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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평점 :
바빌론의 탑, 이해, 영으로 나누면 앞부분 세 작품을 읽고난 후 참 오랜만에 하드sf계에 훌륭한 작가가 나왔나 보다... 싶었다.
뭔가 이 작가의 글을 더 읽고 싶다는 갈급증이 더해갔고 기대감도 커졌더랬다.
하드 sf다운 sf, 품위 있으면서 과하지 않은 우아한 지적 유희, 참 오랜만에 하드sf계에 누군가의 아류가 아닌 독창적이고 멋진 작가가 나왔구나 싶어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졌더랬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팍 식어버렸다.
물리학을 깊이 파들어갈수록 무신론자는 그 우주의 방대함에 경외감을 느끼고 불가지론자 쪽으로 견해가 바뀐다고 하던가. 아마 이 작가는 그 반대일 것이다.
수학이란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론적 수단일 뿐이라는 걸(물리학보다 못한.) 깨닫고 자괴감과 허무에 빠지는 수학자의 이야기인 영으로 나누면...의 주인공들이 그 좋은 예다. 그 기묘하게 거부감들던 기시감은 뒤로갈수록 강렬해졌고, 그리고 확신이 들었다.
이 작가에게는 물리학>수학>인문학이라는 분명한 등급이 있다.
인문학을 경시하는 걸 넘어서 불필요하고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류.
학문에 등급이 있고 물리학만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물리학도를 싫어한다.
아쉽다. 아무래도 이 작가... 그런 부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