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속의 세상, 세상속의 교회>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 법학자 김두식이 바라본 교회 속 세상 풍경
김두식 지음 / 홍성사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심과 믿음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지만, 저의 종교는 어쨌든 기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다니지 않습니다.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의 저자처럼 교회에 실망하고 실망하다가 생활이 바빠지자 적당히 '견딜만한' 교회를 찾는 것 조차 포기하고 아예 다니지 않게 되었죠. 저자와 달리 기독교에 대해 제대로 알기도 전에 저는 교회를 떠났습니다. 사실 기독교에 대해 교회에서 알기가 어렵기도 했습니다. 교회의 어른들은 '교회를 다녀야 공부 잘하고 나중에 천국간다'라던가 '성경을 읽어라', '여름 성경학교에 참가해라' 혹은 '목사님 말씀을 잘 들어라'라고 했을 뿐 기독교가 무엇인지,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믿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 준 적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목사님 말씀이라는 것이 '공부 열심히 해서 하나님께 영광돌려라' 라던가 '교회에 열심히 나오라' 혹은 '교회나오지 않는 부모님이나 친구를 전도해야 천국에 복을 쌓을 수 있다' 였고, 성경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가라사대'라는 단어를 보고 도대체 뭔 뜻인지 몰라 고민하던 기억이 아직 떠오를 정도니까요.
결국 저자가 지적한 대로 기독교에 대한 지식은 오히려 교회를 떠나서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 과정 중 배웠던 세계사나 역사 소설을 통해 일부 알 수 있었고, 친척 어른의 죽음으로 사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던 시기에 읽었던 기독교 관련 서적(C.S 루이스의 저서들)들을 통해서 말이지요. 

[교회 속 세상 세상 속의 교회]의 저자가 지적한 현재 신자들이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재 한국 교회의 문제점들을 일부나마 경험한 셈입니다. 
교회에 의사나 교수가 다니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고(우리 교회에는 교수님도 있어!), 교회를 다녀야 공부를 잘한다던가 돈이 모인다던가, 전도에 대한 강요(부모님은 종교가 없으셨는데 부모에게 전도해야 한다는 권유-부모님이 유황불 고통을 받기를 원하니? 류의 - 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TV 중계로라도 반드시 담임목사의 설교를 들어야 한다는 것... ... 교회에 다닐 때는 학생이었기에 헌금 요구는 다행히 경험한 적이 없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이네요.

저자는 현재 교회의 문제점들을 낱낱이 알려 줄 뿐만 아니라 그 문제점이 발생한 이유 - 교회 속에 세상이 들어오게 된 -를 알려줍니다. 이 부분은 주로 4장과 5, 6장에 걸쳐나오는데  저한테는 그 부분들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소설이나 역사서 등을 통해 단편적으로 알았던 부분들이 종합되었고, 현재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변명해주기 좋더군요.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사람에게 "응, 그 문제가 있지. 그 문제는 이러저러해서 생기기 시작한건데 확실히 고쳐야 할 점이야'라고요.  
문제점을 나열하기는 쉽지만 그 이유를 분석하기는 어려운데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는 그 부분을 잘 해낸 책인 것 같습니다. 

교회 안의 정치에 대해서 인정하면서도 보수의 교회와 진보의 교회가 모두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해서 처음에는 좀 거부감을 느꼈지만( 다 나쁘다는 회색분자?!) 읽어보니 아니더군요. 

