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입담 좋게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을 들려주면 듣고 있는 사람도 몸이 그쪽으로 기울이게 된다. 소설 쓰는 김중혁이 들려주는<메이드 인 공장>은 여러 가지 상품을 만들어내는 공장을 돌아본 이야기를 작가적 스타일로 들려준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독자들에겐 은밀한 비밀의 누설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브래지어의 가격차는 원단과 와이어다. 고급 브래지어는 형상기억합금 와이어를 쓰고, 싼 브래지어에는 철로 만든 와이어를 쓴다 사용해 보지 않았지만 형상기억합금 와이어와 철의 차이는 아마도 엄청날 것이다. 가슴을 조이는 코르셋의 압박에서 벗어나 브래지어를 쓰게 됐지만 이제는 가격의 압박이 문제다.(중략)
'시작과 끝이 일치하도록 한다.'
박음질의 마무리를 일컫는 말이지만 작업의 기본을 지시하는 말익도 하다. 만듦새는 일정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꼼꼼해야 하고, 끝을 예감하며 긴장을 풀어서도 안된다. 시작과 끝이 일치하도록 하는 게 말처럼 쉬운 말인가. 책상에다 큰 글씨로 프린트해서 붙여두고 싶은 문장이다. 저 문장을 읽을 때마다 브래지어의 공장의 경쾌하고 조용한 리듬의 재봉틀 소리가 기억날 것 같다."(59~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