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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한걸음 -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제 1회 창비장편 소설상 수상작..
이 책의 시작은 주인공인 33살의 연수가, 32살 크리스마스때 이별을 하는것으로 시작한다.
32살..이별을 하기도..또는 연애를 다시 시작하기도 참 애매한 나이다.
남자친구인 K와 헤어지고 나오면서 연수는 자신의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 손에 꼭 쥐지도 못하고 엉성하게 들고 있던 뜨거운 감자를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헤어지고 싶어서 안달난 상태라거나 홀가분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서른세살을 코앞에 둔 이별이란 서른세 가지 정도의 망설임과 걱정을 포함하고 있었다..'라고..
책을 읽으면서 공감을 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것도 모자라 다니던 직장마저 위태해지고...결국 33살에 사표를 던지게 된다.
33살에 사표를 쓰고 흔적으로 남은건 이제 두번만 더 부으면 만기가 되는 적금 통장뿐..
삼십대에 덜컥 화살표를 상실한 백수가 되버린...
궤도를 수정하시겠습니까?.......YES~!
시행착오를 겪어도 괜찮습니까?....YES~!
피터팬 증후군, 네버랜드의 세상에서 이젠 웬디들의 세상으로 돌아가려 하는 연수의 친구들..
정년퇴직으로 집에 계시지만 계속해서 이력서를 반복해서 쓰시는 연수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눈물..
갱년기를 맞으신 어머니의 눈물...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했다고 해야 할까?...
비오는 날 베란다...베란다는 아버지의 유일한 공간..비가 오는날 아버지는 울고 있었다.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듯한 동행이 될까..사랑하고 싶어요..빈 가슴 채울때까지..
사랑하고 싶어요. 사랑있는 날까지.." 이 부분이 아버지를 울리고 있었다..
나도 슬펐다...책을 읽으며 나 역시 슬펐다..아버지들의 마음은 다 그런것일까...
노래가사가 참...절묘하다...'동행'.....이 노래는 내 마음도 흔들어 놓는구나.
이 쯤 읽었을때 난 이 책에 푹 빠져버렸다...소설이지만 참 괜찮은 책이구나...
끝부분쯤 갔을때 연수의 대학동기인 동남의 자살이야기가 나온다.
잔잔한 이야기였고 내용도 유머스러워서..갑작스런 동남의 자살얘기는 나를 깜짝놀라게 했다.
이 시대 사회부적응자 동남...그래서 선택한게 자살일까?..
어른으로서의 발판을 다지는 실패한 삼십대의 전형인 동남..
하지만 죽고 싶다, 확 죽어버릴까,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엄살 떨지 않고
묵묵하게 잘 지내는 모습으로 나오던 동남인지라 그의 자살 얘기는 정말 드라마틱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또 슬펐다..
미혼의, 게다가 애인도 없고 실업자이며 은행잔고마저 넉넉지 않은 여성이 바라보는 자본주의
사회의 두려움을 그려낸 이 책은, 재미있으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재미있는...읽으면서 공감이
참 많이 가는 책이었다. 비록 책 속의 주인공이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연수에게 '화이팅~!'을 외쳐주고 싶다.
이 책의 엔딩부분이다.
"서른 세살이 되고 보니 서른세살이라는 나이는 많지도 적지도 않고, 애인이 있거나 없거나
결혼을 했거나 안했거나, 아이가 있거나 없거나, 직업이 있거나 없거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거나 없거나, 있었는데 모호해졌거나 없었는데 생겼거나, 행복하거나 불안하거나
그럭저럭 살 만하거나, 혹은 그것들의 혼재일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재의 양상이 앞으로 어떻해 변해갈까, 나의 서른셋 이후는 과연 어떤 풍경이 될까, 그것이
궁금해졌다.
나는 한 번 멋지게 꾸려보기로 했다. 숨을 가다듬고 일보 전진하면서~!
절대로 삶이 아무런 의미도 없이 막을 내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쓴 작가..너무나도 미혼여성의 삶을 스팩터클하게 묘사해서 같은 나이의 솔로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미 결혼을 한 유부녀...ㅡ,.ㅡ! 적잖이 실망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내 마음속엔 왜...이 책을 쓴 작가가 솔로이기를 바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더 많은 공감대를 얻고 싶어서 그런거였는지...^^;;
서유미 작가..신인작가이지만 다음 책도 기대가 된다.
또 하나의 수상작인 '판타스틱 개미원정대'는 어떨까...묘한 설레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