현재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은 사람에게보다는 교회를 다니고 있는 분들한테 더 도움이 될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특히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믿음을 포기할 수 없는 분들께는 더더욱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잘못된 부분이 보이는데 막상 잘못되었다고 지적할수도, 왜 그런지 물어볼 수도 없는 입장이므로 문제점과 원인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 '자신의 신앙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은 감소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달 성경공부하는 책을 사서 공부하고, 매 주말 교회를 꾸준히 나가면서도 교회의 문제점(친미 시위나 장로 대통령을 뽑자는 교회 내 의견 등)과 역사 상의 내용과 차이가 나는 설교(교회에서는 성경에는 말 한마디 틀린데가 없다는데, 막상 역사 상으로는 적절한 부분이 정전으로 선택되었다는 부분에 대한 의문)에  대해 고민하는 동생에게 먼저 추천해주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약해지는 믿음을 더 약하게 만들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오히려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병의 원인을 아는 것은 뚜렷한 대책이 없더라도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히 만들어주지요. 이 책에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는 했습니다. 세상 속의 교회,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과는 분리된 교회, 예수님을 닮은 혹은 따르는 사람들이 모인 진정한 교회가 되는 것이 그것이죠. 그러나 그것이 실행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나 자신부터가 하지 않을 궁리부터 하니까요) 속이 쓰립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 교회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신앙일텐데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밥상혁명>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밥상 혁명 - 세상을 바꾸는 21세기 생존 프로젝트
강양구.강이현 지음 / 살림터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고를 때, 특히 실제 내용을 보지 못하고 책을 고를 경우, 가장 신경쓰이는 것 중 하나가 책 제목이다.
그래서 [밥상혁명]을 서평할 책으로 보내준다는 공지에 걱정스러움에 한숨이 나왔다. 제목이 주는 이미지가 '유기농'이니 '채식으로 암 극복!' 뭐, 이런 문구를 생각나게 했기 때문이다. 혹은 요리책이나. 나는 '유기농'이나 '채식'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데다가 요리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공평하게도 맛있는 것을 그다지 찾아 즐기지도 않는다) 그런 류의 책이라면 평으로 쓸 말이 없었다.
그러나 [밥상혁명]은 '유기농'이란 단어가 수시로 출몰하긴 했지만, 요리책도 유기농 찬양 책도 아니었다.
[밥상혁명]은 먹거리의 이동거리와 지역의 소농 보호 그리고 식량안보(전략)이라는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었다. [밥상혁명]이라는 제목은 접근을 용이하게 해 주기는 했지만(사실 이동거리와 환경보호니, 소농의 생존이니 하는 단어는 직접적이지만 딱딱하니까), 내용에 적절한 제목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역 먹거리라는 단어는 이전에 [불량의학]이라는 책에서 접한 바 있다. 그 책에서 의사인 저자는 '대형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농산물은 특정 지역에서 대량으로 재배되어 대형공장에서 포장되고 장시간의 유통기간을 거친 것으로, 영양적으로 유기농이 아닌 농산물과 차이는 없는데다, 대량 생산/장기유통으로 인한 오염가능성도 크다며 차라리 유기농이 아닌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라고 권하고 있었다. 유기농 신화 - 농약도 없고, 세균에도 안전하며, 보다 자연적이고, 영양가도 풍부한... ...-을 비판하기 위해서라는 부분은 [밥상혁명]과 차이가 있지만, 지역 농산물-먹거리에 대한 장점에 대해서는 동일했다. 

물론 [밥상혁명]은 지역 먹거리의 장점에 대해서 더욱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지역 먹거리가 어떻게 소농의 생존과 환경보호, 나아가 해외의 굶주린 커피재배 농가을 보호할 수 있는지, 또 그런 장점을 발휘하도록 지역 먹거리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제도와 방법에 대한 부분도 설명하고 있다. 여러 방법들이 나와 있었지만, 실패사례들이 많아 오히려 절망감을 주는 점은 단점이었다. 완벽한 제도가 있기야 하겠냐만은 정부의 도움을 얻는 것도 안되고, 몇 사람의 희생만으로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
무엇보다 우리나라에는 생산자-소비자 간의 신뢰가 바닥이라, 지역 먹거리를 살리는 직접 유통이 가능할런가 싶다. 재래시장의 할머니가 파는 농산물이라면 직접 재배/채취/가공한 것으로 믿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정체불명 중국산 사서 손질해서 비싸게 판 경우가 태반이라던지. 한우직매장이라더니 판 고기는 수입산인 사건들이 오죽 많았나. 사 먹은 사람도 파는 사람도 없다는데 팔렸다는 미국산 쇠고기는 다 어디갔나...심지어 대형 마트에서도 수입산이 국내산이라고 둔갑해서 비싼 값에 팔리던 게 들통나는 마당에 차라리 솔직하게 '수입산'이라고 고백하는 값싼 농산물을 식약청 검사 믿고 사 먹는 것이 안전하다.   


