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든 봄

    

        이경 시인

 

 

세들어 사는 집에 배꽃이 핀다

빈 손으로 이사와 걸식으로 사는 몸이

꽃만도 눈이 부신데 열매 더욱 무거워라

차오르는 단맛을 누구와 나눠 볼까

주인은 어디에서 소식이 끊긴 채

해마다 꽃무더기만 실어보내 오는가

<마음대로 시해독> 가난한 시인이 세 들어 사는 집에 봄이 온다. 시인은 빈 손으로 들어와 사는 것도 고마운데 꽃과 열매까지 보니 무척 고마운 모양이다. 해마다 오는 봄이지만 가난한 시인에겐 집주인이 보내준 봄인듯 황송하게 받는다. 세든 시인, 세든 봄. 어쩌면 우리도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세들어 사는 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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