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을 읽을 땐, 꼭 김기덕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어딘가 불편하고 작가의 생각에 동의할 수도 없고, 우울하게 가라앉아 가지만 그래도 읽게 만드는 대단한 재능.
개인적으로 자존감과 자기애가 엄청난 작가라 생각한다.
그를 표현할 때 대부분 문학계의 이단아, 아나키스트, 반항적인 삶, 따위로 표현하는데. 그건 그냥 그의 재능과는 별개로 인간적 성찰은 덜된 작가... 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의 행보 모든 게 마음에 안든다.
너희들 이러쿵 저러쿵 하는게 마음에 안들어서 아쿠타가와상 이후 문학계의 상을 전부 거부한 일화도, 문학은 떼로 몰려 하는게 아니라 혼자하는 거라며 너희들 다 왕따시킬거야! 라고 시골에 칩거했다는 일화도.
아니 칩거하는건 좋은데 이 냥반은 그것만이 옳은 길인양 남들을 후려쳐 댄다.
전형적인 내 말만 옳고 너희들은 다 틀렸다고 버럭질치는 꼰대 스타일.
내가 그의 소설은 읽어도 에세이는 절대 선택하지 않는 이유다.
이 냥반 에세이는 정말 감당이 안될 것 같음... 대놓고 자기 말만 옳다고 남들 후려쳐댈게 훤히 보여서.
하지만 군더더기 하나 없는 예리한 칼날같은 아름다운 문장들...
그의 문장에는 언제나 넋을 잃고 빠져든다.
비록 그의 소설들에 아마도 철저히 작가 자신을 반영했을 중년의 남주인공이 등장하며. 그는 꼭 아버지를 증오하고, 아버지 혹은 다른 남성들로 인해 고통받는 성녀, 혹은 창녀인 여성을 오로지 자신만이 구원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함 마저 아름답게 미화하는... 그 한결같은 패턴을 집요하게 구도자처럼 파고드는 내용을 담고 있더라 해도 말이다.
아... 이 냥반 소설을 읽을 때는, 정말 이렇게까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내면만을 연구하고 주변에는 관심이 1도 없지만, 그걸 미학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독보적 예술이 될 수 있구나. 란 생각에 기분이 묘해진다.
진짜 재주다.
작가는 참 별로인데 소설은.... 별로라고는 절대 말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