난 요리에는 관심이 없지만, 먹거리에는 관심이 많다. 맛이야 어떻든 먹거리는 동물의 생존에 절대적이므로 먹거리와 관련된 가장 기초적인 산업 - 농업, 축산, 수산 등-은 가장 열악한 투자조건이 되어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먹거리와 영양에 대해 알면 알수록, 현재 유통되는 먹거리들은 유사한 영양적 가치를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수입산 쌀과 국내 생산된 쌀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등 영양소 함량, 맛 면에서 크나큰 차이가 없다. 농약?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은 다 함량 검사를 거친 제품들이고 안전성에 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가격일까? 그러므로 현재 먹거리를 소비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정치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국내산 농산물'을 구매하려 하는 것이다. 더 품질이 좋거나 안전하거나 값이 싸서가 아니라, 소농의 생존을 위해, 혹은 그를 통해 시골이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더 크게는 식량 안보를 위해서.
 
[밥상혁명]은 그런 내 생각을 더 굳게 만들어 준 책이다. 굳이 수입산보다 비싼 국내산을 구입하는 이유를 더 굳건히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절망감을 준 것도 사실이다. 이래저래 한숨 나오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좀 성공적인 외국의 사례들은 국내 적용이 어렵고, 국내에는 실패사례만 수두룩한데다 개선도 어렵다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밥상에 혁명을 일으켜야 변화가 생기는 것은 맞다. 그러나 혁명을 일으키고는 싶은데 혁명을 일으킬 재료가 없다고 할까... ... 현재 소비자는 선택권이 거의 없다. 소농 보호라는 정치적인 목적을 수행할 가능성이 없는 대기업 생산/유통의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국내산' 농산물 혹은 정치적인 이유를 만족시켜주지 못할 가능성이 큰 '국내산' 농산물(둔갑한 수입 농산물), 또는 솔직해서 믿을 수 있는 '수입산' 농산물 정도만 선택지에 놓여 있으니... ... 밥상혁명을 일으키고 싶을수록 우울할 수 밖에...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워드한국문화>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정조의 비밀편지 - 국왕의 고뇌와 통치의 기술 키워드 한국문화 2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권이 한꺼번에 나온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 중 [정조의 비밀편지]를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국사에 별 관심이 없던 제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대가 바로 정조가 다스리던 시대였거든요. 꼭 그 부분에만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있습니다. 저는 수원에서 태어나 자랐거든요. 태어난 곳, 유년 시절을 보내고 학교를 다니고 걸어다니며 생활한 곳, 거의 전부에서 정조가 세웠다는 화성을 볼 수 있었거든요. 심지어 학교 교가에도 의례 화성과 서장대의 존재가 들어갔죠.
정조의 최대 작품이 눈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정조라는 인물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혹은 주말에 느긋하게 놀러갔다가 본 표지판의 설명들을 통해 화성이 지어진 이유를 보고, 정조라는 인물에 대해 상상해보았습니다. 나중에 정약용 위인전(어린이 용)과 한중록을 소재로 한 드라마 등을 보면서 상상한 정조의 이미지는 굳어졌습니다. 제가 가진 정조의 이미지는 지적인 선비 타입에, 이성적이며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약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효성이 지극한 모습은 - 능을 옮기고 성을 쌓고 아버지 묘소에 들렀다 서울가기 싫어했다는 이야기라던지- 점잖고 지적이며 섬세한 이미지를 주었고, 연산군처럼 억울하게 부친을 잃었으면서도 연산군과 똑같이 복수하지 않은 모습은 연약하면서 지나치게 착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굳어진 이미지는 작년에 적이라고 알려진(정조가 너무 착해서 억지로 참아냈다고 여겼던) 신하에게 무려 300여통이 넘는 편지를 비밀리에 보냈다는 뉴스를 보고 깨졌습니다.  
이전에는 동화 속에서 시련을 당하고 극복하는 이상적인 착하고 영리한 '왕자'였는데,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착한 왕자의 가면을 쓴 '왕(혹은 마녀/왕비)' 로 여겨지게 되었던 거죠.
[정조의 비밀편지]는 작년부터 바뀌기 시작한 정조를 동화 속 인물이 아닌 실존했던 인물로, 더욱 인간적으로, 더 실재했던 인간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정조의 비밀편지]는 정적으로 알려져있던 신하 심환지에게 정조가 보낸 350여통의 비밀편지을 분석, 정리한 책입니다. 어떻게 해서 이 편지들이 보관/공개되게 되었는지부터, 조선시대 왕의 편지인 어찰의 의미과 조선시대 간찰(편지 주고받는) 문화, 심환지가 누구이고, 정조가 어떻게 편지를 쓰고, 주로 무슨 내용을 썼으며, 그 편지들로 알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들에 대한 것들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비밀을 전제로 보낸 편지여서인지 정조의 실재 모습이 명확히 드러나더군요. 편지 글의 속어와 욕설도 '성인군자'의 이미지를 깼지만, 정적이라는 심환지에게 비밀 편지를 보낼 정도를 심환지와 벽파를 믿고 편들었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정조는 편지를 통해 여론과 신하들의 발언을 주도적으로 조작/조절했던, 현대 정치인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록 등에서 정적으로 알려진 벽파와 심환지가 정조가 하는 일에 반대하던 행동도 결국 정조가 시켜서 한 일인 경우도 있었고, 표면적으로 좋다고하고 편지로는 반대 상소를 올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착하고 가련한 이미지는 깨졌지만 실망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자기 마음을 억누르고 하고싶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임금인 정조보다 신하들의 행동과 사건을 직접 통제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했던 임금인 정조가 더 마음에 들더군요. 융건릉과 화성으로 표현되는 효성지극한 정조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정치인으로서의 정조를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정조의 비밀 편지]는 기록 속에 표현된 인물과 실제 인물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증거물같습니다. 때문에 정조 외의 다른 왕들도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 일기에서 표현된 것과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책 중간 중간 '키워드 속 키워드'라는 참고 부분이 있어, 편지에서 언급된 사건의 내용을 알려주는 부분이 있어 당시 상황을 판단하는데 도움을 많이 주었습니다. 워낙 몰라서 도움은 많이 되었지만, 다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ㅜㅜ 

