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햇살이 이슬을 다 살라 먹을 때까지 서성거렸다 "
<러셀 베이커 자서전>(2014.연암서가)을 읽고 있다.
이 문장은 갑자기 아버지가 아프고 엄마는 놀라서 의사 선생님을 부른다.
의사 선생님이 집에 오고 아버지를 진찰하는 동안 어린 러셀은
쥐죽은 듯 조용한 집 뒤뜰에서 숨죽여 서성거리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문장이다.
뜨락에 아침 햇살이 퍼지는 순간을 감정이입 해 흘린 표현인 듯한데
너무 빼어나 밑줄 그었다.
불안하고 초조한 상황을 한 문장에 다 담았다.
5월이 초여름이다. 실내가 더워 한 낮에
집 창문을 죄 열어 놓았다. 햇살은
기다렸다는듯 베란다 난간 틈을 비집고 들어와 초록잎을 기웃거린다.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하는 꽃대가 서광을 받아 환하다.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오후에 왜 이 문장이 자꾸 오버랩 될까.
촉촉한 이슬위를 덮치는 아침 햇살 때문일까.
문장속 어린 러셀의 마음 때문일까.
"나는 햇살이 이슬을 다 살라 먹을 때까지 서성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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