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크리에이티브한 일로 벌어먹고 사는 주제에

쥐어짜내 쓰기만 하고 집어넣을 시간이 없다는 건 참 아이러니 하다.

일 관련 서적이 아니면 잠 자기 직전 일부러 짬을 내지 않는 한, 책 읽을 시간조차 따로 내기 힘든 현실.

며칠 째 침대 옆 협탁의 책 목록이 변함이 없구나.

참 척박하게 산다.

 

 

자기 전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니콜라 부비에와 티에리 베르네와 함께 앙카라 북동쪽의 살풍경한 드넓은 고원을 통과한다.

경작지는 강 때문에 넓어진 단층 아래쪽에 박혀 있고, 푸르른 원곡 밑바닥에서는 버드나무와 포도나무가 반짝반짝 빛나고, 산더미처럼 쌓인 거름 사이에서 물소와 양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무로 지은 사원 근처에 집 몇 채가 서있고, 고원까지 똑바로 올라온 연기가 바람에 붙잡혀 쓸려갔다. 벗긴 지 얼마 되지 않는 곰가죽이 못으로 헛간 문에 박혀 있는 게 이따금 눈에 띄기도 했다.

침대 맡에서 1950년대의 소아시아를 횡단한다.

여행기는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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