아, 읽으면서 들은 생각 중 하나는 '심환지가 정조의 정적은 정적이었구나.'입니다. 그토록 없애라 한 편지를 고스란히 남겼으니, 결국 심환지는 정조를 믿지 않은 것이겠지요. 심환지의 식구까지 걱정하며 보낸 편지나 심환지로부터의 편지를 독촉하는 내용을 보면 너무 친밀에서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 정도인데, 그런 정조의 신신당부를 저 버리다니 말이죠. 
물론 그렇게 편지들을 남겨줘서 얼마나 다행인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맙기도 하구요. 심환지가 이렇게 왕의 명령을 어기고, 치밀하게 보관해놓지 않았다면,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정조의 모습을 알지 못하고 지나갔을 테니까요. 

뱀꼬리 : 키워드 한국문화는 여러 시리즈가 나오는 것 같은데, 근간이라는 '처녀귀신'이나 '노출과 은폐의 문화사'는 나오면 읽어보고 싶더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바이, 사교육>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굿바이 사교육 -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학부모를 위한 교육 필독서
이범 외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제가 입시를 끝낸지도 꽤 세월이 지났습니다. 1996학년도 입시를 치렀으니 10년도 넘어 15년에 가깝네요.  그러다보니 현재 입시제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몰라도 상관없었지요. 그러나 재작년부터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결혼을 했으니까요. 올 3월이면 아이가 생길거니까요.
뱃속에 있는 아이가 대입치를 때까지 무려 20년의 세월이 남아있음에도 왜 교육 문제를 걱정하느냐... ...
저는 늦게 결혼해서 이제야 애를 가졌지만, 주변에 3~4살 된 자녀를 둔 친구/동료들은 '영어유치원'이나 '조기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거든요. 황금돼지해에 아이를 낳은 친구는 아이가 높은 경쟁 속에 살아야 한다며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구요(저는 '출산율이 낮을 때라 다행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좀 안심했는데, 올해는 백호띠라네요... orz). 결국 아이가 아직 나오지 않았더라도 걱정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사교육이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을 돌아봤을 때 그랬거든요. 한글도 떼지 못하고 학교들어가고 중/고교 올라가기 직전에 학원 1개월 씩 다니고(너무 몰라서), 당시 막 생기기 시작했던 방문교사 학습(*선생 교실같은) 몇 개월이 사교육의 전부였지만 대학은 잘 갔거든요.   

