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의 남자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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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석의 글들을 더없이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목화밭 엽기전의 한창림이 욕지기를 씹으며, 똥을 지려가며 연신 언 땅에 삽날을 박아넣던 순간부터... 였을 것이다.

혀 끝의 남자는 오래도록 문단을 떠나있던 그의 귀환을 알리는 첫 단편집이다.

정말 반가운 귀환이지만 한 편 두렵기도 했다.

그가 변해버렸으면 어쩌지? 예전만 못하면 어쩌지?

꽤 오랫동안 책꽂이 구석에 꽂아둔 채로 손을 못대다가 나 또한 이제야 그의 귀환과 마주했다.

그가 변한 것인지, 내가 변한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구작을 리뉴얼한 단편들보다 어째 신작이 더 읽기가 힘이 든다.

억지로 그의 글들을 꾸역꾸역 넘기다가 문득, 한문장 한문장에 베일 것처럼 소름끼쳐하며 핥듯이 그의 글을 탐하던 과거의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서글프게 실감했다. 이제는 나도 그도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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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07-28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또한 백민석 작가를 좋아하고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나네요. 비록 다스베이더님이 이 책에 대한 별점이 낮아도 백민석 작가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아나킨 2017-07-28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제가 다 기뻐집니다. 저는 별점테러를 했음에도...ㅠㅠ. 애정이란 말 만으론 표현하기 힘들 수많은 과거의 시간들을 백민석 작가님의 책들과 함께 지나온지라. 낮은 별점을 매긴게 새삼 죄스러워지네요. 점심값 담뱃값에도 벌벌 떨던 시절, 백민석 작가의 절판된 중고책을 원가의 몇 배인 프리미엄가에 구매하기도 했었지요. 별점 2는 그 때의 애정에 비해서 작아졌다는 제 투정서린 표현일 듯 합니다.

munsun09 2017-07-28 17:19   좋아요 0 | URL
진정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