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차는 간다
허수경 시인
기차는 지나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시집 <혼자 가는 먼 집>에서 가져옴
기차를 떠올리면 추억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오래전 먼 곳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이도 있겠지만 아주 가서 오지 않는 이도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추억은 그리움이다. 남겨진 사람들은 떠나고 오지 않는 이들을 기다리며 지금도 역 출구 앞을 서성이고 있지 않을까. 더구나 그 사람이 사랑한 사람이라면.
이 시는 그렇게 절절하다. 모든 지나간 자리에는 남아 있는 이의 아픔이 있다. 기차와 밤꽃과 꽃자리가 시인을 아프게 한다. 추억은 기차가 통과한 내 몸 같은 것이기에 시인의 그리움은 상처가 되어 그것을 보듬어 안은 것일까. 마지막 시 구절이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