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에는 말이 많았다. 말과 그 말이 가리키는 대상이 구별되지 않았고 말과 삶을 분간하지 못 했다. 말하기의 어려움과 말하기가 위태로움과 말하기의 허망함을 알지 못 했다. 말이 되는 말과  말이 되지 않는 말을 구별하기 어려웠다. 언어적 외형적 질서에 하자가 없으면 다 말인줄 알았다. 어쩔 수 없었다, 말하기가 조건들을 일러주는 스승이나 선배도 없었고 가르쳐 주었다하더라도  알아듣지 못 했을 것이다. 말과 글을 배우는 젊은이에게 말이란 너무나도 유혹적인 것이어서 말하기의 두려움을 함께 배울 여유는 전혀 없었다.

 

사전에 나와 있는 단어는 모두 끌어다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한 단어가 사전에 나와 있기 때문에 그 단어를 끼워 넣고 말을 조립하는 것은 정당한 논리의 작용이라고 믿었고, 그 믿음의 근거를 돌아보지 않았다. 말은 질펀하게 넘쳐났고 삶의 하중을 통과하지 않은 웃자란 말들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어갔다." (51쪽, 말하기의 어려움)

 

김훈의<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생각의 나무)에서 가져왔다.

이 책에서 인문주의자 김훈은  세상 사람들의 안과 밖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중 나이 들면서 말이라는 게 혼자 중얼거리는 말이라면 모르지만 세상을 향하여 내 놓을수 있는 말이 그닥 많지도 않고 쉽지도 않다고 고백한다.

젊은 날 많은 말을 지껄여보고 말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음을 경험한 후의 쓸쓸한 깨달음이란 생각이 든다. 말이란 게 몸 안에 있다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 김훈은 말의 유혹을 알기에 말수가 적고 글쓰기에도 명징하게 단문 쓰기를 고집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들어갈수록 귀는 열어놓고 입은 다물게 된다는 말뜻에 이해 된다. 젊은 날의 말은 욕망으로 보아줄 수 있지만 나이들어 말은 신중하지 않음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말이 되는 말과 말이 되지 않는 말을 구별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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