 단정하게 준비된 새 옷을 입고 하루를 시작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디 나갈 데가 없으니 잠옷 차림으로 하루를 보낸다거나 하는 귀찮음에 지지 말라고. 내일 입을 옷을 머리맡에 두면 새로운 옷과 함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고. 정말 간단한 일이지만 출근할 때 빼고 주말에는 편한 게 제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또 변화를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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