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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혁명 - 세상을 바꾸는 21세기 생존 프로젝트
강양구.강이현 지음 / 살림터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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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특히 실제 내용을 보지 못하고 책을 고를 경우, 가장 신경쓰이는 것 중 하나가 책 제목이다.
그래서 [밥상혁명]을 서평할 책으로 보내준다는 공지에 걱정스러움에 한숨이 나왔다. 제목이 주는 이미지가 '유기농'이니 '채식으로 암 극복!' 뭐, 이런 문구를 생각나게 했기 때문이다. 혹은 요리책이나. 나는 '유기농'이나 '채식'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데다가 요리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공평하게도 맛있는 것을 그다지 찾아 즐기지도 않는다) 그런 류의 책이라면 평으로 쓸 말이 없었다.
그러나 [밥상혁명]은 '유기농'이란 단어가 수시로 출몰하긴 했지만, 요리책도 유기농 찬양 책도 아니었다.
[밥상혁명]은 먹거리의 이동거리와 지역의 소농 보호 그리고 식량안보(전략)이라는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었다. [밥상혁명]이라는 제목은 접근을 용이하게 해 주기는 했지만(사실 이동거리와 환경보호니, 소농의 생존이니 하는 단어는 직접적이지만 딱딱하니까), 내용에 적절한 제목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역 먹거리라는 단어는 이전에 [불량의학]이라는 책에서 접한 바 있다. 그 책에서 의사인 저자는 '대형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농산물은 특정 지역에서 대량으로 재배되어 대형공장에서 포장되고 장시간의 유통기간을 거친 것으로, 영양적으로 유기농이 아닌 농산물과 차이는 없는데다, 대량 생산/장기유통으로 인한 오염가능성도 크다며 차라리 유기농이 아닌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라고 권하고 있었다. 유기농 신화 - 농약도 없고, 세균에도 안전하며, 보다 자연적이고, 영양가도 풍부한... ...-을 비판하기 위해서라는 부분은 [밥상혁명]과 차이가 있지만, 지역 농산물-먹거리에 대한 장점에 대해서는 동일했다. 

물론 [밥상혁명]은 지역 먹거리의 장점에 대해서 더욱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지역 먹거리가 어떻게 소농의 생존과 환경보호, 나아가 해외의 굶주린 커피재배 농가을 보호할 수 있는지, 또 그런 장점을 발휘하도록 지역 먹거리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제도와 방법에 대한 부분도 설명하고 있다. 여러 방법들이 나와 있었지만, 실패사례들이 많아 오히려 절망감을 주는 점은 단점이었다. 완벽한 제도가 있기야 하겠냐만은 정부의 도움을 얻는 것도 안되고, 몇 사람의 희생만으로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
무엇보다 우리나라에는 생산자-소비자 간의 신뢰가 바닥이라, 지역 먹거리를 살리는 직접 유통이 가능할런가 싶다. 재래시장의 할머니가 파는 농산물이라면 직접 재배/채취/가공한 것으로 믿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정체불명 중국산 사서 손질해서 비싸게 판 경우가 태반이라던지. 한우직매장이라더니 판 고기는 수입산인 사건들이 오죽 많았나. 사 먹은 사람도 파는 사람도 없다는데 팔렸다는 미국산 쇠고기는 다 어디갔나...심지어 대형 마트에서도 수입산이 국내산이라고 둔갑해서 비싼 값에 팔리던 게 들통나는 마당에 차라리 솔직하게 '수입산'이라고 고백하는 값싼 농산물을 식약청 검사 믿고 사 먹는 것이 안전하다.   


난 요리에는 관심이 없지만, 먹거리에는 관심이 많다. 맛이야 어떻든 먹거리는 동물의 생존에 절대적이므로 먹거리와 관련된 가장 기초적인 산업 - 농업, 축산, 수산 등-은 가장 열악한 투자조건이 되어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먹거리와 영양에 대해 알면 알수록, 현재 유통되는 먹거리들은 유사한 영양적 가치를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수입산 쌀과 국내 생산된 쌀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등 영양소 함량, 맛 면에서 크나큰 차이가 없다. 농약?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은 다 함량 검사를 거친 제품들이고 안전성에 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가격일까? 그러므로 현재 먹거리를 소비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정치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국내산 농산물'을 구매하려 하는 것이다. 더 품질이 좋거나 안전하거나 값이 싸서가 아니라, 소농의 생존을 위해, 혹은 그를 통해 시골이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더 크게는 식량 안보를 위해서.
 
[밥상혁명]은 그런 내 생각을 더 굳게 만들어 준 책이다. 굳이 수입산보다 비싼 국내산을 구입하는 이유를 더 굳건히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절망감을 준 것도 사실이다. 이래저래 한숨 나오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좀 성공적인 외국의 사례들은 국내 적용이 어렵고, 국내에는 실패사례만 수두룩한데다 개선도 어렵다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밥상에 혁명을 일으켜야 변화가 생기는 것은 맞다. 그러나 혁명을 일으키고는 싶은데 혁명을 일으킬 재료가 없다고 할까... ... 현재 소비자는 선택권이 거의 없다. 소농 보호라는 정치적인 목적을 수행할 가능성이 없는 대기업 생산/유통의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국내산' 농산물 혹은 정치적인 이유를 만족시켜주지 못할 가능성이 큰 '국내산' 농산물(둔갑한 수입 농산물), 또는 솔직해서 믿을 수 있는 '수입산' 농산물 정도만 선택지에 놓여 있으니... ... 밥상혁명을 일으키고 싶을수록 우울할 수 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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