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의 발견 -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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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세상에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다. 원래 있던  것 중에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감성적인 시를 쓰는 안도현 시인의 말이다. <안도현의 발견>(한겨레출판. 2014)은 시인이 근래에 발견한 나지막하고 안쓰러운 것들에 대한 기록을 모아놨다.  시인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후미진 곳, 남들이 우러르고 따르는 사람보다 혼자서 가만 있고 싶어 하는 사람을 더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씌어진 글들은 시인이 1년 동안 한겨레에 연재했으며  글을 쓰는 동안 3.7매의 원고지가 독방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갇혀 있었으나 제한된 공간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맛보았다고 전한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라서 일단 부담이 없다. 다섯 개의 주제별로 꾸몄다.

 

시인은 눈에 띈 것들을 생활 속에서, 식재료나 음식, 나무들에서 따뜻한 사유를 담아놓고도 혼자 쓴 글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 책의 공동저자라고 공을 돌리는 마음이 순수한 동심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다음 글을 보면 생각이 그렇다.

 

"요건 찔레고 조건 아카시아야. 잘 봐 꽃은 예쁘지만 가시가 있지?" 아빠가 일곱살짜리 딸에게 친절하게 설명한다. "아빠, 근데 찔레랑 아카시아는 이름에도 가시가 있는 거같아."나무 이름에서 된소리(ㅉ)와 거센소리(ㅋ)를 재빨리 발견하고 그걸 가시의 뾰족함과 단번에 연결하는 것이다. (중략) "규연아, 저녁과 밤은 똑같이 깜깜하니까 같은 거지?"하고 아빠가 묻자. "다르지. 저녁밥 먹을 때가 저녁이고 잠 잘 때는 밤이지."(14쪽~15쪽)  

 

일상의 순간을 흘러보내지 않고 소중한 에피소드로 남겨놓는 능력이 남다르고 따듯하다. 거대하고 높고  빛나는 것들보다 작고 나지막하고 안쓰러운 것들을 좋아하는 시인의 얘기는 책장 어디를 펴서 읽어도 편안하다. 후미진 골목 평상에 도란도란 모여 앉아 마늘 껍질을 벗기거나 나물을 다듬는 사람들처럼 허물없고 익숙하다.

 

"제비꽃은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시의 한 구절처럼 사소하고 별 볼일 없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살뜰하다. 시인의 완주 작업실 돌담 아래 낮게 피어있는 꽃무릇, 만경강 둑길에서 만난 논병아리, 야생버섯에 서린 맛과 추억에 관한 얘기,등 시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사소한 것들은 관심과 애정 어린 발견의 기록들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사소한 것들에게 관심을, 그리고 그것들을 오래 바라보자라고 한다면 코웃음 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시인은 호들갑 떨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일에 오지랖을 넓힌다. 시인의 발견은 그러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답게'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를 잃어버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나답게' 사는 법이 무엇인지 알려면 주변의 작고 사소한 것부터 관심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싶다.

 

그가 3.7매의 원고지 독방에 갇혀 지낸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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