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
유리 슐레비츠 지음, 강무환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시집 몇 권과 손 닿는 곳에 놓아 뒀다. 새벽 느낌이 참 좋다. 푸른빛의 농담이 장면마다 고스란하다. 잠자리에 기 전 들춰 본다. 편안하면서 고요하다. 글보다 때로는 그림에 꽂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책장을 넘기면 프레임이 점점 커지면서 새벽이 동터오는 느낌을 받는다. 시간의 흐름이 물결처럼 보인다고 할까. 무거움이 점점 거치면서 실바람이 불고 호수에 살며시 물결이 인다. 물 안개가 나른하게 피어오르고 박쥐가 허공을 날고 바위 위 개구리가 물속으로 뛰어든다. 호숫가 나무 아래서 자던 손자와 할아버지도 일어나 짐을 꾸리고 노를 저으며 호수를 건너간다.

 

그림속 할아버지는 인자하게 웃고 계신데 손자는 뒷모습이거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 손자는 외롭고 우울해 보인다.

할아버지가 햇빛이라면 손자는 먹빛 그림자다. 비단 내 느낌일까. 고여 있는 손자에게서 어린 유리 슐레비츠가 보인다. 네 살 어린 나이에 전쟁(2차 세계대전) 때문에 조국을 떠나 떠돌아다니며 책방에서 그림책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는 어린 영혼이.

 

이 새벽 느낌이 어린 유리 슐레비츠의 내면에 깔려 있는 정서가 아닐까. 인간에게 고난은 우울한 그림자이기도 하지만 그늘 속에 찬란한 빛도 들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아침이 되기 전 새벽은 가장 어두우면서 밝음으로 가는 교차점이라면 삶도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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