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블루베어의 13과1/2 인생 1
발터 뫼르스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발터 뫼르스를 찬양하라!!!
이렇듯 신기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의 틀 속에 지혜를 담아 우리에게 선물해 줄 수 있다니.
분명 그는 (최소한 나에게는) 찬양받아 마땅한 작가이다.

상상력으로 건설한 대륙 ‘차모니아’는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처음 만난 이후로 내게 잊혀지지 않는 세계가 되었고,
미텐메츠, 루모, 에코 등은 차모니아 땅 구석구석을 내게 알려주는 소중한 길벗이 되었다.
더 나아가 차모니아 대륙은 이제 ‘언젠가는 나도 반드시 가보리라’ 다짐하는 현실속의(?) 세상이 되어 버렸다.

[캡틴 블루베어의 13과 1/2 인생]은 푸른색 털을 가진 곰(블루베어) 한 마리가 차모니아 대륙을 전전하면서 겪은 모험과 여행을 따라가도록 되어 있다.
독자들은 발터 뫼르스가 치밀하게 만들어 놓은 환상의 대륙을 방문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블루베어의 삶은 전세계와 저승까지도 전전하면서 겨우 귀향에 성공한 율리시즈와 같은 하나의 오디세이라 할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율리시즈의 오디세이가 엄숙‧장엄하고 처절한 숭고미의 여정이라면,
블루베어의 오디세이는 장난‧긍정의 즐겁고 재미있는 유머의 여정이라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환상적인 꿈 속에서 한바탕 즐겁게 놀다 오면 된다는 거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놀이란 것이 단순히 시간죽이기를 위한 재미에만 그치지 않고,
어딘지 우리 일생에 대한 풍자를 담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 걱정도 없는 갓난아기가 보호를 받으면서 차차 ‘감정’이란 것을 먼저 알고,
다음으로 말을 배우고, 여러 가지 유혹과 욕심을 이성적으로 다스리는 법을 배운다.
교육을 받고,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알고, 나이를 점점 더 먹어 가면서 청년으로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연들. 그리고 수많은 사건들. 위기와 기회의 순간, 절망과 희망의 순간은 결국은 모두 ‘현재의 나’를 존재하도록 만든 구성물이다.
발터 뫼르스는 블루베어의 인생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인생의 ‘구성물’에 매이지 말아라. 일희일비할 것 없다.
인생을 긍정하고 웃음으로 포용해 봐라.“

우리는 블루베어가 경험한 13가지 인생과 1/2 인생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까지는 블루베어의 전체 인생의 중간점검이라고 하겠다.
앞으로 그의 앞에 몇 개의 인생이 더 남아 있고,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인생을 보아 장담하건데,
아마 잠깐 동안은 반려자를 만나 2세를 낳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험심과 탐구심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에는 차모니아 대륙의 다른 곳으로 떠나갈 것이다.

블루베어의 여정을 따라가는 즐거운 놀이에는 두 가지의 즐거움이 동반된다.
첫 번째는 발터 뫼르스의 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가장 기대하는 것인데, 바로 그가 직접 그린 만화같은 삽화들과 형식을 떠난 글쓰기이다.
그의 삽화는 ‘상상’이라는 무형의 존재를 확실하게 형상화시키는 탁월한 역할을 하며,
커지는 발자국 소리를 점점 큰 활자로 처리한다든가 하는 형식을 초월한 글쓰기는 순간순간 놀라움을 주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이 즐거운 놀이를 더욱 즐겁게 만드는 인문학적 지혜이다.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과 가역성, 언어의 역할, 꿈의 출발점, 세계를 이루는 물질들, 실상과 허상, 제도와 규율의 필요성과 그 수준 등, 많은 철학자들과 역사학자,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도전한 것들이 이 책에 녹아 있는 것이다.
때론 직접적으로, 때론 비비 꼬아서,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말이다.

발터 뫼르스의 책은 정말 재미있다.
그렇지만 그의 책이 주는 재미는 그냥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재미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카운터 어택과도 같은 결정적인 한 방도 기다리고 있지만,
그 결정적 한 방을 위해 툭툭 던지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잽도 보통이 아니다.
그러니 어떻게 발터 뫼르스를 찬양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블루베어가 겪은 놀라운 인생을 간략하게 살펴 보자.
0) 블루베어는 푸른색 털을 가진 곰으로서 처음에는 호두 껍데기 속에 들어갈만큼 아주 작은 곰이었다.
1) 난쟁이해적 생활: 난쟁이해적들은 블루베어를 바다 소용돌이에서 구해내지만, 덩치가 커지자 배에 태울 수가 없어 바닷가에 내려놓는다.
2) 바다도깨비들과의 생활: 음울한 감정만 가진 바다도깨비들을 위해 울음을 공연하던 블루베어는 그들 사이에서 스타가 된다.
3) 도망 중의 나의 삶: 도깨비에게서 도망친 블루베어는 수다파도를 만나서 말을 배운다.
4) 미식가 섬에서: 먹이를 유혹하여 잡아먹는 식충식물인 미식가 섬에서 죽을 고비를 맞는다.
5) 항해사 생활: 미식가 섬의 위기에서 구조공룡 맥에게 구출된 블루베어. 그는 맥의 등에 타고 위험에 빠진 이들을 구한다.
6) 어둠산의 삶: 은퇴시기가 된 맥과 이별한 블루베어는 어둠산에서 나흐티갈러 교수로부터 다양한 차모니아의 학문을 배운다.
7) 큰숲에서의 삶: 학교를 졸업한 블루베어는 겨우 갱도를 빠져나오고 큰숲에서 숲거미마녀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도망친다.
8) 차원구멍에서의 삶: 숲거미마녀를 피해 뛰어든 차원구멍에서 블루베어는 시간 및 차원을 초월하는 여행을 한다.
9) 설탕사막에서의 삶: 설탕사막에 도착한 블루베어는 그곳의 떠돌이인 둔칠이들을 만나 신기루 도시 ‘아나크롬 아프타’를 찾아 나선다.
10) 회오리바람 도시에서의 삶: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노인이 되어 버린 블루베어. 탈출방법은?
11) 큰머리에서의 삶: 볼록의 머리 속을 지나던 블루베어는 ‘아이디어’들을 만나게 되고, 여기서 여러 가지 꿈을 만들어낸다.
12) 아틀란티스에서의 삶: 마침내 거대 도시 아틀란티스에 도착한 블루베어. 그는 여기서 거짓말검투사로 명성을 얻게 되지만, 스마이크의 승부조작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예선 몰록호로 쫓겨난다.
13) 몰록호에서의 나의 삶: 전세계를 지배하려 한 차모민의 음모 하에 움직이는 몰록호. 블루베어는 다시 등장한 나흐티갈러 교수와 함께 차모민을 막아낸다.
13 1/2) 휴식하면서 보낸 절반의 삶: 몰록호에서 해방된 블루베어를 비롯한 오색곰들은 큰 숲에 정착하게 되고, 블루베어는 행복하고 안정된 생활을 시작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