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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류귀복 지음 / 지성사 / 2024년 2월
평점 :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 입니다 - 류귀복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방사선사 선생님들을 내가 만나는 곳은 새로운 정형외과를 갈 때와 치과를 갈 때 정도인 것 같다. 로비에 성당이 있는 (강남성모병원) 병원에서 치과 방사선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참 글 빨이 있으시다. 많은 독서로 다져진 글 빨 이리라. 나도 책을 많이 읽으면서 주변에 독서를 엄청 강권하는데, 작가님과 같이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역시나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회이기도 하고, 추천하면 일상이나 밥벌이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만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래서 이제는 섣불리 추천도 잘 안하게 된다. 그래도 계속 책은 새로운 만남이니까 좋은 것이니까 독서전도사가 되어보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그리고 글에서 선함과 유머러스함이 물씬 풍겨온다. 병원에서의 일상과 환자로서의 일상이 둘 다 녹록치 않으심에도 불구하고 직장생활과 투병일기 모두 유쾌한 필체로 담겨 있다. 30대에 심지어 군대도 다녀온 후에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 받았지만, 의사 선생님의 군대 다녀오셨나는 물음에도 웃어넘길 수 있게 되신 분이다. 병원에서 샌드위치 하나 덕분에 꽃꽂이를 배우고 나서 아내분께 꽃을 배워보라고 추천해보신 부분은 인생에서 참 어떤 일을 새로 배우게 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이 깨어지는 것이라 느꼈다. 졸업식의 꽃다발도 아까운 마음에 펄쩍 뛰며 거부했던 사람이 꽃꽂이로 다시 태어나다니. 생각보다 손을 움직이며 풀과의 만남을 가지는 것은 많은 위로가 된다. 오늘도 슬픔을 달래려 큰 식물을 옮겨심은 나였다. 아무리 무거워도 흙이랑 화분을 옮기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방사선사로서 치과에서는 주연을 담당하는 의사선생님들과 치위생사와 방사선사 등 팀으로 유기적으로 일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강직성 척추염 때문에 한 달에 반 정도만 정상 컨디션으로 일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일하는 덕분에 고통이 있을 때도 새벽같이 출근해서 링겔 투혼을 하고 나면 버틸만 하다고 한다. 환자로만 있으면 생업전선에 이상이 오고, 그렇다고 다른 직장을 다녔다면 이렇게 유연하게 치료받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난치병에 대한 긍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직업적으로 엑스레이의 방사선 관련해 방호복 착용에 대해 매뉴얼을 지키려고 하는 모습에서 직업의식과 소명의식을 함께 느꼈다. 생각보다 러시아를 비롯해 의료관광을 오는 진료과도 다양함을 함께 알았다. 생존 러시아어를 통해서 한 번에 말끔하게 촬영하는 에피소드는 눈에 그려질 정도다. 생각보다 내가 잘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행복에 대한 기준을 살짝 낮추면 나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