그러나 요즘은 이사할 집을 구하는 데 학군타령('거기는 값싸고 환경이 좋긴한데 애 7살 되기 전에는 옮겨. 근처에 괜찮은 학교가 없거든'이라던가 '여기는 학원가가 가까워서 교육시키기 좋아서 집 값이 안 떨어져요'라던가)을 들어야 하고,  광고에 나온 애들이 '성적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순진한(?) 소리를 하는 어른을 향해 "그건 옛날 얘기고~"하는 시절이니까요. 1990년대 중반을 생각하면서 '사교육 필요없어'를 외치며 무심히 굴다 나중에 후회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를 생각하면 "우리 애는 절대 사교육은 안 시킬거야"라고 큰 소리 땅땅치기는 어렵더군요. 

이러고 있을 때, [굿바이 사교육]을 읽게 되었습니다. 받자마자 읽기는 단숨에 읽었는데 아이 교육에 대해 생각이 많아서인지 리뷰가 늦었네요.  

책 소개에 자세히 나와있지만, 현재와 앞으로의 교육 정책과 입시 방향에서부터 사교육이 필요없는 학습법, 대안 교육 그리고 사교육이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까지 7교시에 걸친 강연 내용을 정리한 책입니다. 
사교육을 시킬 마음은 없으나, '옆집 엄마의 한 마디'에 휩쓸리지 않을 자신은 없던 제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현재의 입시제도와 교육 정책의 변화양상, 외국의 사례나 현재의 일반적인 학업과정에서 벗어났을 경우의 대안에 대한 내용들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언뜻 어디서 본 듯한 내용처럼 보이고 아이가 너무 어려 당장 적용하기 힘들지만, 아이를 키워가면서 생각해둬야 할, 혹은 기억해둬야 할 사항들이 곳곳에 나오더군요. 교육의 의미, 무엇을 가르쳐 줄 것인가,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등등
단순히 현재의 사교육 상황을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중간에 사교육은 안 시킨다던(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유아원 종일반에 보낼 뿐인) 선배로부터 들었던 말이 멋지게 다듬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조금 웃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없어질 사교육이지만 내 아이를 키우는 동안 존재할 것이 분명하므로 - 쉽게 없어지지는 않겠지요 - 향후 십 년 간 '옆집 아줌마의 한 마디'에 흔들릴 때마다 이 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선 이것부터 해결하자. 지금 여러분의 책상을 한구석에 붙여놓고,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않을 때마다 책상을 방 한복판에 놓지 않은 이유를 상기하도록 하자. 인생은 예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유혹하는 글쓰기] 중에서.  

 

저 글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이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끝내며 쓴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이글루에서 알랭 드 보통의 성공에 대한 강연 동영상을 보았다.  

저 글을 읽은 날 보통의 강연 동영상을 본 것은 행운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 난 두 명의 유명 작가로부터 유사한 충고를 들은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강연 내내 남들이 말하는 성공에 휩쓸리지 말라고 했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향해 달려가기 전에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라고 했다. 최후의 순간 이룬 것이 없는 것이 허무한 것이 아니라 애써 이뤄놓은 것이 자신이 원한 것이 아닌 것이 허무한 것이라고. 

스티븐 킹은 인생의 중심에 '글쓰기(책상)'라는 것을 두지 말라고 충고한다. 약물과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서는, 예술(나한테는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위해 인생을 희생시키지 말라고 말한다.    

잊지 말자.  

내가 원하는 것과 남들이 원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음을.

그러므로서 나는 내가 원하는 성공으로 가는 길을 흔들리지 않게 갈 수 있고, 다른 이의 길을 방해하는 속물이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