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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 짐승 - 잃어버린 사랑 ㅣ 할란 엘리슨 걸작선 3
할란 엘리슨 지음, 신해경.이수현 옮김 / 아작 / 2017년 7월
평점 :
sf 역사상 잠시 반짝 하고 사라졌던 뉴웨이브 사조에 편승했던 작가란 걸 사전에 알았다면 절대 사지 않았을 책.
잠시 짚고 넘어가자.
sf 소설 장르의 뉴웨이브란, 60년대 누벨바그로 대표되는 장뤽 고다르와 프랑소아 트뤼포 같은 거장들을 배출했던 영화사에 확고히 자리매김한 장르적 사조인 뉴웨이브와는 전혀 다르다.
1964년 마이클 무어콕이 편집장을 맡은 잡지 뉴월드를 필두로 한동안 유행처럼 반짝했던 sf 소설의 하위장르로서... 우주 외부로 눈을 돌리는 기존의 하드 sf가 아닌, 인간 무의식 내부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짙으며, 전위적인 실험정신으로 무장했던 하위장르의 한 갈래를 일컫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장르가 걸출한 거장들을 배출하며 sf장르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긴 커녕, 한 때의 반짝 유행으로 그쳤다는데 있다.
이 장르의 작가 중 그나마 성공을 거두고 좋은 평가를 받으며 살아남은 작가라고 해봐야 로저 젤라즈니 정도?
전위문화라는 허울좋은 외피를 쓰고 있으나 사실 이 장르의 작품 중 걸작이나 널리 회자되며 살아남은 작가는 전무하다고 봐야겠다. 아마도 이 장르가 반짝 주목을 끌 수 있었던 건, 당시 붐처럼 일어나던 히피문화의 전위적, 실험적, 그리고 마약에 대해 관대한? 사회 분위기를 등에 업었었기에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역시나 어마어마한 다작을 했던 할란 엘리슨 또한 뚜껑을 열어보니 시종일관 약빤 것 같은, 불안정한 의식의 흐름 속에서 불친절하고 몽롱한 이미지들의 짜깁기같은 글들에 작가 본인의 오만을 한겹 덧씌워 예술이라 주장할 뿐...
(할란 엘리슨의 마니아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sf라는 장르를 널리 사랑하고 즐기는 독자로서 내가 유일하게 싫어하는 하위장르가 바로 이 시절 뉴웨이브(랍시고 등장했던)장르다.
마이클 무어콕이 발굴해낸 치기와 실험정신 밖에 없는 작가로서의 기본기 조차 전무한 작가들.
로저 젤라즈니도 그리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그는 그나마 양반인 편, 아무래도 그 정점에 있는 작가는 할란 엘리슨인 것 같다.
게다가 그는 쌈닭에 인성마저 쓰레기라고 하니...
프랭크 시나트라와의 주먹다짐 일화나, 시상식에서 짜증을 내며 진행자이자 작가인 코니 윌리스의 가슴에 손을 댔다는 일화를 보니 작가라기 보다는 관종 락스타 같은 삶을 살던 사람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