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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자연사 에세이 ㅣ 아카넷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536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김원중 옮김 / 아카넷 / 2013년 2월
평점 :
"올바른 관찰 태도는 몸을 수그리는 것이다”라는 말은 참 적절하다. 지혜는 조사하지 않고 바라본다.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비로소 제대로 볼 수 있다. 철학의 시작은 느린 법이다."(43쪽)
인간은 태어나면서 생물학적 지도를 지닌다. 소로는 그 지도 위에 자신이 나고 자란 뉴잉글랜드에 대한 애정을 담는다. 가족과 함께 식물채집을 하고 사냥과 보트를 잘 탔으며 나무에 관한 지식으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어린 시절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소로 삶의 지표가 된다. 이 책<소로의 자연사 에세이>(2013.아카넷)이 답이다. 소로가 나고 자라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 자연을 얼마나 사랑했으며 어떻게 교감했는지 8편의 에세이에 가득 담아 놓았다.
책은 그가 스물 여섯 살 때 발표한 '메사추세츠 자연사부터 겨울산책, 가을 빛깔, 사후에 발표된 '야생사과'에 이른다. 산책을 하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소로의 시선은 관찰 그 이상이다. 그안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세심한 묘사와 자연애호가다운 설명이 철학자의 느린 발자취안에 담겨 있다.
"물고기의 이름과 서식지만 알게 되어도 물고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법이다. 나는 물고기들의 지느러미 줄이 몇 개인지, 측선의 비늘이 몇 개인지도 알고 있다. 시내에 피라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모든 지식 면에서 그만큼 더 현명해졌고 모든 행운을 누릴 자격도 그만큼 더 갖추게 된 것이다. 그래서 피라미와 더 교감해야 하고 어느 정도 그의 친구가 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29쪽)
"이 나무꾼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흔적이 얼마나 많은지 보라! 이 나무토막을 보면 그의 도끼가 얼마나 날카로웠는지를, 그리고 도끼를 내리친 경사면을 보면 그가 어느 쪽에 서 있었는지, 그가 나무 주위를 돌지 않고 나무를 팼는지 혹은 손을 바꾸었는지의 여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쪼개진 나뭇조각들이 휜 모습을 보면 그 토막이 어떻게 떨어져 나왔는지를 알 수 있다. 한 나무토막에는 나무꾼과 세계의 모든 역사가 새겨져 보관되어 있다."(86쪽)
책에서 소로는 말한다. 자연사 책은 일종의 특효약이어서 그것을 읽고 있으면 온 몸이 정상상태로 돌아온다고. 산책을 즐기는 나는 이 말에 공감한다. 숲속을 느리게 걷다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느릿느릿 굳어있던 몸의 근육이 한결 부드럽다. 소로가 나무토막을 보고 나무꾼의 역사를 궁금해 하듯 요즘 숲속의 상수리싹을 보고 다람쥐 생각이 빠져 있다.
이 책도 다람쥐가 히코리 나무를 정말 심었을까?하는 의문점에서 읽게 된 책이다. 바다와 산이 가까운 계절이다. 자연과 교감하고 싶다면 소로의 관심법을 배워볼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