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ㅇㅇ초등학교를 나와서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민사고를 나와서
하버드대를 갈 거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거다."
주말 북섹션 동시집을 소개하는 기사에 소개된 부산 부전초 1학년 '박채연의 <여덟 살의 꿈>이란 시다.
초등학교 1학년이 어떻게 국제중 민사고 하버드대를 알까. 이대목까지만으로도 놀라운데 정말 놀라운 반전이다. 최상의 코스를 밟아 하버드대를 나와 미용사가 될 거란다.
부모들이 들으면 기암하거나 뜨끔하게 하거나 둘 중 하나겠다. 아이의 주관이 들어있는 시에서 중학교 때 반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중학교 사회 시간 갑작스레 "꿈이 무엇이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맨 앞에 앉은 ㅇㅇ이는 한치 의 망설임도 없이 이 다음에 크면 "붕어빵 장수"가 될거라는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선생님은 왕방울만한 눈을 희번득이며 그 얘를 마구 나무라셨다.
세상에 하고 많은 꿈들 중 왜 하필이면 "붕어빵 장수"냐는 꾸짖음이었다. 반아이들은 술렁거렸는데 외려 그 얘는 너무도 담담했다. 그리고는 그 친구를 기억에서 잊고 지냈다. 3년전인가 친구가 고향에 다녀왔다며 그 친구 소식을 전해줬다.
"붕어빵 장수"가 꿈이었던 그 얘는 어른이 돼서 얘들도 셋이나 낳고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더라고 했다. 아스라한 기억이 몹시 궁금했다. "뭐하고 살아?" 어이없는 내 질문에 친구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 친구 성공했어. 시내에서 큰 주유소 사장이 되어 여걸처럼 살고 있더라." 주유소 사장, 성공했다. 나는 그얘가 어린 소겨에 무슨 이유로 그렇게 말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선생님께 머리를 쥐어 박히면서도 당당했던 그 친구의 그럴수 밖에 없는 사연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곤 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꿈은 크게 가지라고들 말한다. 그래야 담에 거기에 미치지못했더라도 언저리라도 도달할 수 있다고 말이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꿈을 꾸지 말고 꿈을 추라고. 꿈도 각자의 무늬가 그려진 꿈이었으면 싶다. 아이가 쓴 동시 안에 사람답게 사는 게 뭔가 생각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