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에는 저녁을
오규원시인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숲 속에서는
바람이 잠들고
마을에서는
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
들에는
봄의 발자국처럼
잔잔한
풀잎들
마음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 달빛을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음대로 詩 해독解讀> 오규원 시인이 여름밤 풍경을 멋스럽게 그려 놓았다. 시인은 가고 없는데 시는 남아서 하냥 비추는 달빛처럼 마음을 교교하게 만든다.
시를 읽고 있으면 옛날이 돌아온다. 마당에 멍석이 깔리고 마당 한 켠에 모깃불이 피워지고 식구들이 멍석위에 모이고 도란도란 앉아 저녁을 먹는 풍경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달빛아래 생풀 타는 냄새가 그들먹하면 팔베개하고 누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던 시간들이 있었지. 여름 달빛은 맺혔던 마음을 풀어주고 달빛숭배자가 되게 한다. 시인은 가고 없는데 시는 남아서 지난한 여름을 잘 살아보라 하는 것 같다. 초저녁 하늘도 한번 올려다보고 달빛에 잠겨도 보며 살아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