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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의 남자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평점 :
백민석의 글들을 더없이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목화밭 엽기전의 한창림이 욕지기를 씹으며, 똥을 지려가며 연신 언 땅에 삽날을 박아넣던 순간부터... 였을 것이다.
혀 끝의 남자는 오래도록 문단을 떠나있던 그의 귀환을 알리는 첫 단편집이다.
정말 반가운 귀환이지만 한 편 두렵기도 했다.
그가 변해버렸으면 어쩌지? 예전만 못하면 어쩌지?
꽤 오랫동안 책꽂이 구석에 꽂아둔 채로 손을 못대다가 나 또한 이제야 그의 귀환과 마주했다.
그가 변한 것인지, 내가 변한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구작을 리뉴얼한 단편들보다 어째 신작이 더 읽기가 힘이 든다.
억지로 그의 글들을 꾸역꾸역 넘기다가 문득, 한문장 한문장에 베일 것처럼 소름끼쳐하며 핥듯이 그의 글을 탐하던 과거의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서글프게 실감했다. 이제는 나도 그도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