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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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등에 업혀 자랐다. 그래서 눈이 소를 닮아 고장난 조리개처럼 느리게 열고 닫는다. 하기 싫은 일은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거부한다.몸에 좋은 음식은 관심이 없고 아이스크림,초콜렛, 커피를 주식처럼 달고 산다. 고양이처럼 마음의 결을 쓰다듬으며 보내는 하루가 아깝지 않고 도무지 아무데도 관심없는 개처럼 멍하니 하루를 보내는데 천재적이다."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봤다. 찾았다. 김소연 시인을 안다. 김소연 시인은 나를 모른다. 하지만 그녀를 안다고 말하고 싶다. 일면식도 없지만 그녀가 살아온 삶과 시에 대해 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책 여러권을 읽었다. 이 정도면 알은체 한게 실례가 되지는 않겠지.

마음을 여러 조각으로 나눈다면 그중 한 조각에 해당되겠지 <마음사전>(마음산책.2013)을 읽고 있으면 내 서재에 꽂힌 국어사전에게 미안하다. 근래에 한번도 찾아 준적 없고 이름한 번 불러준적 없기 때문이다. 먼지속에 박혀 기면증 환자가 된 채 있어도 팽개쳐 뒀다.

​누군가는 그랬다. 사전속 낱말들은 이미 죽었다. 사전은 死語들의 공동묘지다. 빽빽한 말의 무덤들이다. 누군가 불러내지 않으면 사라지고 말 것들이다. 시인은 그런 말들을 불러낸다. 불러내서는 온기를 불어넣고 각질을 벗겨낸다. 그리고는 시인만의 색과 결로 전혀 다른 말들의 집을 짓는다.

"거울은 배면이 수은으로 닫혀 있기 대문에 풍경밖으로 걸어가기보다는 풍경 안에 침잠하게 하며 유리는 아무것으로도 배면을 닫아놓지 않기 때문에 풍경 밖으로 걸어가게 한다. 마음으로 확산하는 것이 유리라면, 마음을 수렴하는 것이 거울인 셈이다."(23쪽) 

​거울과 유리에 대한 사유다. 시인은 말을 가지고 노는 사람이라지만 말과 말 사이에서 차이가 아니라 차원을 만들어낸다. 시인은 사람에게 마음이 없었다면 유리 같은 것을 만들어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술회하지만 사람이라고 누구나 그렇지는 않다.

사물에 숨을 불어 넣어 차갑게 때로는 뜨겁게 담금질 하는 능력은 놀랍고 부럽다. 특히 내게는 어렵고 서투른 말들이 그녀의 마음을 거치면 말쑥하고 경쾌하다.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 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너는 나를 이해하는구나'라는말은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나를 잘 이해해준다는 뜻이며 "너는 나를 오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보여주지 않고자 했던 내 속을 어떻게 그렇게 꿰뚫어보았느냐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이해,182쪽) 내게는 광목천같은 말들이 그녀의 입을 통하면 비단결이 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녀는 말을 종교처럼 섬기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마음공부'를 통해 문학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마지막 책장까지 맛있게 읽었다. 인류가 만들어낸 것중 가장 위대한 산물이라면 문자가 아닐까 싶다. 그 문자를 살려 말을 만들고 말을 살려 문장을 만든다. 좋은 문장은 뭔가 도둑맞은 것 같으면서 허탈하다는 말에 공감을 남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느낌의 공동체>의 말을 빌리자면 "좋은 문장을 읽으면 뿌연 안개속이던 무어낙가 돌연 선명해진다. 세상을 보는 창 나하나가 새로 열린 것 같다."​

 

 

​소등에 업혀 자랐다. 그래서 눈이 소를 닮아 고장난 조리개처럼 느리게 열고 닫는다. 하기 싫은 일은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거부한다.몸에 좋은 음식은 관심이 없고 아이스크림,초콜렛, 커피를 주식처럼 달고 산다. 고양이처럼 마음의 결을 쓰다듬으며 보내는 하루가 아깝지 않고 도무지 아무데도 관심없는 개처럼 멍하니 하루를 보내는데 천재적이다."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봤다. 찾았다. 김소연 시인을 안다. 김소연 시인은 나를 모른다. 하지만 그녀를 안다고 말하고 싶다. 일면식도 없지만 그녀가 살아온 삶과 시에 대해 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책 여러권을 읽었다. 이 정도면 알은체 한게 실례가 되지는 않겠지.

마음을 여러 조각으로 나눈다면 그중 한 조각에 해당되겠지 <마음사전>(마음산책.2013)을 읽고 있으면 내 서재에 꽂힌 국어사전에게 미안하다. 근래에 한번도 찾아 준적 없고 이름한 번 불러준적 없기 때문이다. 먼지속에 박혀 기면증 환자가 된 채 있어도 팽개쳐 뒀다.

​누군가는 그랬다. 사전속 낱말들은 이미 죽었다. 사전은 死語들의 공동묘지다. 빽빽한 말의 무덤들이다. 누군가 불러내지 않으면 사라지고 말 것들이다. 시인은 그런 말들을 불러낸다. 불러내서는 온기를 불어넣고 각질을 벗겨낸다. 그리고는 시인만의 색과 결로 전혀 다른 말들의 집을 짓는다.

"거울은 배면이 수은으로 닫혀 있기 대문에 풍경밖으로 걸어가기보다는 풍경 안에 침잠하게 하며 유리는 아무것으로도 배면을 닫아놓지 않기 때문에 풍경 밖으로 걸어가게 한다. 마음으로 확산하는 것이 유리라면, 마음을 수렴하는 것이 거울인 셈이다."(23쪽) 

​거울과 유리에 대한 사유다. 시인은 말을 가지고 노는 사람이라지만 말과 말 사이에서 차이가 아니라 차원을 만들어낸다. 시인은 사람에게 마음이 없었다면 유리 같은 것을 만들어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술회하지만 사람이라고 누구나 그렇지는 않다.

사물에 숨을 불어 넣어 차갑게 때로는 뜨겁게 담금질 하는 능력은 놀랍고 부럽다. 특히 내게는 어렵고 서투른 말들이 그녀의 마음을 거치면 말쑥하고 경쾌하다.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 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너는 나를 이해하는구나'라는말은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나를 잘 이해해준다는 뜻이며 "너는 나를 오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보여주지 않고자 했던 내 속을 어떻게 그렇게 꿰뚫어보았느냐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이해,182쪽) 내게는 광목천같은 말들이 그녀의 입을 통하면 비단결이 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녀는 말을 종교처럼 섬기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마음공부'를 통해 문학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마지막 책장까지 맛있게 읽었다. 인류가 만들어낸 것중 가장 위대한 산물이라면 문자가 아닐까 싶다. 그 문자를 살려 말을 만들고 말을 살려 문장을 만든다. 좋은 문장은 뭔가 도둑맞은 것 같으면서 허탈하다는 말에 공감을 남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느낌의 공동체>의 말을 빌리자면 "좋은 문장을 읽으면 뿌연 안개속이던 무언가가 돌연 선명해진다. 세상을 보는 창 하나가 새로 열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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